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한국노총 조직본부 선임차장
▲(왼쪽부터) 김미애 부위원장, 김영훈 위원장, 경영윤 사무국장, 김민서 조직확대부장
Q. 신세계노조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 김영훈 위원장, [사] 경영윤 사무국장, [부] 김미애 부위원장, [조] 김민서 조직확대부장)
[위] 신세계노조는 2023년 2월 17일, 신세계백화점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립됐습니다. 통상 휴일이었던 1월 1일을 정상영업하겠다는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가 주요 계기가 되어 노조 설립이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한국노총 섬유·유통노련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교섭 진행 중입니다.
Q. 현재 4인 집행부 체제는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사] 처음 설립총회 때는 위원장님이랑 저, 두 명이었어요. 3월 기자회견 이후에 제가 동기였던 부위원장과 조직확대 부장을 섭외하며 4인으로 구성됐습니다.
[부] 위원장님이 블라인드에서 BMW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셨는데, 1월 1일 정상영업 방침에 너무 화가 나서 저도 위원장님이 남긴 글에 ‘지지한다’는 댓글을 달았어요. 그러다 동기인 사무국장이 활동하는 걸 알게 되어 함께하게 됐죠.
[위] 당시 글이 엄청 이슈가 돼서 신세계 직원 중에 BMW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당시 소문으론 인사팀이 ‘BMW 타는 직원을 파악해봐라’라고 했다고 해요(웃음).
Q. 위원장님은 평소에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분위기를 보고 ‘이 때다’라고 느껴 본격적으로 설립을 진행한 것인지요?
[위] 맞습니다. 저는 설립도 전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뭔가 전환점이 있어야 지지자도 생기니까, 그때를 기점으로 본 거죠. 사실 블라인드에 연맹과 접촉한다는 글을 썼을 당시에 연맹과 접촉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블라인드 글을 남기면서 직원들이 상급단체, 연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속 파악한거죠. 초기에는 댓글 반응을 보면서 어느 상급단체, 연맹에 접촉할 것인가 이런 고민도 혼자서 많이 했습니다.
Q. 상급단체에 대한 여론을 파악했다는 건, 처음부터 상급단체 가입을 고려했다는 걸로 이해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위] 저는 상급단체가 있어야 노조가 안정화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왜냐면 1990년대 후반 신세계에 노조가 설립된 적이 있는데, 사측에 의해 와해된 적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삼성에서 그런 전례가 많기도 하고. 그래서 상급단체의 힘을 빌리게 된거죠.
Q. 검색포털에 신세계노조를 검색하면 나무위키에 내용이 정리돼 있더라고요, 노조 차원에서 따로 관리하는 건가요?
[위] 제가 직접 작성합니다. 요즘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실무교섭 내역을 못 썼는데 보고 계신 분이 계시다니 열심히 해야겠네요(웃음). 사실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동조합(위원장 유준환)을 많이 벤치마킹했습니다. 그 노조가 온라인 활동을 잘 하는걸 보고, 우리도 나무위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정리했죠. 홈페이지도 있는데 현재는 홈페이지가 상단에 노출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검색 횟수를 늘리는 등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Q. 노조 명이 ‘신세계백화점’이 아닌 ‘신세계’노조입니다. 위원장님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백화점을 넘어 신세계 그룹 노조를 만들 것이다.’라는 포부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노조 관련 연락이 온 적 있는지요?
[위] 최근 연락이 왔었습니다. 한 계열사에서 똑같이 블라인드로 노조를 시작하려고 해서 직접 만나 노조 관련 얘기를 나눴습니다.
설립총회 때부터 노조 명을 백화점이냐, 신세계냐로 고민했습니다. 신세계노조로 결정한 이유는 계열사들이 저희랑 임금이나 복리후생 체계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또 삼성의 미래전략본부처럼 신세계 그룹사 전략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의 임금 인상률, 성과급 등을 결정하거든요. 그래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포부죠. 하지만 신생 노조이고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어서 일단은 백화점 노조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사] 신세계에서 백화점이 큰 집이자, 모체거든요. 나머지 계열사들은 작은 집에 해당하니까, 큰 집에서 성과를 이루면 나머지 작은 집들도 알아서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실제 접촉하기는 쉽지 않아서 그룹 조직화는 차후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1월 1일 정상영업 방침이 노조 설립의 기폭제가 됐는데, 노조 설립 후 다시 휴무일로 지정되었나요?
[사] 네, 노조 설립 이후 그 문제는 바로 정리됐습니다. 심지어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정규 휴무를 분기 단위로 공지합니다. 원래는 12월 정기휴무를 11월 말에 갑자기 공지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1, 2, 3월은 언제 언제 쉬겠다’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Q. 분기별 휴가 공지 외에 다른 변화들도 있는지요?
[부] 변화는 지금도 계속 있고, 직원들도 변화가 노조 덕분이라고 인식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2월 정기 승격 때도 이전과 달리 대상자들에게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설명해주더라고요. 예전에는 설명 없이 직원들이 그냥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거든요. 인사 발령도 예전에는 통보 형태였다면, 이제 발령 일주일 전에 미리 면담이나 공지도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상, 하반기 평가가 있는데, 관련해서 대상자 의견 청취도 하는 등 사측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변화로, 노조 설립하고 나서 400만 원 격려금을 받았습니다. 또 백화점만 별도로 기본급 200% 수준의 성과금을 지급받아 계열사들이 엄청 부러워했어요.
[조] 성과급 외에 금액을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캐셔 파트너들까지 직급 상관없이 격려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한 것이죠. 그때를 기점으로 ‘노조하면 좀 위험하지 않아?’에서 ‘노조 덕분에 이렇게 됐네.’라며 분위기가 반전됐었어요.
[사] 다 위원장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BMW 만세!(웃음)
Q. ‘무노조 경영을 끝낸’, ‘신세계 최초’, ‘MZ노조’처럼 신세계노조는 많은 키워드를 갖고 있네요. 어떤 키워드가 제일 마음에 드나요?
[조] 저희가 60년 동안 무노조였던 이유가 회사가 무척 폐쇄적이에요. 정확하게는 저희가 최초는 아니고, 20년 전 노조 설립하셨던 분들이 결과가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신세계는 노조를 만들면 안 되는 곳이다’라는 기저가 깔려있었어요. 저희가 그걸 깨고 신세계 최초로 잘 설립된 노조가 됐다는 점에서 ‘신세계 최초’ 타이틀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어렵게 이뤄낸 만큼 우려와 걱정의 시선도 있지만, 그걸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MZ노조’도 좋긴 한데 사실 저희 연령대가 Y와 MZ 어딘가에 있어서…….(웃음)
[사] MZ가 최근에는 ‘개념이 없다’라는 나쁜 뜻으로도 쓰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고, 젊고, 기존의 틀을 깨는 그런 느낌이 더 크잖아요. 원래 노조하면 회사와 싸우고, 머리띠 두르고 이런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상생하며 대화로 풀어가는 등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노조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MZ라고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위] MZ세대라고 정치적인 파업이나 투쟁을 비롯한 기존 방식을 마냥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노동조합으로써 당연히 해야 하고 필요한 역할들이니까요. 기존 세대의 노동조합 모토와 방식을 중간다리로써 현재 세대에 잘 접목해 안정화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신생노조로서 최근 11.11 노동자대회 참여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부] 복받쳤어요. 지하철 입구까지 딱 올라오니까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조끼 입고 계시더라고요. ‘나도 여기 일원이다’ 생각하니 뭔가 뿌듯하면서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갖게 되더라고요.
[위] 예전에 시민이었을 땐 집회를 바라보면서 ‘차가 막힌다, 또 집회하냐’ 이런 느낌이었다면, 이제 저희가 그 상황에 같이 있다 보니 이해도 되고, 뿌듯하기도 하고. 깃발 입장을 처음 봤는데 정말 단결이 잘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도 찍고 우리 깃발도 크게 제작하자 다짐도 하고요.(웃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Q. 향후 목표 및 계획 부탁드려요.
[위] 집행부가 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잘 달려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조합원이 1천 명, 내년에는 과반 수를 넘길 때까지, 사무실과 타임오프 받아서 더 열심히 노조 활동을 할 계획이고요. 주변 노조와 많은 교류를 통해 배우고, 접목할 건 배우고, 백화점 안정을 넘어 그룹사까지 조직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 저는 일단 회사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관계가 우호적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노조 가입을 두려워하는 사원들을 잘 설득해서 과반 노조를 만들고, 임기 3년 동안 잘 다져서 노조를 굳건하게 만드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조] 조직확대 부장으로서 ‘의식화’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노조 가입해도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더 잘 될 거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조직이 더욱 안정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