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도지사의 분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4년08월08일 10시2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SNS에 올라온 영상이 화제다. 계속된 회의로 김 지사가 식사를 못 하자 비서업무를 담당하는 여성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컵라면에 물을 부어 가져다줬다. 그런데 오히려 김 지사가 나무라는 내용이다.

‘도지사의 격노’라는 제목의 영상 속에서 김 지사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직해 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이 잔심부름이나 하게 만드는 공직사회의 과잉 의전문화가 여전한 현실에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영상 뒤에 김 지사는 자발적으로 라면을 가져다준 공무원이 주눅이 든 게 미안한지 화를 내는 게 아니라며 그를 달랜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200만 회를 넘어서며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상에서 김 지사는 부하직원들이 커피나 차 심부름 같은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야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공무원의 선의에 버럭 하고 호통으로 응수한 김 지사의 문제 제기가 다소 거친 감은 있지만, 최고 권력자에 대한 심기 경호가 일상화되고 강요되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과잉 의전 요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직사회에서 두드러진다. 어느 지방의회의 공무원은 상급자와 점심시간 밥 동무는 필수고 연말정산 환급업무까지 매년 수행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상담하다 보면 근로계약상 담당하는 업무보다 사용자나 상급자의 잔심부름과 허드렛일에 동원되며 일터에서 의미를 잃고 사직을 고민하는 노동자들을 자주 접한다. 경기도 수원의 어느 식품 사업장에서 회장의 비서로 일하는 노동자는 회장이 수시로 개인 텃밭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농작물을 돌보는 일을 시킨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회장의 행위는 근로계약상 의무에 없는 일을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해 강요하며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명백하게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이다. 일터는 단순히 노동자에게 돈을 버는 곳만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자아의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경영자 개인의 인식 변화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근로계약상 의무 없는 허드렛일이 강요되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바꾸긴 어렵다. 컵라면을 끓여 가져다주는 비서의 행동을 불필요한 의전으로 내치는 김동연 지사와 같은 경영자보다는 ‘센스있는 행동’으로 인식하는 경영자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선 상담 사례에서 피해 노동자들이 경영자나 상급자의 근로계약상 의무 없는 요구에 선을 긋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밥줄을 쥐고 있어서다. 인사평가와 재임용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상급자의 요구에 “제 일이 아닙니다만”이라며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피해가 예상되는 노동자를 법과 제도로 보호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경영자 또는 관리·감독적 지위에 있는 자의 활동과 불가분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법상 근로 시간의 적용이 제외된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밤이고 낮이고 이들에게는 수시로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규정은 공무원에게는 적용 제외된다. 물론 자체 지침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 사안을 다루지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평균 직장내 괴롭힘 신고 비율(2.8%)에 비해 공무원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 비율(0.3%)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처럼 체계화된 보호 제도가 시급하다.
이동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