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한국노총 조직본부 선임차장
Q: 지부 및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 깅상철 위원장, [사] 양창우 사무국장
[위] CJ제일제당노동조합은 2022년 3월 7일, 진천BC 사업장을 본조로 설립됐습니다. 통보식 임금인상, 높은 퇴사율 등을 보며 노조 설립을 고민했고, 당시 한국노총 이상진 조직확대본부장님을 만나 노조 설립을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전국식품산업노련에 가입해 설립부터 단체교섭 체결까지 많은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사] 노조 설립 당시 민주노총 측과도 접촉했습니다. 당시 민주노총이 CJ대한통운 파업을 하고 있어, 조합원들 여론이 상급단체 결정에 영향을 미쳤어요. 또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형태다 보니 결정에 있어 위원장과 조직 의사가 100% 보장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있어서 한국노총을 택하게 됐습니다.
Q: CJ제일제당은 70년 무노조였다. 노조 설립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 안그래도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았기 때문에, 초동모임을 네 명이 구성해, 약 4개월간 노조 설립을 비밀리에 준비하면서 많은 전략을 짰습니다. 노조 활동이 대면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초반에 그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위] 타이밍이 잘 맞았습니다. 제가 92년 입사할 당시부터 노조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했어요. 그래서 시작해볼까 했는데 그때마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진천BC 사업장에 오고 노조 설립을 고민하던 양 사무국장과 유민주 동지를 만나면서 설립하게 됐죠.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예상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노조 가입 독려 선전전
Q: CJ제일제당노조은 작년 3월 설립 이후 부당노동행위 대응, 파업 등 짧은 시간 안에 상당히 많은 이슈가 있었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대응해나갔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총파업 결의에 조합원의 96%가 찬성했고, 조합원의 파업 참여를 독려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고 싶어요.
[사] 익명성을 보장한 파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조합원에게 집행부가 확신을 줘야 합니다.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인 승리 플랜을 세워서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해요.
파업은 굵고 짧게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하나, 저희는 익명 가입인 이상 동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반대로 했어요. 장기적으로 보고 게릴라처럼 자잘하게 파업을 했어요. 익명성을 보장해도 최소 10% 이상은 파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했습니다. 10%의 참여로 사측을 흔들 장기 플랜을 짠거죠. 익명성이 보장돼있으면 회사는 조합원이 몇 명인지를 모르고, 파업의 규모도 당연히 몰라요. 그런 상황에서 계속 인원과 날짜를 변동하면서 파업을 하면서 회사가 대체인력, 물량계획 등 대응을 세우기 어렵게 만드는 겁니다.
[위] 재밌는 점은 첫 파업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김치공장에서 약 100명이 저를 믿고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러다가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니까 심리적 압박 때문에 두 번째는 20명만 참여를 했어요. 그런데 돌연 피자 공장, 대의원이 있는 다른 공장에서 파업을 하니 사측이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소수긴 하지만 점점 옆으로 확장되어 가는 형국이었던 거죠. 각 공장에 있는 대의원들이 역할을 잘해주신 덕도 컸습니다. 또 양 사무국장이 이런 전략들을 수립하기 위해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양 사무국장과 만남이 제겐 아주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사] 정말 많은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방침과 전략을 사전에 수립하고 변화가 있으면 즉각 회의를 개최해 계획을 수정하고 항상 변수를 고려했었습니다. 오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상 걱정하고 대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본사 앞 노조 투쟁 결의대회
Q: 각 공장에서 대의원들이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해주셨네요. 대의원들과 어떻게 소통했나요?
[사] 여건상 우리 노조도 카톡 단톡방밖에 소통 창구가 없습니다. 대신 통화등 개별 접촉도 여러 번 합니다. 대의원들이 질문하면 피드백도 최대한 빨리 해드리고요. 그러다 보니 대의원들도 문의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전화를 합니다. 아무래도 글과 말의 소통이 다르다 보니 통화하며 신뢰가 빨리 형성됐습니다. 또 집행부가 대의원에게 신뢰를 주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 덕인지 감사하게도 대의원들이 본인이 소속된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세요.
[위] 또 대의원 각자가 평소 품행이 워낙 바르다 보니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해도 회사에서 징계를 내릴만한 흠도 없고, 조합원분들도 대의원을 믿고 따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신생노조로 재원이 많지 않았을 텐데 파업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은 없었나요?
[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6개월 동안 교섭을 진행하며 조합비를 안 받았었어요. 그동안 저와 사무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사비를 좀 많이 썼습니다. 쟁의권을 획득하면서 조합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 당시 고민하다가 국민 간식인 치킨값 2만 원을 기준으로 조합비를 책정했습니다. 그것도 적은 금액이라서 돈을 굉장히 아꼈어요. 회의하면서 마시는 커피도 각자 지출하고, 짜장면 먹으러 가도 제가 탕수육 한 번 못 샀어요.(웃음) 탕수육 하나가 2만 7천 원이니까 조합비 한 달 치가 사라지잖아요. 근데 집행부가 이렇게 감수한다는 걸 조합원들이 더 잘 알아주더라고요. 조합비를 받지 않는 6개월간 조합비 어떻게 내는지 문의가 정말 많았습니다. 믿어주시는 만큼, 저희도 CMS로 받은 조합비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조합원에게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Q: 첫 시작부터 쉽지 않은 길을 무사히 잘 걸어온 입장으로써,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 설립 후 파업을 고민하는 신생노조에 선배로서 할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 첫번째로 단협 체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초반에는 조합원들에게 모든 상황에서 사진, 녹음, 동영상 촬영을 3대 원칙으로 공개했어요. 통화녹음 방법도 알려주고 낌새 이상하다 싶으면 녹음하고, 피해망상일까 생각될 정도로 챙기라고 당부했어요. 실제로 그런 것들이 법의 결정적인 증거로 쌓여서 부당노동행위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 오랜 시간 무노조인 사업장의 맹점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경각심 혹은 직원 교육이 제대로 없다는 점입니다. 또 회사는 노조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이고 배타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노조의 쟁의행위는 불법 파업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만화를 부착하거나 사내방송을 1, 2탄까지 만들어서 일주일 내내 틀기도 했습니다.
[사] 둘째로 노동조합 설립부터 10년, 15년 장기계획을 짰습니다. 무노조 경영 기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회사의 탄압에 두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그런 분위기에 덜 적응된 낮은 직급(T1, T2) 그리고 MZ 세대 위주로 초점을 맞춰 조직화했습니다. 회사 직원 70%가 신입사원이라는 점도 고려했죠. 그 인원들이 향후 10년이 지나면 노동조합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될 것이고, 노조도 더욱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신생노조가 장기계획을 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 두 가지의 장기계획으로도 노조 운영의 지속성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전략은 조합원 전체 단톡방을 개설하지 않았습니다. 참석자에 대한 신분 보장도 어렵고,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채팅창에 들어오면 위험이 커지리라 생각했거든요. 대신 소통 창구로 카카오 채널을 개설해 집행부와 조합원이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도 1:1로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위] 마지막으로 실패와 성공까지 고려한 출구전략이 없는 파업은 노동조합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는 의욕만으로 하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항상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에 맞는 단결력과 출구전략을 가질 수 있도록 앞서 고민하시면 좋겠습니다.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단협 체결 자체도 중요하지만, 조합 활동을 보장받고 합리적인 조직 활동을 위한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노조 가입 독려 선전전
Q: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금 내·외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위] 임금피크제 폐지, 직급별 연봉 상한 폐지, 창립기념일 대체 공휴일 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단협안으로 제시했던 내용 중에 쉽고 우선 해결할 과제를 회사가 먼저 받아들였습니다.
[사] 내부적으론 간부들의 성장이 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회의는 격렬하고 치열하게, 회의를 통해 위원장님이 내린 결정에 대해선 군말 없이 따른다는 게 모토였어요. 회의가 치열해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면 각자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준비가 안 되면 애초에 대화가 안될 정도로 냉혹하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집행부도 경험이 늘고 리스크와 리턴 등 현실적인 고민을 하며 성장했죠.
Q: 향후 목표 및 계획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사]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일단 임금체계 개편이 목표입니다.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저 고과인 직원 임금을 동결 혹은 아주 낮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합니다. 일의 강도나 수준이 비슷한 생산직에서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사무직 같은 경우 최하위 고과를 받게 되면 연봉이 –5%가 되기도 합니다. 연봉이 높은 고 연차에게 저 고과를 적용해 임금인상률을 저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적용에서도 최저 기준을 만드는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직원들도 안정적인 임금을 받고 대략 본인이 미래에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겠다는 예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성과연봉제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성과연봉제와 호봉제의 장점을 최대한 결합하고 단점은 보완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위] 이런 임금체계 개편 외에도 명절 상여, 하계휴가, 포괄임금제 폐지 등 한번에는 어렵더라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조합원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