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이고 실험적인 작가 한강의 최신작
지난 10일 노벨위원회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을 말했다. 올해는 어느 낯선 작가일지 궁금해하며 생방송을 보던 많은 이들을 기쁨에 몰아넣은 순간이었다.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남긴 한국 작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이 번역되길 기다릴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더 반가운 상이었다. 작가 한강은 수상소감으로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를 당했다는 친구 인선의 연락을 받은 경하는 병원을 찾은 후, 인선으로부터 제주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굶고 있을 새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친구의 요청에 마지못해 제주로 향한 경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 인선의 공방에 겨우 도착하게 된다.
눈 내리는 벌판, 검은 나무들과 무덤 그리고 차오르는 밀물... 경하의 무겁고 집요한 악몽으로 시작하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출간된 제주 4·3의 비극을 풀어낸 작품으로, 한강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유명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생명의 무게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절멸이 목적이었던 역사의 비극 그 참혹한 아픔과 상처의 기억들이 인선의 어머니를 통해서 인선에게로 남겨지고 경하에게로 전달되는 그 과정이 집요하면서 섬세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할 수 없는 그 순간들을 읽다보면 그 선연한 글자들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소름 돋는다. 가끔 책을 읽으면 작가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겠구나 싶은 부분이 있는데 – 한강의 책은 첫 단어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모두 이걸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주고 싶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글자의 배열과 단어 하나마다 허투루 쓰인 곳이 없으며 이 글을 대하는 작가의 조심스러움과 애틋함에 나도 모르게 노래하듯 문장들을 읊조리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고 그 기억이 이렇게 생생하게 전해진다면 계속해서 성냥을 그어 불꽃을 일으키듯 그곳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작별할 수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