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임금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하였고, 확대된 양극 화와 격차해소 문제는 한국 사회의 통합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연결되어 있고, 노동시장의 이중화가 진행되면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조체제 및 교섭구조 하에서 이의 해소를 위한 노사관계제도 및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먼저 1997년 이후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임금소득 불평등의 현황과 그 주요 원인을 대 중소기업 불공정 원하청구조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에 기초하여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과 연대과제를 공정한 하도급거래구조 확립 등 경제구조 개혁, 사회임금 확대, 시장임금 격차 축소를 위한 연대임금, 산별 노조체계와 교섭체계 등 통합적 노사관계제도 구축의 측면에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목차
Ⅰ. 들어가며
Ⅱ. 임금소득 불평등의 현황과 원인
1. 임금소득 불평등과 노동조합 역할의 필요성
2. 임금소득 불평등 현황과 노조조직률
3. 노조부문과 비노조부문의 임금격차
4. 분절적 노동시장과 불공정 원하청 구조
Ⅲ.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
1. 경제구조 개혁-공정한 하도급거래구조 확립, 중소기업의 일터혁신 활성화
2. 사회임금의 확대
3. 시장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연대임금전략
4. 연대와 참여의 통합적 노사관계제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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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임금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하였고, 확대된 양극화와 격차 축소 문제는 한국 사회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소득격차는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대기업‧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업별 노조체제 하에서 노조조직률이 높은 대기업과 노조조직률이 낮은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노동자 내부의 큰 임금격차는 노동자 간 갈등을 심화시켜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저해한다. 노동조합이 양극화 등 노동 시장 내 격차축소를 위해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고립 되어 노동자의 이해는 물론 조합원의 경제적 이해조차 실현시키는 데 어려 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 임금소득 불평등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 주요 원인을 대중소기업 및 불공정 원하청구조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며, 이에 기초하여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과 실천과제를 모색한다.
Ⅱ . 임금소득 불평등의 현황과 원인
1. 임금소득 불평등과 노동조합 역할의 필요성
세계화와 글로벌 경쟁의 심화, 저성장․저고용추세의 지속, 정보통신기술과 산업의 융합에 따른 경제 및 산업구조의 변화,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정책과 이데올로기 양면에서 급진적으로 추진된 결과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소득격차 축소는 한국 사회의 통합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환경 변화에 따라 이에 조응하는 전환적 노사관계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관심과 정책은 전통적 노사관계와 기업별 교섭에 기초하여 기존 취업자와 조합원의 현재 임금인상 및 고용유지에 집중됨으로써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데 한계를 보이 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성장‧저고용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만성적 고용위기와 이중구조(또는 이중화)가 심화되고 있다. 즉 노동시장이 원 청‧대기업, 정규직 등 고임금‧고용안정‧양호한 근무환경을 특징으로 하는 1차 노동시장(기업 내부노동시장)과 하청‧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저임금‧고용불안 ‧낮은 근무환경의 2차 노동시장(기업 외부노동시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규모나 고용형태 등에 따라 임금, 고용안정성, 복지, 교육훈련의 기회 등에서 큰 격차가 존재하고, 상층 노동시장으로 노동이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각각이 서로 분리되는 이중구조의 형태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전병유, 2016).
노동소득의 증대, 자본소득 과세의 강화 등을 통한 노동과 자본 간의 격차 축소와 함께 노동자 내부의 소득격차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양극 화는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연결되어 있고,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조체제 및 교섭구조 하에서 이의 축소를 위해 노사관계가 중요하며 노동조합의 역할이 요구된다.
2. 임금소득 불평등 현황과 노조조직률
우리나라의 임금소득 불평등은 1997년 이래 증가하여왔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와 P90/10 분위수배율(임금계층 하위 10%의 임금대비 상위 90%의 임금비)의 변화를 살펴보면,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소득분배 상태를 측정하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7년 0.283에서 2018년 0.327로 증가했고, P90/10 분위수배율은 같은 기간 3.74에서 4.23으로 커졌다(한국노동연구원, 2019).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간 임금소득 불평등이 큰 상황이다. 기업규모 및 원하청관계(원청 대기업/하청 중소기업), 고용형태별(정규직/비정규직), 성별(남/여)에 기초한 임금 및 고용 구조의 분절성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는 임금과 고용안정성, 복지, 교육훈련의 기회 등에 있어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유사한 일을 수행하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고용안정성에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의 임금은 낮고(성별 직종분리), 남녀 간 임금격 차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이래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규모별 상대임금을 살펴보면, 300명 이상 기업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 (405만원)을 100으로 했을 때 300명 미만 기업 노동자의 임금(243만원)은 60.2%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100-299 명은 80.3%, 30-99명은 71.5%, 10-29명은 62.0%, 5-9명은 53.6%, 1-4 명은 42.0%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전체 노조조직률은 12.3%이고, 300명 이상 기업이 33.5%인데 비해 300 명 미만은 9.2%에 불과하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노조조직률이 낮다. 100-299명은 25.3%, 30-99명은 16.9%, 10-29명은 7.4%, 5-9명은 2.4%, 1-4명은 1.3%이다. 그리고 전체 조합원의 64.7%가 300명 미만 기 업에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조직률은 11.8%이고, 기업 규모별로는 300명 이상 50.6%, 100~299명 10.8%, 30~99명 2.2%, 30명 미만 0.1% 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별 월 평균임금 격차를 살펴보면 월 평균임금이 비정규직(171만 원)은 정규직(331만원)의 5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조직률은 정규직이 19.3%(232만명)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2.5%(21만명)에 불과하고, 조합원의 91.7%가 정규직이다.
그리고 성별 월 평균임금 격차를 살펴보면 월 평균임금이 여성(202만원)은 남성(315만원)의 64.1%로 나타났다. 노조조직률은 남성 14.8%(169만명), 여성 9.2%(85만명)이고, 조합원의 66.9%가 남성이다.
300명 미만 기업에 비정규직의 95.2%가 고용되어있고, 여성노동자의 50.8%가 비정규직(남성 34.3%)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성별 임금격차가 중첩되어있다. 그런데 대기업중심으로 발전해온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가 가장 중심적인 문제임을 추론 할 수 있다(조성재, 2018).
3. 노조부문과 비노조부문의 임금격차
기업규모별로 월 평균임금에 대한 노조효과와 조합원 효과를 살펴보았다. 모든 기업규모에서 유노조기업 노동자, 그리고 노조 조합원의 임금이 높고, 대체로 유노조기업 노동자와 무노조기업 노동자 간,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임금격차가 기업규모가 클수록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무노조기업 노동자와 비조합원과 비교하여 유노조기업 노동자와 조합원의 경우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노조부문에서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적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노조의 임금 압축(평준화) 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2>에 의하면 모든 규모에서 유노조기업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이 높고, 기업규모가 클수록 유노조기업과 무노조기업 노동자 간 월 평균임금 격차가 점차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4인 이하 제외). 300명 이상의 경우 유노조기업과 무노조기업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12.1%인데 비해, 300명 미만에서는 30.6%로 나타났다. 그리고 유노조기업 노동자의 경우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무노조기업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3>에 의하면 모든 규모에서 조합원의 월 평균임금이 높고, 기업규모가 클수록 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월 평균임금 격차가 점차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명 이상의 경우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월평균 임금격차 가 1.8%인데 비해, 300명 미만에서는 30.4%로 나타났다.
노조는 전통적으로 조합원의 임금과 고용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섭 대리인이다. 노조 조합원들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단체교섭을 적용받지 못하는 동일한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조의 영향력이 점차 제한되고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사업장에서 ‘정의의 칼’로서 역할하고 있다. 조직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가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보다 낮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노조는 조직 부문에서 평등한 임금구조의 옹호자로서 전통적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Machin, 1996).
4. 분절적 노동시장과 불공정 원하청 구조
대기업의 시장독점과 불공정한 거래관계에 기인한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격차를 비롯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과도한 격차는 사회적 불평등 심 화의 기본적인 동인으로 작용한다(전병유, 2016). 또한 중소기업의 만성적 인력난과 낮은 생산성, 노동시장의 미스매치와 청년실업, 기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의 저해 등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임금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일반적으로 분절적 노동시장과 불공정한 원‧하청구조가 지적된다. 1차 노동시장(내부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외부노동시장) 간 분절성으로 인해 큰 임금격차가 초래되고, 대‧중소 기업, 원‧하청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구조는 특히 원청 대기업과 중소하청 기업들 간 지불능력의 격차를 초래하여 임금격차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에서 수요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단가후려치기, 기술탈취, 사실상의 전속거래로 인해 중간재를 생산하는 하청 중소기업들의 혁신 여력과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저생산성, 저임금으로 이어져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수출경쟁력을 가격에서 찾고 있는 대기업들은 하도급 단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수익률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하청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거나 혁신을 해도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할 여력 을 가지지 못한다.
불공정 거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임금 정체는 원청업자에서 1차 수급업체로, 다시 하위 수급업체(2차, 3차 등)로 내려갈수록 더욱 확대되고 있다. 원하청 간 노동 실태 분석 결과에 의하면, 하청기업의 임금은 2013년 총액 임금 기준으로 원청기업의 5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하청단 계가 내려갈수록 임금격차는 더욱 커지는데, 원청기업의 전체 노동자 월평균 급여를 100으로 했을 때, 1차 협력사는 52.0%, 2차 협력사는 49.9%, 3차 협력사는 42.2%에 불과하다(<표 4> 참조).
1980년대 전반에는 중소규모 사업체의 임금수준이 대규모 사업체의 90% 이상에 달하였다.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세 번의 계기를 통해 확대되었다(조성재, 2018: 한지원, 2019). 첫 번째 계기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였다. 이 시기에는 노조운동의 활성화와 3저 호황이라는 우호적 경제조건 하에서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이 지불능력이 풍부한 수출대기업에 집중되어 발생하였다. 1980년대 후반 이후 1990년 초중반 동안에는 격차 확대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는 노사관계 차원에서 보면 대기 업 노조의 선도적인 임금인상 투쟁이 중소기업 노조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시기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계기는 외환위기로 고용조정이 일상화 되면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다시 한 번 확대된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가 합법화되면서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의 해고와 고용, 노동시간, 임금에 관한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을 강화시켜 갔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노동집약적 공정을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에 외주화하고,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하청기업들에게 단가인하 등 불공정거래를 강제하였다. 하청 중소기업에서는 생산 물량이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 되었고, 이에 따른 지불능력의 제약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더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었다. 반면, 대기업은 고용조정 후 남은 소수의 정규직에게 높은 보상을 함으로써 충성도를 확보하였다. 세 번째 계기는 세계 금융위기로 이 시기 직후인 2010년에 들어서 다시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것 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앞의 과정을 더욱 심화시켰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원하청구조는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 및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결합되어 노동시장 격차를 확대시켜왔다. 노동조합이 대기업, 정규직, 남성 부문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가운데 기업별 교섭체계 하에서 양극화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 현장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적 교섭을 정점으로 해 기업들의 서열에 따라 피라미드적 패턴으로 조직된 ‘작업장 조합주의’ 체제가 형성되었다. 현재의 작업장 조합주의는 개별적 거시적 수준에서 사회경제적 조정기능이 약화되었으며 문제해결능력이 저하되었다(박준식, 2016). 이러한 가운데 기업별 노동조합은 기업 내에서 1997년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응하여왔다. 이는 대기업 조직부문 노동자의 권리 신장과 노동조건 개선, 고용안정에 기여했지만, 그에 따른 부담이 비정규직과 하청 중소기업 등 외부에 전가된 측면이 존재한다. 유노조, 무노조의 경계를 따라 기업 내부‧외부(1차‧2차) 노동시장과 유연화 수준이 크게 분절되었다(한지원, 2019).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과도한 가운데, 하청‧중소기업, 비정규직, 여성 등 취약노동계층으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의 과잉유연성과 1차 노동시장의 상대적 안전성은 고용·임금·복지 등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와 격차를 심화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격차는 단순히 1차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 즉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임금을 낮춘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기업별 노동조합 틀에서 1차 노동시장 부문에서의 안전성 포기는 모든 노동자의 과잉 유연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다. 실제 우리나라의 고용보호규제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무노조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계층에 대한 보호를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87년, 1997년, 2008년의 큰 변화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운동은 기업별 교섭을 넘어선 연대, 그리고 노조 조직화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문제는 1987년 이후 노동조합 운동이 기업별 교섭제도에 강제되었기 때문에, 사업장을 뛰어넘어 산업 및 지역, 전국차원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Ⅲ .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
노조는 개별 기업 내부와 보다 광범위하게 경제 내부에서 임금의 구조 또는 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조합은 자본의 격차가 노동자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동자를 조직하고 연대해야 하며, 노동시장 내부 격차에 대한 공정과 연대의 관점이 요구된다.
소득격차 축소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경제구조 개혁, 사회임금 확대, 시장임금 격차 축소, 산별 조직체계와 교섭체계 등 통합적 노사관계제도 구축의 측면에서 모색한다.
1. 경제구조 개혁-공정한 하도급거래구조 확립, 중소기업의 일터혁신 활성화
원청대기업과 하청기업들 사이의 격차축소가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 축소의 핵심과제이다. 단기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특히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불공정 거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 확립을 통한 지불능력 격차 축소와 더불어 기업의 경계를 넘어서 ‘동일노동 동 일임금’ 원칙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원하청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노동조합,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원청 대기업의 하청 중소기업 원가자료 요구나 노무비 조사행위, 노무비 책정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모니터링, 이에 대한 시민단체와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재벌중심의 경제블록화 해소, 기술탈취 방지를 위해 징벌적 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단가 후려치기 방지를 위한 수요독점 규제 등 경제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 간 공정경쟁 및 이익공유에 기초한 혁신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중소기업이 자체 혁신역량의 강화를 통해 지불능력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동자(노동자 대표) 참여적 일터혁신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일터혁신은 기업경쟁력 강화와 노동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용과 노사관계를 매개하는 핵심변수로써 노사정이 일터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일터혁신을 국가혁신시스템의 중심적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노동조합들 역시 노동자의 자율적 참여와 노동의 인간화가 실현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 참여하고 있다.
2. 사회임금의 확대
노동조합은 두터운 사회안전망에 기초한 높은 수준의 노동시장 통합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강화를 통해 사회임금을 높임으로써 시장임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재취업까지 충분한 실업급여와 재교육의 제공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강화를 통해 직장안전성을 넘어 노동시장 안전성을 강화하도록해야 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요과제로 한국노총은 ‘선(先)공평과제-후(後)보편 과세’를 제안하고 있다. 자본과세 및 누진증세를 단기과제로 추진하면서 중 장기적으로 보편과세 추진을 위해 중산층을 포함하는 모든 계층의 전반적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구체적 사항을 노동시민사회가 함께 준비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운동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3. 시장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연대임금전략
노동조합은 임금격차를 줄이는 노동시장 제도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시장임금 격차 축소를 위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하한을 올리는 최저임금 및 생활임금 인상 노력과 함께 분배중심의 교섭을 통합교섭으로 전환하고 연대임금의 실천이 필요하다. 연대임금전략은 노동자 간 임금격차를 축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전반적 교섭력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꾸준히 연대임금전략이 논의되어왔다.
원하청 간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원청 대기업 노사가 새로운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원하청 노동자 간 상 생협약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정액임금인상이나 고용형태별 임금인상률 조정과 더불어 노동자 간 임금‧복지 격차축소를 위해 노동조합 또는 노사 공동으로 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원·하청 불공정 거래구조에 기인하는 노동시장 내 불평 등과 양극화 축소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노동자가 공유하는 원·하청 공동근로복지 기금의 조성 및 운영을 제안했다. 이는 노사 분담을 전제로 임금인상분의 일정비율을 출연하는 것으로 지역사회 내 대기업(내지 중견기업)이 중심이 되고 (하청)중소기업을 묶어 ‘연합형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의 대표적 사례가 SK이노베이션이다. 화학노련 산하 SK이노베이션노조는 2017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해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월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적립하여 ‘1%행복나눔기금’을 조성했다. 2019년 말까지 107억 2천만 원이 적립되었는데 이 가운데 97억 원을 협력사 상생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사용하였다. 기금의 절반은 협력사에 전달하여 하청 노동자를 위해 사용한다. 2020년의 경우 1월 28일 기금 전달식을 열고 60 여 개 협력사 4421명에게 23억6000만 원을 전달했다. 노동자 간 임금‧복지 격차 축소를 위해 대기업 노사가 공동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것 이다.
또한 산별단위에서 노동자 간 격차 완화를 위해 (재)공공상생연대기금(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우분투재단(사무금융노조) 등 다양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사회연대기금의 주 목적인 노동자 간 격차축소를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평등을 실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노조의 임단협은 조합원의 임금극대화를 중심으로 한 분배교섭에서 임금평준화 및 통합교섭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산 별차원의 연대기금을 통해 해당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산업별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임금격차 축소는 사회연대기금보다는 산별교섭이나 전국적 교섭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4. 연대와 참여의 통합적 노사관계제도 구축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연대와 참여가 가능한 통합적 노사관계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임금격차 축소는 노조 조직률 및 단체 협약 적용률 확대,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체계를 통한 산업‧업종 등 초기업단 위의 교섭과 협의, 조정의 강화를 통해 촉진할 수 있다.
12.3%라는 낮은 조직률과 낮은 단체협약 적용률, 기업별 교섭구조로는 지불여력과 교섭력있는 조직부문과 여타 부문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며, 노동자의 이해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어렵다.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은 임금분산을 형성하는 노조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요인인데,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의 하락은 소득불평등이 빠르게 확대되는 데 기여해왔다. 교섭구조 또한 임금격차 축소에 영향을 미치는데, 조정된 단체교섭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호주)은 분산적 교섭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영국, 미국)보다 불평등도가 낮다.
노동조합은 기업단위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재정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산별노조 등 초기 업단위 노동조합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하청·중소기업,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 등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조직체계이다. 이와 더불어 광범위한 미조직 비노조부문의 노동자대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2차 노동시장 취약계층‧미조직 노동자 이해대변을 위해 한국형 노동회의소의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새로운 권리이고, 노동자의 권리이며, 새로운 정신 체”이다(Webb, 1897). 노동조합을 통하여 개인의 운명을 향상시 킬 뿐 아니라 개인의 희생과 연대를 통하여 집단의 존재를 깨닫게 함으로써 개인의 권리와 집단의 권리가 구분되지 않도록 한다. 또한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의식이 생겨난 다. 즉, 새로운 법적기구, 새로운 행동의 원칙, 새로운 희생과 연대의 동기, 새로운 성장 및 투쟁의 도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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