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매력 없는 게 해고당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1년12월16일 09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제가 오죽하면 잘랐겠어요. 그 사람 정말 삐딱한 사람이에요. 월급 주는 사장이 지시하는데 내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아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인간적 매력이라고 찾아볼 수 없어.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다들 그 사람을 싫어해요.”

20분이 넘도록 직원에 대한 사장님의 긴 ‘뒷담화’를 듣다가 말을 자르고 나는 물었다. 그래서 해고 사유가 뭡니까? 사장님은 장황한 설명 끝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이처럼 해고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사용자들은 해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동자가 얼마나 매력 없는 사람인지를 강조한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해고는 사용자가 노동자와 맺은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내는 행위다. 일을 하고 월급으로 먹고사는 노동자 처지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해고는 경제적으로 큰 재앙이다. 때문에 사용자의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을 때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해고문제를 두고 사용자와 노동자가 다투게 되면 1차적으로는 노동위원회라는 기관에서 해고의 정당성을 두고 따진다. 이곳에서 내려진 결과에 노사가 승복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다시 정당성을 판단한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사회통념상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해 회사의 성격과 여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해야 할 역할, 그리고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과거의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업무와 연관해 근로계약상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하지 못하고 근무태도가 불량하거나, 고의나 과실로 법을 위반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 사업장에 손해를 끼치는 등 불법행위를 할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물론 근로계약관계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신뢰가 전제되기에 업무 능력이 높더라도 이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사용자를 속이는 등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할 경우 해고 사유가 된다.

그러나 업무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성적이어서 동료와 어울리지 못한다거나, 다른 노동자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이유는 해고 사유가 되기 어렵다. 부당해고 사건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호소하는 것처럼 “(해고 노동자가) 우리 회사와 잘 맞지 않는다”거나, “동료들이 해고 노동자를 싫어한다”는 이유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아이고. 내가 사장이라도 저런 자식은 마음에 안 들 거야. 아무리 노동조합이지만 조합원들이 다 싫어하는 저런 사람을 인사위원회에서 내가 감싸야 되겠어?”

지역의 어느 노동조합 위원장은 소속 조합원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해고 위기에 처하자 곤란한 상황을 상담해 왔다. 상담 과정에서 위원장은 해당 조합원이 얼마나 조합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지를 강조했다.

도박으로 금전적 어려움이 발생한 해당 조합원은 근무를 마치면 자신이 사는 지역을 돌며 폐지와 고철을 수집했다. 동료들은 직장 망신을 시킨다며 해당 조합원의 부업활동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평소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해당 조합원은 이러한 동료들의 수근거림에도 부업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부업활동 사실이 우연한 계기로 사업주 귀에 들어갔는데 사업주는 취업규칙에 부업활동은 회사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해당 조합원을 해고하려 시도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우리 헌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 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이중취업이 가능하다. 부업활동에 허가가 필요하다는 취업규칙 조항에도 해당 조합원의 부업활동이 회사와의 근로계약에서 정한 업무수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수많은 해고 사건을 접하다 보면 상담을 의뢰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특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의 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사업장에서 불합리한 사정이 발생하면 명확하게 지적하고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꼬장꼬장’한 사람들이다. 이는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해고 노동자들의 두 번째 특징으로는 내성적이서 말주변이 없고 인간관계에 서툴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대방의 설득에 능숙하지 못하고 사교적이지 못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인간적 매력이 없다는 것이 일터에서 쫓겨날 만큼 큰 죄인가?

노동법과 노동조합은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에게서 지키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 어느 드라마 주인공의 말을 떠올리며 나부터 다시금 시시한 약자를 위한 노동법과 노동조합의 의미를 되새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이동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