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만큼 영화 수상 후보로 많이 호명된 영화 중 한편인 ‘두 교황’에는 상당히 이질적인 음악들이 나오지만 어색하지 않다. “선을 긋고 담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주장하는 원칙주의자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담을 부수고 다리를 만들어야지요”라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색깔의 음악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스메타나의 자장가, 아바의 댄싱퀸, 베싸메무쵸, 벨라차오, 카바레 댄스곡 등 클래식부터 댄스곡까지,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 악이 나오는 영화도 드물다. 여러 노래 중에서 ‘벨라 차오’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혁명가들의 노래였으니까.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벨라 차오’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농민들이 부르던 구전 가요라고 할 수도 있다. 농민들이 지주들의 핍박과 착취에 맞서며 부르던 이 노래를 1940년대에 이탈리아 파르티잔들이 가사를 바꿔 부 르면서 우리가 아는 ‘벨라 차오’로 완성되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침략자들을 보았다오. 파르티잔이여, 나를 데려가 주오. 죽을 준비가 되었다오.’로 시작하는 노랫 말은 무솔리니를 반대하며 반 파시스트 투쟁에 나서는 이들의 결연한 심정을 담고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투쟁에 나선 이들의 심정을 담은 멜로디는 의외로 매우 경쾌하다. ‘벨라 차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언어로 번안되어 불리고 있다. 우리에겐 번안가요 ‘눈물 속에 핀 꽃’과 ‘축제의 노래’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가수 ‘밀바’와 프랑스 가수 ‘이브 몽땅’도 이 노래를 불렀다. 이브 몽땅의 아버지는 파시스트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고 이브 몽땅 자신도 반전운동, 인권운동에 적극적이었다. 또한 첨바왐바도 불렀다. 한국에서는 최도은과 임정득이 불렀고 임정득은 음반에도 수록할 정도로 이 노래를 아꼈다. 이쯤이면 세계적인 히트곡 이라 할 만하다.
‘벨라 차오’는 여전히 혁명의 노래다. 뉴욕 월가 점령시위 현장에서도, 터키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도, IMF를 반대하는 체코의 NGO 시위대도, 그리스의 급진 좌파 활동 현장에 서도, 홍콩의 우산혁명 현장에서도,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환경운동 현장에서도 ‘벨라 차오’는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 있는 자리라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만나는 길거리 공연에서 들을 수도 있고 출출함을 달래려 들린 작은 식당에서 악사가 부르는 노래 중 한 곡이 ‘벨라 차오’일 수도 있다. ‘벨라 차오’는 사람들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일상가요이면서 혁명의 노래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곁에는 항상 노래가 있어 용기를 키우고 위로를 나누는 힘이 되어 주곤 한다. 투쟁에 지쳤을 때 가사는 비장하지만 멜로디는 경쾌한 ‘벨라 차오’를 부르며 한바탕 같이 춤이라도 춘다면 투쟁을 계속할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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