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의 다양한 목소리들
예전 6411번 버스에 새벽처럼 출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는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버스의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이주노동자들처럼 존재하지만, 투명인간처럼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6411의 목소리”라는 프로젝트를 빌어 들려주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투이스트, 결혼이주여성, 정신장애 동료상담가, 해고예정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가족돌봄 청년, 탈북민, 협동농장 농부, 재일동포 3세, 어부, 기숙학원 노동자, 호텔 해고노동자등 총 75명의 노동자 목소리를 담고 있다.
후천적 장애로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에 세상의 턱과 장애물들에 집을 나서기 힘들었던 소설가의 이야기, 끝맺음이 없는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가사노동자의 이야기, 씨앗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노동의 이야기, 어려운 출판시장 속에서도 책을 출판사를 차려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때로는 이 사회 속에서 왜 이름도 없이 그림자처럼 일할 수밖에 없는, 혹은 좀 더 나은 권리 신장을 위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그리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땀이 내일을 만들기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짧은 이야기 속에 큰 울림을 듣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마니또 공동운영진인 최예린은 특성화고를 나와 현장에 처음 갔을 때 겪었던 일을 풀어놓으며 편견 어린 시각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인 김문희는 돌봄도 엄연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사명감으로 버티기를 강요받아야 하는지 일터에서의 불합리함을 호소한다. 책 속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변하기를, 조금 더 나아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책을 펼쳤을 때 “노동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고, 세상에 존재하는 노동만큼의 새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노동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인해 가치가 있고 존재 이유가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나의 경험과 이야기가 글로 쓰일 때 그것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나만의 것이 된다.
좀 더 많은 노동자의 경험이 쓰이길 바란다. 그렇게 쓰이고 읽히는 이야기들을 통해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며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들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을 누가 읽느냐고 수줍어하는 수많은 노동자에게 말하고 싶다. 여기에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있고,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