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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와 ‘생각 없이’는 다르다

등록일 2019년05월09일 09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오필민 칼럼리스트

 

‘글은 숨김없이 솔직하게 써야 한다.’ 글쓰기 교육 때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겠다. SNS에 올린 솔직한 속마음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솔직하게’를 ‘생각 없이’로 잘못 이해한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전에 숱하게 다듬어야 한다. 다듬기를 게을리 하거나 잘못하면 글이 자신의 삶을 가꾸는 거름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독이 된다. 속보 경쟁을 하는 기자도 아닐 텐데 서둘러 다른 이에게 보이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우리글 바로쓰기에 앞장선 이오덕 선생은 글을 다듬을 다음과 같은 점들을 눈여겨 살폈다.

 

1. 본래 하고 싶었던 말이 제대로 쓰였는가?
2. 재미있게 읽히도록 쓰였는가?
3. 사실에 맞는 이야기가 되어 있는가?
4. 표현이 정확한가?
5. 쉬운 말로 씌어졌는가? 글을 공연히 어렵게 쓰지는 않았는가?
6. 한 글월이 너무 길지는 않는가?
7. 단락을 잘 지어 놓았는가?
8. 우리 말로 썼는가?
9. 1인칭으로 썼을 경우 ‘나’를 너무 앞세우지는 않았는가?
10.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잘되어 있는가?
11. 글점을 잘 찍었는가?
12. 글씨를 남들이 알아보기 힘들도록 내멋대로 쓰지는 않았는가?

 

‘회와 찜’이 등장하고,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정치인의 말은 이곳에 옮기기조차 민망하다. 이 글이 평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일 수 있다. 그러니 글 다듬기의 첫 번째에 나온 ‘본래 하고 싶었던 말이 제대로 쓰였는가?’에는 충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지켜지지 않았다. 재밌게 읽히기는커녕 불쾌하고 심지어 깊은 상처를 안겼으니 말이다. 사실에 맞지도 않고, 표현도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심지어 ‘좌빨들에게 쇄뇌 당해서’의 ‘쇄뇌’는 맞춤법에도 맞지 않고, 곳곳에 띄어쓰기도 고쳐야 할 곳이 있다. 이 글은 솔직하게 쓴 글이 아니라 옳지 않은 뜻을 품고 쓴 못된 글이다. 다듬어서 될 일도 아니다. 이런 글을 쓰면 누군가(특정세력)에게 박수를 받지 않을까 하는 나쁜 뜻으로 쓴 글이라 보여, 솔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 글만이 문제는 아니다. 비판과 모욕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는데, 이를 분간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글들이 많다. 해학이 담긴 비판을 하면 좋으련만 해독약이 필요한 욕을 글로 옮기니 가슴이 답답하다.
 

자신이 쓴 글을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다. 인류 4대 발명품으로 꼽히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명이 가져온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이 활자의 힘이 빠르고 거세게 번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글을 쓸 때 빠름보다는 다듬기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나는 글을 발표하기 전 꼭 옆 사람에 보여주거나 들려준 뒤 의견을 받아 다듬는 작업을 한다.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수록 내 글은 탄탄해진다. 
 

그리고 빠지는 않고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소리 내어 읽으며 내게 들려주기다. 눈으로 글을 다듬을 때와 소리 내어 읽으며 다듬을 때의 차이는 크다. 책을 펴내기 전 꼭 이 작업을 하는데, 삼백 쪽 가량의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다듬으려면 사나흘이 걸리고, 백 쪽 넘게 읽으면 그때부터 목이 쉰 듯하다. 하지만 이 작업을 거치고 나면 문장이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문장에 가락이 붙은 듯하고, 눈으로 읽을 때도 훨씬 속도가 난다. 남에게 보여주기, 소리 내어 읽기. 글을 다듬을 때 이 두 가지를 꼭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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