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하이트진로와 OB맥주의 도둑놈 심보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등록일 2022년08월11일 11시0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하이트진로에서 생산된 주류를 배송하는 화물연대 소속 물류 노동자들이 운임 정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청 물류회사 소속 노동자들과 하청 회사 간 문제로 “자신들은 관계없다”며 억울해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물류나 청소 등 외주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상담이 비일비재한데 형식적으로는 하이트진로의 주장이 맞다. 물류노동자들은 하이트진로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아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의 물류 배송업무를 위탁받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한다. 그러니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내가 월급 주는 우리 직원도 아닌데, 왜 우리한테 그래?’라고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기시감이 들었다. 딱 2년 전 여름 OB맥주 직매장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노동자들도 하이트진로 물류노동자들처럼 OB맥주 회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했다. 이들 역시 OB맥주 소속 노동자가 아니었다. 이들이 원청인 주류 회사에 맞선 이유도 똑같았다.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진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더니 도급업체를 바꾸고 도급업체는 핵심 노조간부와 계약을 해지했다.

 



물류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한 도급업체에 항의해 본들, 도급업체는 원청에서 인건비를 주는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며 앓는 소리를 했다. 주류 생산업체에서 생산된 제품을 적절하게 보관하고 제때 유통하는 물류업무는 필수적 업무다. 생산 제품을 제때 사고 없이 납품해야 적절한 판매가 이뤄져 원활한 유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와 OB맥주는 이처럼 중요한 물류업무를 어째서 외주화했을까? 당연히 인건비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와 OB맥주 모두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인력들에게는 고임금을 주며 핵심인력으로 내부화하지만, 물류와 배송업무처럼 많은 인력과 육체적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은 외주화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했다.

여기까지는 사업주의 경영방침이니 이해할 만도 하다. 노동자를 제 식구로 사용하려면 복지에서 다른 직원들과 차별하지 말고, 정년까지 근속도 보장해야 하며 때가 되면 임금도 올려 줘야 한다. 인건비 부담을 지기 싫으니 외부 기업에 특정 업무를 외주화해 비용을 줄이되 업무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은 경영학에서 일반화된 인력운영 기법이기 때문이다.

OB맥주나 하이트진로는 물류 배송업무를 무늬만 외주화했을 뿐 하청노동자들을 자기 직원처럼 부렸다. 수도권 맥주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OB맥주 경인 직매장의 맥주생산품 물류를 관리하는 업무는 OB맥주 직원이 아닌 이름을 듣도 보도 못한 물류회사에 채용된 노동자들이 OB맥주 작업복을 입고 OB맥주 관리직원의 지시를 받으며 수행했다.

OB맥주는 남의 회사 노동자라면서 하청 물류노동자들을 OB맥주 직원들에 대한 업무평가 및 인사관리 시스템에 편입시켜 배송 후 퇴근까지 시시콜콜 관리하며 자기 직원처럼 부렸다. 도급업체는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도구인 지게차를 비롯해 자기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이트진로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이트 진로는 자신들이 100% 출자한 물류 자회사를 세워 하이트진로 회사의 임원 출신을 대표로 앉혔다. 물류업무의 중요성 때문이었으리라. 하이트진로 직원처럼 물류노동자들을 부리고서는 먹고살 만큼 임금을 달라고 하니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한다. 이처럼 하이트진로와 OB맥주의 물류 배송업무를 들여다보면 이들의 ‘도둑놈 심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건비 부담이나 관리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자기 직원처럼 부리고 싶은 ‘도둑놈 심보’를 제어하지 않고서는 OB맥주 물류노동자들과 하이트진로 배송노동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이 고시를 통해 허용한 제3자 물류업체를 통한 주류 위탁운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OB맥주의 경우 CJ대한통운에 물류업무를 위탁했더니 CJ대한통운은 이를 화물업자에게 배송을 맡기고 물류 관리를 소규모 업체에 재위탁했다. OB맥주 물류업무를 위탁받은 소규모 도급업체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이 바뀌며 길게는 25년을 일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일했다. CJ대한통운은 OB맥주 물류매장이 위치한 부지의 땅주인이어서 중간에 앉아 통행세만 챙겼다.

물류노동자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명목으로 허용된 이 제도를 악용해 주류제조 기업이 다단계 하청으로 물류 배송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시킨 폐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때다. 주류 제조업체의 필수업무인 물류 배송업무의 외주화로 생기는 폐해를 개선하여 더 이상 하청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기업이 돈을 버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 위 칼럼은 매일노동뉴스 2022.8.11일자 상담노트 칼럼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하였습니다. 하이트 진로와 OB맥주의에 대한 본 칼럼의 비판은 하청 물류 노동자들에 대한 다단계 하도급을 통한 이윤만을 추구하며 근로조건을 외면한 하이트 진로와 OB 맥주 경영진의 경영방침에 대한 것으로 하이트 진로와 OB맥주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과는 무관합니다.

이동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