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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왜 중국을 싫어할까

임명묵 대학생

등록일 2021년09월01일 17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요즘 애들은 중국을 왜 그렇게 싫어해요?” 최근 만난 사람들에게서 상당히 자주 받은 질문이다. 물론 중국에 대해 갖는 불편한 감정이야 세대를 막론하고 역사 속 한국과 중국의 오랜 관계 때문에라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년층이 보이는 반중 내지는 혐중 감정은 확실히 무언가 새로운 단계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2회만에 방영 종료시킨 것 또한 청년층에서 끓어오른 반중 정서 때문이었다. 청년 남성층은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중요한 이유로 현 정부가 보였다는 ‘친중 행보’를 꼽기도 한다. 청년 여성층도 중국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복, 김치 등 한국의 핵심 문화 정체성을 중국이 빼앗아가려 한다는 데 분개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세대를 ‘반중 세대’로 만들었을까?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정치, 경제와 연관된 다양한 이유 이전에 우리가 한 나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행 등을 통해서 현지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여의치 않을 때, 대중 미디어 시대에서는 콘텐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상 콘텐츠는 우리가 모르는 이국의 언어와 풍경을 비록 편집된 모습이긴 하지만 생생히 전달해줄 수 있다. 콘텐츠에 나오는 화려한 스타들은 그 나라에 대한 선망을 만들어준다. 미국의 팝스타들과 할리우드 영화, 혹은 일본 드라마, 가수들이 했던 역할을 떠올려보면 된다. 반대로 근래에는 한류의 성장 덕택에 한국이 해외에서 그런 선망의 대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에서 수용된 중국 콘텐츠의 독특한 특징을 짚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나 일본 콘텐츠는 대체로 세대와 무관하게 폭넓은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에 대한 콘텐츠 경험은 세대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린다. 30대 중반 이상의 세대는 콘텐츠를 통해 중국을 일찍부터 접해왔다. 바로 홍콩 문화라는 창구를 통해서 말이다.

 

그 윗세대로 넘어가면 주윤발, 성룡, 임청하 등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 당시에는 <삼국지>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고전 역사 콘텐츠 또한 한국에서 보편적인 인기를 누렸고, 더 현대적으로는 김용으로 대표되는 무협지들이 있었다. 중국이라는 공간과 중국인들은 아주 구체적이고 긍정적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림잡아 30대 초반과 20대로 내려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의식적으로 옛 콘텐츠들을 소비해온 편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보아온 홍콩 문화나 고전 중국 문화의 양은 앞 세대가 즐겼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이다. 청년 세대가 중국 문화와 멀어지게 된 이유는 간명한데, 그것은 앞 세대가 지금 중국 문화를 즐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1997년 홍콩 반환으로 중화권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세련된 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들 역량을 상실했고, 홍콩 문화의 열렬한 팬이던 기성세대도 이제는 홍콩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다. 하물며 청년층에게 홍콩 영화를 비롯한 중국 문화는 어렸을 때 얼핏 들어본 ‘옛날 문화’ 수준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연쇄적으로 중국 고전 문화나 무협지 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첫인상과 친숙함은 그 뒤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 청년층은 중국에 대한 인식을 세련된 홍콩 문화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대륙의 기상’ 시리즈로 형성했다. 이는 당시 고도 성장기의 혼란이 절정에 달하던 중국의 여러 기상천외한 일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랬던 중국이 거대한 정치적 힘과 소비 권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그 낙차를 견디는 것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사례는 반대로 문화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중국에 붙어 있는 작은 도시인 홍콩은 기성세대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중국을 친숙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세계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한류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정치, 경제와 함께 반드시 문화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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