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산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부장
MZ세대 공무원, 이제 공무원사회의 대세
MZ세대,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중반부터 2010년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로 현재 1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의 청년층으로 디지털 환경(스마트폰, 플랫폼 등)에 친숙한 세대를 일컫는다.
공무원사회에서 MZ세대 분포는 광범위하다. 공무원연금가입자 현황(2021년 12월 말 기준)을 살펴보면, 전체 126만 공무원 중 65만 명(18세~42세)이 MZ세대 공무원으로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공무원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부터는 Z세대로 불리는 연령대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전체 50% 중 절반은 10년 미만의 Z세대 재직자들이다. 바야흐로 공무원사회에서 MZ세대는 말 그대로 ‘대세’로 부상했고, 사실상 세대 전환(베이비부머 → MZ)이 이뤄졌다. MZ세대가 대세로 떠올랐다는 말은 공무원 사회구조가 변화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들의 문제가 곧 공무원 노사관계의 핵심 문제로 대두된다는 것을 뜻한다.
공무원 임금의 적정성, 과연 적정한가?
공무원 임금의 성격은 민간임금과 달리 공공부문(특히 정부부문)의 제도적·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는 ‘정치적 상황성(political contingency)’1)을 통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정부부문에서 공무원 임금 결정과 인상률의 결정은 공공부문 전체의 임금 척도로 활용되며, 공기업·공공기관·금융산업 전반까지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 등이 공무원 임금 결정에 있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준은 ‘민관 대등의 원칙(prevailing wage principle)’으로 그 적정성을 측정해 공무원사회 내·외적 동기부여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한국 공무원사회의 경우, 공무원법(국가공무원법 46조 2항, 지방공무원법 44조 2항)에서 “공무원 보수는 일반 표준생계비, 물가수준,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되, 민간 부문의 임금수준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보수 결정 원칙으로 민관 대등의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임금의 ‘정치적 상황성’을 고려하기 위한 기구로서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존재(만)2)하고 있으며, 그 적정성의 측정은 인사혁신처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연구 수탁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2021)3)에 따르면 공무원 보수는 실질임금의 보전, 민관 대등 원칙하에 “실질임금이 보전되는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되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민관보수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적정한가? 누구를 위한 적정성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적정성은 균열을 넘어 올해 처참하게 깨졌다. 단연코 공무원 노사관계의 핵심 문제는 “공무원사회를 받치고 있는 MZ세대들의 실질임금을 어떻게 상승시킬 것인가?”이다. MZ세대가 유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공무원 임금의 민관 접근률을 살펴보자. 이 지표는 민간 대비 100%에 가까울수록 격차 수준이 줄어든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기서 민간의 기준은 직무유사성을 고려해 100인 이상의 관리·전문·사무직으로 설정된다. 공무원 임금 민·관 비교 수치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사회경제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우선 지표상의 해석은 2004년 95.9%를 최대 정점으로 2010년까지 민·관 임금 격차가 점차 확대되었다. 2011년~2019년까지는 평균 약 84%를 유지하는 안정기(?)를 보이다 2022년에 최저치인 82.3%를 기록했다. 82.3%라는 수치는 공무원 노사관계 형성 이후 역대 최저치로 이 기록만으로도 2023년 공무원 노동조합운동의 기조를 새로 써야 할 만큼 심각한 수치다. 그렇다면 90% 이상의 접근률을 기록한 2001~2006년, 그리고 2020년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아래 2000년대 이후 공무원임금인상률 도표를 살펴보자.
2001~2006년 공무원임금인상률 평균은 2.36%, 2020년은 2.8%다. 전자는 IMF 이후 엄혹한 경제환경을 극복하던 시기로 내수경제의 장기 침체가 유지되는 상황에 민간 소득변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고용(실업)이 주요한 노동현안이 되었던 시기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후자는 2019~2022년까지 지속된 코로나19로 내수시장(특히 자영업)이 급격하게 얼어붙던 시기다. 반대로 공무원임금인상률이 5.1%로 가장 높았던 2011년 민·관 임금접근률은 85.2%에 그쳤다.
이때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2008~2010년 기간 동안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당시 정부는 금융재정안정화를 위한 임금동결을 공공부문에서 선도했고, 이듬해인 2011년 동결된 인상률을 반영한 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90% 이상의 민관 임금비교 접근률은 내부 요인인 공무원임금인상률의 영향보다는 상대적으로 외부 요인인 민간임금의 경제적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공무원 임금이 민간임금의 90% 이상으로 접근했다고 해서 공무원 임금이 높아졌다고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MZ세대 일반직 공무원, 신규 공무원의 임금수준
올해 공무원 임금 민·관 비교접근률 82.3%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평균 추정치에 숨겨져 있는 직종별 임금 수준, 특히 MZ세대 공무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직’ 공무원의 임금수준의 적정성이다. 아래 표를 살펴보면 2022년 82.3%는 일반직, 경찰직, 교육(교원)직을 포괄하는 광의적 의미에서의 전체 공무원을 일컫는다. 즉, 전체 공무원은 전반적으로 민간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약 17.7% 정도 낮은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일반직 공무원’은 이보다 7.7% 더 낮은 약 25.4%의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이마저도 일반직 공무원 평균을 비교한 수치다.
이 지점에서 부분별 조사인 일반직 공무원 중 대졸 이상의 학력별 민관 임금 격차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6~2015년까지의 일반직 공무원과 대졸 이상 일반직 공무원의 민·관 임금접근률 평균치는 각각 79.7%, 69.8%로 9.9% 수준으로 더 낮게 나타난다.
흥미로운 지점은 2006년 이후 대졸 이상 일반직 공무원의 접근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2016년 이후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서는 누락되거나 그 내용이 빠졌다. 왜일까? 공무원사회에 점차 MZ세대의 분포가 확대되어가는 상황에서 학력 수준 역시 대졸 이상 분포가 많아지면서 민간 대졸 이상과의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통계적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대졸 이상과의 비교 자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론적으로 2023년 MZ세대 일반직 공무원의 대다수는 대졸 이상의 학력인 점을 감안한다면, 민간노동자와의 임금 격차는 25.4%에 그치지 않고 9.9%를 더 보태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MZ세대 9급 공무원, 신규 공무원은 어떨까?
공무원 임금 구성 중 기본급은 직급별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계급적 성격을 띤다. 그 중 9급 1호봉은 이 호봉테이블에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민간부문에 최저임금이 있다면, 공무원 임금의 최저임금은 9급 1호봉인 것이다. 위 그림은 2000년대부터 최저임금과 9급 1호봉의 추이를 비교한 도표이다. 눈으로 확인 가능하듯, 이 추이는 공무원의 9급 1호봉 임금 산정기준이 민간의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해 결정되어왔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9급 1호봉의 임금수준은 2017년까지도 최저임금을 상회하거나 매우 좁은 격차(-3만원 선)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점차 역전되어 최저임금과 9급 1호봉의 격차는 올해 역대 최대치로 최저임금 월액보다 -23만원 이상 차이로 벌어졌다. 민간 최저임금은 월급 200만원 시대를 열었으나, 공무원 9급 1호봉은 18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 밑에 9급 공무원’이라는 말은 2018년 때부터 유효한 구호가 되어버렸다. 이 23만원을 민간기준 노동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약 24시간이며, 신규 9급 공무원은 최저임금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은 월급으로 3일 더 일하고 있는 것이자 1년으로 따지면 36일(한달 반) 더 일하고 있는 셈이 된다.
-23만원의 격차는 기본급 인상의 주요 변수인 공무원 임금인상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의 누계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2018년 이후 6년 동안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약 11.7% 오른 것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같은 기간 49.3%나 올랐다. 두 인상률의 결정적인 차이는 물가인상률의 반영이다. 공무원 임금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않고, 가장 극단적으로 통제되는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종합해볼 때, 2022년 기준 공무원 임금과 민·관 임금수준은 ‘전체 공무원(82.3%) ⊃ 일반직 공무원(74.6%) ⊃ MZ세대 일반직 공무원(64.7%, 이값은 필자 추정치) ⊃ 신규(9급) 공무원(최저임금과 비교)’이라는 대략적인 벤다이어그램 도식화가 가능하다. 이 도식화를 해석하자면, MZ세대 신규(9급) 공무원은 최저임금알바생들과 막상막하를 다투는 비교 대상이 되어버렸다. 또한 근속년수가 평균에 도달한 일반직 공무원들의 처우는 민·관 임금비교로 공개된 접근률보다 더 열악하다는 점이다.
공무원 임금, 통제와 억압의 기제
공무원 임금의 적정성을 살펴보는 민·관 임금수준 비교를 하면 할수록 공무원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MZ세대 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가늠할 수 있다. 대다수 현장 최일선에 배치되어 있는 MZ세대 공무원들은 대국민 공공서비스 분야를 망라하는 행정·민원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고, 야근이 일상적으로 고착화 되어 있는 업무환경에 위계적인 조직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하박한 기본급 임금구조로 인해 초과근무수당이라는 임금 외 임금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업무과로(사)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정부가 말하는 공무원 임금의 적정성은 깨진지 너무 오래되었으며, 오히려 통제와 억압의 기제로 작동해 평균값 속에 그 열악한 처우를 숨겨놓고 있다. 이제 공무원 임금의 정치적 상황성을 공무원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잡아 그 방향성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 20여 년에 걸친 통제와 억압의 장치기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지 않으면, 공무원 사회구조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미 5년 미만 재직자들의 이퇴직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하위직 공무원들의 실질임금 상승을 위한 ‘기본급 인상’을 대전제로 한 기본급과 연동된 임금 외 임금5)에 대해서까지 진지한 투쟁과 성찰이 필요하다.
<미주>
1) ‘정치적 상황성’ 개념은 민간 대비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하지만 결국 정치적 상황성을 통해 공공부문의 행위논리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운영 규칙, 정부부처의 개입, 정당정책, 대중여론, 여타 국가기구들의 요구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공공부문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의해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Batstone, et al., 1984; 홍주환 외, 2001).
2) 실질적인 공무원 임금인상 결정은 기획재정부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3) 인사혁신처는 지금까지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 수탁기관으로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한국조사연구학회 등을 선정해왔으며, 최근 5년 동안 연구기관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다.
4) 공무원 임금항목 중 직급보조비를 기본급(즉 최저임금과 동일한 성격)으로 볼 것인가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이 항목에서는 제외함.
5) 공무원 초과근무(비상근무 포괄)는 민간과 달리 1/3 수준으로 책정되어 오랫동안 지급되어 오고 있다. 정부는 과도한 초과근무와 이로부터 발생되는 수당에 대한 강압적 통제(근로기준법 적용을 안받는다는 이유로)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필수업무로서의 초과근무에 대한 현실화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