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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산업본부와 CJ대리점협회 간 단체협약 체결의 의미와 과제

우상범_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2년12월30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요 약

우리나라에 택배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2년이다. 오늘날 택배서비스는 우리 생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택배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과 달리 택배노동자들의 임금(수수료) 및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이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이해대변 조직으로 노조를 조직했고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했다. 그 결과 올해 택배업 최초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 따라서 본 고의 목적은 2022년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한통운대리점협회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의미와 한계를 분석하고 향후 단체교섭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조의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다.

택배업은 택배사(원청)-대리점(하청)-택배노동자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택배사와 대리점간 배송 위탁계약(도급구조)이 체결되고, 대리점과 택배노동자간 배송 수행계약(고용구조)이 체결된다. 이런 택배업의 도급과 고용구조는 교섭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교섭구조에서 중요한 교섭주체를 두고 노사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택배업의 노사 조직은 다음과 같다. 노조인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2021년 강원도 동해에서 설립되었고 현재 1,100명의 조합원이 있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택배사와 대리점협회가 있다. 먼저 택배사는 2004년 택배사업자협의회를 설립하여 활동하다 2009년 한국통합물류협회로 통합되었다. 또한 대리점협회는 각 택배사별로 조직되어 있다. 2016년 롯데택배대리점협회, 2017년 CJ대한통운대리점협회, 2021년 한진택배대리점협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한통운대리점협회는 2021년 10월부터 13차례 이상 교섭하여 2022년 8월 택배업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교섭 쟁점은 출차시간, 수수료, 타임오프였다. 이번 단체협약은 노사의 이해를 바탕으로 체결되었고 향후 롯데택배 및 한진택배대리점협회와 교섭할 경우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협약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협약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단체교섭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조의 정책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섭력 확보를 위해 노조 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택배업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택배업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정책협의회(국가수준)와 상생위원회(지역수준) 거버넌스에 노조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셋째 전국 단일의 수수료 및 노동조건 확립을 위해 택배사를 대상으로 산별중앙교섭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분리하여 단체협약은 3년, 임금협약(배송수수료율, 집화수수료율, 분류비용 등)은 매년 실시해야 한다.

 

 

Ⅰ. 서론

 

우리나라에 택배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2년이다. 오늘날 택배서비스는 우리 생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인터넷으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택배량은 총 33억 7천 개가 넘고, 매출은 7초 5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매년 1인당 택배 이용량은 65개로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했던 일본(35개)의 2배에 이른다. 이런 택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5만 4천 명이다.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초기에 택배업은 고용, 임금, 노동조건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인식되었다. 택배사들은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했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고객 응대 교육(CS: Customer Satisfaction)을 시켰다. 임금도 낮지 않았다. 당시 택배노동자의 임금은 초대졸 사원을 기준으로 책정되었고 집화와 배송 수수료 이외에 식대 등이 별도로 지급되었다(물류신문사, 2012). 하지만 택배물량이 증가하고 택배업체가 난립하면서 업체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그것을 가속화시켰다. 택배사들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외주화했고, 노동자들을 별도 비용 지급 없이 분류작업에 투입시켰다. 분류작업으로 오후 늦게 배송을 시작한 택배노동자들은 야간배송이 잦았고 증가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토요일 주말배송이 일반화 되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택배노동자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약 12.1시간, 주 6일 근무가 보통이며 질병 등 특수한 상황에도 별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 2020). 무엇보다 택배사가 배송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면서 택배업체-대리점간 도급계약, 대리점-택배노동자 고용계약이 체결되었다. 택배업 초기 정규직이었던 택배노동자는 건 당 배송수수료를 받는 개인자영업자인 특수고용직으로 전락하였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 안전망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1) 결국 택배업은 택배사들이 수수료, 작업환경, 노동조건 등 택배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몇 년 전까지 택배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집단적 목소리(collective voice)를 낼 수 있는 이해대변 조직이 없었다. 다행히 2017년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택배연대노조를 조직했고 연이어 2021년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가 조직되었다. 이들 노조는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택배사와 대리점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였다. 노사간 오랜 줄다리기 끝에 2022년 8월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한통운대리점협회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갈등 중심의 택배업 노사관계가 단체협약을 통해 안정화 및 제도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따라서 본 고는 올해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간 체결한 단체협약의 의미와 한계를 분석하고 향후 단체교섭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조의 역할을 모색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Ⅱ. 택배업의 도급, 고용, 교섭 구조

 

택배업은 택배사-위탁대리점-택배노동자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초 택배업은 대부분 B2B거래(Business To Business; 기업간 거래)였다. 택배사들은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물량 예측도 가능하여 적정인력을 채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B2C거래(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 물량 예측도 어려워졌다. 여기에 택배사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택배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영대리점 대신 위탁대리점을 활용했고 택배노동자들의 고용도 위탁대리점으로 이전시켰다. 과거에 택배사에게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던 택배노동자들은 위탁대리점과 고용을 체결하면서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 신분으로 전락하였다. 따라서 택배사-대리점간 배송 위탁계약(도급구조)과 대리점-택배노동자간 고용계약(고용구조)이 체결되었고 이런 도급과 고용구조는 택배업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교섭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먼저 택배사와 대리점간 도급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택배사는 지역을 전담하는 위탁대리점과 물품당 배송수수료를 기준으로 화물운송 계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체결된 배송수수료 중에서 대리점은 자신들의 수익, 관리비 등을 공제하고 고용계약을 체결한 택배노동자에게 지급한다. 배송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택배사는 서브터미널 내에 자동분류시설(wheel sorter), 차량 접안시설, 전산시스템 등을 대리점에 제공한다. 이밖에 택배업무 관련 가이드라인과 업무지침을 대리점에 내린다. 무엇보다 택배사는 각 터미널별로 관리자를 파견하여 대리점을 감독하고 성과를 달성하도록 대리점주와 주기적인 회의를 개최한다. 결국 대리점은 배송업무에 관해 독립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하지 못하고 택배사가 제공한 장소와 시설에서 택배사의 관리 하에 운영된다.

 

한편 택배노동자는 대리점과 고용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대리점의 지휘, 감독, 관리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는 택배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리점은 택배사의 전달사항을 택배노동자에게 지시해 준수하도록 한다. 예컨대 택배사에게 전달받은 배송구역 배정, 배송 관련 주의사항, 택배사의 공지사항 등을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택배노동자들은 터미널에서 상주하고 있는 택배사 직원의 지휘, 감독을 받고 물품의 상하차 작업을 시행한다. 따라서 원청인 택배사 승인 없이 대리점주가 임의대로 배송과 관련된 업무를 택배노동자에게 지시하여 처리할 수 없다. 택배노동자의 지휘·감독 주체는 형식상 대리점이지만 실제는 택배사가 된다.

 

이런 구조는 제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원-하청 구조와 비슷하다. 2012년 대법원은 하청업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원청이 사용자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택배업 구조를 보면 택배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는 대리점이 아니라 택배사일 가능성이 높다. 택배노동자는 원청인 택배사들이 정해준 ‘근무수칙’을 따르고, 택배사가 지정한 ‘배송지역’과 배송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택배사 로고가 찍힌 ‘복장’을 착용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매년 1-2회 정기적인 ‘고객만족 서비스(CS)’교육을 받는다.

 


 

이런 택배업의 도급 및 고용 구조는 교섭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택배업의 교섭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택배업의 교섭주체를 두고 노동위원회에 판결은 서로 달랐다. 먼저 2020년 3월 처음으로 노조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은 대리점이 택배노동자를 고용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관련 없다고 주장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2) 노조는 CJ대한통운을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지노위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노동자를 지배할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CJ대한통운은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성이 있고 일부 단체교섭 의무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중노위는 서브터미널에서 택배노동자의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서브터미널의 작업환경 개선 등은 노조-CJ대한통운 간 교섭, 주 5일제 및 휴일·휴가 실시, 수수료 인상 등은 CJ대한통운-대리점주가 연대하여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경향신문, 2021.9.17.). CJ대한통운은 중노위의 이런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현재 노조와 CJ대한통운은 사용자성을 두고 법적 소송 중이며 핵심 쟁점은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원청인 택배사를 상대로 교섭하는 것은 소송이 끝난 이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택배사와 교섭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적 다툼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차선책으로 우선 대리점을 상대로 교섭하기로 전략을 수정했고 결국 2022년 8월에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한통운대리점협회 간 교섭이 체결되었다.

 

 

 

Ⅲ. 택배업의 교섭 주체

 

2017년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가 조직되면서 택배 현장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나뉘었다. 다소 투쟁적인 민주노총의 운동 방향에 거부감을 가진 일부 조합원과 비조합원은 새로운 노동운동을 고민하였다. 2020년 9월 강원도 동해를 중심으로 비노조원과 민주노총을 탈퇴한 조합원 등 총 5명이 초동주체가 되어 조직화를 시도했다. 한국노총 노동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노조 설립을 신청했다. 2020년 12월에 노조설립필증을 교부 받았고 2021년 1월에 상급단체 없는 ‘전국택배연합노조’(이하 택배연합노조)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에 비해 조직률이 약했던 택배연합노조는 상급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노조 설립 당시부터 도움을 받았던 한국노총 노동상담소의 도움으로 한국노총 산하 연맹에 가입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노총에는 택배 관련 노조가 가입할 마땅한 상급단체가 없어 가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마침 한국노총 본부가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를 조직했고 택배연합노조는 2021년 2월에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산하 택배산업본부로 가입했다. 현재 택배산업본부는 전국 35개 지회에 총 1,100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단체를 보면 택배사와 대리점협회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택배사들은 2004년 대한통운, 한진택배, CJ GSL, 현대택배 등 대형택배사들과 경동택배, 아주택배 등 중소택배사들 총 15개 업체가 참여하는 ‘택배사업자협의회’(이하 택배협의회)를 설립했다. 이후 2009년 물류 관련 업체들이 한국통합물류협회(이하 물류협회)에 가입했고 물류협회 산하 택배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다. 대리점협회들은 각 택배사별로 조직되었다.

 

먼저 (협)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이하 CJ대리점협회)은 2017년 협동조합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사는 총 386개사이다. 둘째, 롯데택배전국대리점협의회(이하 롯데대리점협회)는 현대택배 ㈜전국운송협의회를 모태로 설립되었고 2016년 롯데택배가 현대택배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롯데대리점협회는 2021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고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셋째, 한진택배대리점협회(이하 한진대리점협회)는 대구경북 대리점 협회가 주도하여 2021년에 설립했다.

 

 

Ⅳ. 2022년 단체협약의 의미와 한계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리점협회는 2021년 10월부터 13차례 이상 교섭하여 올해 8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CJ대리점협회 소속 강원도 부평대리점주와 동해대리점주가 사용자 대표로 참여하였다.4) 노사간 주요 교섭쟁점은 출차시간, 수수료, 타임오프 3가지였다.

 

먼저 출차시간의 경우 노조는 야간 배송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 13:00에는 서브터미널에서 물품을 싣고 배송하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J대리점협회는 지·간선차량의 운행시간은 지역과 현장에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출차시간은 원청(CJ대한통운)이 결정하기 때문에 교섭사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5) 이에 노사는 출차시간 명시 없이 1일 3시간 내 처리로 합의했다.

 

둘째, 배송수수료의 경우 노측은 지역적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수수료를 협약서에 명시하고 수수료에 물가를 반영하여 매년 결정하자고 주장했다.6) 반면 사측은 수수료는 지역 내 개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간 결정사항으로 표준화가 어렵고 단체협약처럼 2년마다 체결을 주장했다. 이에 노사는 동해대리점은 CJ대한통운이 지급하는 배송수수료의 85%, 집화수수료의 100%를 지급하고, 북평대리점은 배송수수료 84%, 집화수수료 90%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협약 부칙으로 물량 추이를 감안하여 2023년 1월에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7) 또한 수수료 체결은 임단협처럼 2년마다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셋째, 택배산업본부는 타임오프가 없어 택배산업본부의 위원장, 사무국장, 조직국장 등이 배송업무와 노조업무를 병행했다. 교섭기간 동안 배송이 어려워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조합원이 많지 않아 조합비만으로 전임자를 두기 어렵다. 따라서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타임오프제를 얻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결국, 노사는 조합원 규모를 기준으로 총 6,000시간의 타임오프에 합의했고 한국노총이 5,000시간, 민주노총이 1,000시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사측은 노조 사무실 및 집기·비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리점협회는 택배노동자의 처우개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합의했다.

 

먼저 조합비 일괄공제(check-off system) 조항이다(협약 제11조 조합비 등 일괄공제). 체크오프 시스템은 사용자가 노조의 요청으로 조합비를 임금 지급시 일괄 공제하여 노조 계좌에 입금해주는 제도이다.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면 개별적으로 자동이체 혹은 송금 등으로 조합비를 납부해야 했다. 이번 합의로 조합원은 조합비 납부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한 노조는 개별 조합원에게 조합비를 걷는 수고를 덜고 조합비를 일괄적으로 받기 때문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사무실 운영비, 상급단체에 교부금 납부 등이 쉬워졌다. 이제 택배산업본부는 노조를 유지하고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둘째, 과로사 방지를 위한 조항들이다. 주5일제 시범사업 추진(협약 제25조 택배서비스 제공일)과 휴일 규정(협약 제23조 휴일)이 대표적이다. 협약에서 노사는 주6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주5일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관공서 공휴일, 대체공휴일, 택배없는 날을 휴일로 합의했다. 기존에 택배업은 주 6일 근무, 하루 12시간 등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여 과로사가 발생했다. 예로 2020년에만 15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공식적으로 공휴일을 쉬기로 한 것을 물론 주5일 근무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기존의 택배업 노동체계에서 진일보한 합의 도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주5일제 시범 운영은 2021년 택배사, 택배종사자(과로사대책위), 화주(온라인쇼핑몰 등), 소비자단체, 관계부처(국토부·고용부·공정위 등), 국회(민생연석회의)가 참여해 만든 ‘사회적 합의’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번 협약은 그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택배업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를 방지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배송에 대한 노사 공동 책임 조항이다(협약 제27조 물품사고의 부책 범위 및 입증책임). 단체협약에 따르면 ‘조합원의 집배송 중 물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조합원과 사용자가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만약 사고가 조합원의 실수로 발생할 경우 월에 정산되는 집배송 수수료의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기존에 집배송 사고 시 택배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던 업계 관행을 극복하여 노사 공동책임으로 삼았다.

 

넷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의무 가입 조항이다(협약 제30조 고용·산업재해보상보험). 우리나라 고용보험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한다.8) 그래서 택배노동자처럼 특수고용직의 경우 사용자가 모호하여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율이 저조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8.5% 정도로 저조했다(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 2020). 이제 택배노동자들은 배송 시 발생하는 산재 사고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다섯째, 작업환경 개선(접안시설, 휴게시설, 화장실, 음료대 설치 등)이다(협약 제31조 휴게공간 등 설치). 협약에서 사용자는 터미널에 화장실과 휴게시설 설치와 휴게시설 내 정수기 또는 냉온수기 등 기본적인 복지설비를 구비하도록 규정했다. 열악한 터미널의 경우 다리 밑에서 분류는 물론 상하차 작업을 하는 곳도 존재한다. 특히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없어 더위나 추위를 피하고, 차 한잔 마실 수 없었다. 충분한 휴식 공간으로 산재 사고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여섯째, 신규 구성원에게 노조를 설명할 기회 제공 조항이다(협약 제8조, 신규직원 등에 대한 노동조합 소개). 노조는 신규자가 입사할 경우 고용계약 체결과 함께 공식적으로 노조를 소개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향후 노조 조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리점협회가 노조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단위 거버넌스 구성에 대한 조항이다(제4조 상생위원회의 설치와 참여). 현재 CJ대한통운은 2019년 노사 간 긴밀한 협력과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택배상생위원회(이하 상생위원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상생위원회는 택배사·택배기사·집배점·간선사·도급사 등 CJ대한통운에서 종사하는 각 주체가 대표를 선출해 분기마다 상임위원회를 열고 있다. 노사는 지역 단위에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노조가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며 이번 상생위원회는 노조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주요한 거버넌스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몇 가지 한계도 존재한다. 먼저 교섭방식에 있어 서브터미널 단위에서 대리점들과 노조들 간의 공동교섭 조항(협약 제33조 교섭방식)이다.9) 서브터미널 내로 교섭을 한정함으로써 현재의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교섭은 지역과 서비스터미널 환경에 따라 차이나는 수수료율, 노동조건, 작업환경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는 산별중앙교섭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 투자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2년 단위 수수료 체결 조항(협약 14조 집배점 관리비)이다. 택배노동자들에게 수수료는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과 같다.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여 매년 임금협약이 체결되는 것과 비교하면 2년마다 수수료율 결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예로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국제 유가가 불안정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상승하여 택배노동자들은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로 물가가 상승하거나 택배 단가가 떨어질 경우 택배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2년보다 짧은 협약 체결이 필요하다.

 

셋째, 출차시간 조항(협약 19조 배송상품의 인수시간 관리)에서 1인 3시간 이내 관리는 애매하다. 특히 야간배송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출차시간을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시간을 명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야간배송을 하지 않기 위해 택배노동자는 서브터미널에서 최소한 오후 13:00에 배송지로 출발해야 한다. 분류작업 등을 고려한다면 지·간선 차량이 늦어도 오전 11:00에 서브터미널에 도착해야 한다. 출차시간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해 여전히 노사 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출차시간을 대리점이 아니라 택배사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택배사의 사용자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해 택배산업본부와 CJ대리점협회 간 체결된 단체협약은 택배업 노사관계 최초로 체결된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번 협약은 그동안 존재했던 택배업의 노사 이해를 바탕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진일보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택배산업본부와 CJ대리점협회 간 협약 사항은 향후 롯데대리점협회와 한진대리점협회간 교섭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10)

 

 

 

Ⅴ. 결론 : 노동조합의 향후 과제

 

2021년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가 조직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해대변 수단을 마련하였다. 노조 조직화에 그치지 않고 13차례 이상 대리점협회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섭을 요구하여 결국 2022년 8월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CJ대리점협회는 택배업계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단체협약 내용의 한계도 존재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향후 단체교섭 추진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섭력 강화를 위해 노조 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 전체 택배노동자 54,000명 중에서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에 가입한 조합원은 1,100명으로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단체협약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얻지 못한 것은 택배사 혹은 대리점협회에 비해 교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노조 조직화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택배산업본부는 5,000시간의 타임오프를 얻어냈고 사측으로부터 사무실 등 노조 운영에 관련된 비용과 시설을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노조 조직화를 통한 교섭력 제고로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택배업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국가수준과 지역수준에서 거버넌스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먼저 국가수준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정책협의회(이하 정책협의회) 가 구축되어 있다. 이 정책협의회는 2021년 사회적 합의의 이행점검을 위해 정부 관계자 등 14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구성원 중에서 노사 대표가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합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던 택배업의 주5일제는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이번 협약에서 주5일제를 시범 운영하기로 한 만큼 노조는 중앙수준의 거버넌스 참여를 통해 국가 수준의 택배노동자 처우개선과 이해를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또한 지역수준에서 상생위원회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협약 제4조). 택배5주체(물류협회,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 운송간선사, 택배노동자 각 1인)가 참여하는 상생위원회를 통해 지역수준의 수수료율, 노동시간 등의 지역 격차를 해소시켜야 한다.

 

셋째, 초기업교섭을 추구해야 한다. 협약의 서브터미널 내 공동교섭은 사업장, 지역, 국가 수준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택배산업본부는 궁극적으로 원청인 택배사를 대상으로 산별중앙교섭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택배사들이 물류협회 산하에 택배위원회를 두고 있기 때문에 택배산업본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생활물류지원팀)간의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실제 택배 수수료를 결정하는 택배사들을 대상으로 중앙교섭을 하여 협약을 체결한다면 전국의 단일 수수료 및 노동조건을 확립할 수 있다.

 

넷째, 2021년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었지만 올해 체결된 택배산업본부와 CJ대한통운대리점협회간 단체협약은 기존대로 2년 유효기간을 두었다. 그러나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단체협약은 2년 유효기간이 적절하지만 임금협약은 물가상승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매년 체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금협약 내용에 배송수수료율뿐만 아니라 집화수수료율, 분류비용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자동분류시설이 없는 작업장의 경우 택배노동자들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고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건당 비용으로 책정하여 임금협약에 명시해야 한다.

 

<참고문헌>

경향신문(2021.9.17.)(교섭단체 인정 못 받는 노조…갈등만 있고 ‘대화’ 통로는 좁다).

물류신문사(2012), 『한국택배산업 20년사』, 물류신문사.

우상범‧최서연‧박운(2022), 『택배노동자의 노동 및 안전보건 현황과 과제』, 한국노총중앙연구원(발간예정)

정부 관계부처 합동(2020.11.12),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각주>

1)근로기준법(제2조)에서 규정한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2)그러나 실질적으로 고용과 교섭은 관련이 없다. 고용계약은 단순히 개별 노동자와 사용자가 체결하는 계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별교섭의 경우 산별노조와 사용자단체가 개별 기업의 고용과 상관없지만 산별협약은 해당 기업들에 영향을 미친다.

3)본고는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를 중심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 관련 내용은 생략했다. 구체적인 택배업 노사 현황은 우상범 외(2022)의 ‘택배노동자의 노동 및 안전보건 현황과 과제(발간 예정)’을 참고하기 바란다.

4)이번 단체협약은 CJ대한통운의 부평대리점과 동해대리점 노사에 적용된다.

5)현재 민주노총의 택배노조는 11:00시 출차시간을 주장하고 있다.

6)기존에는 단체협약은 2년이었지만 2021년에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단체협약은 3년으로 확대되었다. 노조법 32조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사가 합의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임금협약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매년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7)노사는 본 협약 제14조 제1항(집배점 관리비)에 대하여 2023년 1월에 물량 추이를 감안하여 재협상한다.

8)현재 고용보험 중에서 실업급여는 노사가 각각 0.9%, 고용안정과 직업능력 개발사업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한다. 또한 산재보험은 업종에 따라 보험률은 다르지만 전액 사용자가 부담한다.

9)원칙적으로는 공동교섭보다는 집단교섭이 정확한 방식이다. 공동교섭은 기업별노조와 상급단체가 공동으로 교섭단을 꾸려 기업별 사용자와 교섭하는 방식이지만 집단교섭은 지역 혹은 사업장내 복수의 기업별노조와 기업별사용자가 집단으로 교섭하는 방식이다.

10)현재 택배산업본부는 롯데대리점협회와 상견례를 했고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대리점협회와는 논의 조차 못하고 있다.

강해경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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