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는 기관에 지원해 구인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최저임금을 딱 맞춰 놓았는데, 연장근로며 휴일근로도 많고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습니다.”
서울의 어느 취업지원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40대의 여성노동자 이정은(가명)씨의 하소연이다. 해당 취업지원기관은 우리 상담소 블랙리스트에 오른 곳인데 어찌 된 일인지 월에 한두 번은 꼭 정은씨처럼 해당 기관을 통해 취업한 노동자가 소개받은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위반이나 연차휴가 문제를 상담해 오곤 했다.
△ 출처 = 고용노동부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구직 청년과 고용중단여성·고령자 등 취업취약계층을 상대로 취업지원 활동을 펼친다. 지난해에도 50만명 넘는 취업취약계층이 이 제도를 통해 취업지원을 받았다. 사실 1995년부터 정부는 고용보험에 가입해 일하다 직장을 잃거나 전직을 고민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직업훈련이나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지원을 해 왔다. 고용보험료를 내는 노동자라면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이를 통해 내가 원하는 직업훈련을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얻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저성장 노동환경 속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취업취약계층의 경우 고용보험 자체의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최소한의 생계를 지원하며 취업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2차 고용안정망으로 설계됐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정부 고용센터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의 고용지원 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위탁받은 민간의 취업지원기관에서는 직업상담사 자격을 지닌 전문 직업상담원들이 오늘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얼어붙은 노동시장에서 직업안정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구직자와 구인처를 이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제도가 가진 태생적 한계로 인해 구직 노동자들이 정은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고, 제도 취지가 퇴색된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핵심인 Ⅰ유형에 따르면 대상자가 개인별 취업활동계획(IAP) 수립을 완료하거나, 취업지원 및 구직활동지원 프로그램을 이행했을 때 6개월간 50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해 6개월 근속하면 50만원을, 12개월 계속근무하면 100만원을 지급한다.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인데 대상자뿐만 아니라 구인과 구직을 매칭한 기관에 성과급이 주어진다. 때문에 직업상담사의 안정적 컨설팅을 통해 구직자의 적성과 취업지원 대상 기업의 임금수준과 발전 가능성을 분석하기보다는 취업에 필요한 면접 스킬을 갖춰 신속하게 취업시켜 실적을 내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구인처 역시 형식적으로 구인등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최저임금 이상의 근로조건을 제시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실제 입사하고 보면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이나 근로계약상 약정한 직무와 다른 업무가 부여되는 등 구직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더욱이 영세사업장인 구인기업은 정부의 고용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해당 구직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기업은 필사적으로 구직자의 퇴사를 저지하고, 구직자 역시 구직성공수당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법 위반이 발생하는 근로환경에서 정해진 기간을 버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 속에서 중소·영세 기업의 구인난과 취업한파로 어려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목표는 어느새 퇴색하고 만다.
고용노동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1년을 맞이해 그 성과를 보고했다. 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국민 50만9천명이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를 신청했고, 이 중 42만3천명의 취업취약계층이 취업지원서비스를 받았다. 이는 바로 직전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취업지원제도의 연간 실적 약 20만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는 Ⅰ유형 참가자는 34만1천명으로 청년과 여성이 절반이 넘었다.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참여자의 약 65% 이상이 서비스에 만족을 나타냈고 청년층 참여자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참가자 만족도만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정확한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해당 제도를 통해 취업한 사업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과 근로조건 만족도를 평가해 제도의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이와 함께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면서 구인기업에 노동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선 상담사들에게 구인기업의 임금 및 기업분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표준 직무교육을 실시해 구직자들이 지원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초 고용질서도 지키지 못하는 기업에서 소중한 시간을 허송세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매일노동뉴스와 공동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