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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온] 사선을 넘어서

항공노련 KCND(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노동조합 인터뷰(임영태 위원장, 이주하 사무국장, 이경식 조직국장)

등록일 2021년05월21일 09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

 

2020년 12월, 대한항공이 기내식사업을 매각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기사는 향후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앞으로 또 어떤 자산을 매각할지, 이번 매각을 통해 총 얼마의 현금을 확보했는지만 얘기할 뿐, 매각 뒤편의 노동자에 대한 소식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매각’이라는 큰 고난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노동자들’, KCND노동조합을 만나보았다.

 

※ 해당 인터뷰에서 인물별 답변 내용은 위원장은 [위], 사무국장은 [사], 조직국장은 [조]로 표현했다.

 


왼쪽부터 임영태 위원장과 이주하 사무국장

 

Q: 안녕하세요, 노동조합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위] 안녕하세요, KCND노동조합 위원장 임영태입니다. KCND노동조합은 작년 12월 24일 설립됐습니다. 원래는 대한항공 소속이었는데, 작년에 갑작스럽게 매각되면서 노동조합 필요성을 실감해 설립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각종 외항사에 들어가는 기내식과 면세품 및 기내에서 사용하는 기용품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기내식을 직접 만드는 일이 다른 분들에겐 꽤나 생소할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는 건가요?

 

A: [조] 기내식을 만들기 위해선 굉장히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위원장님과 사무국장님도 조리를 담당하고 계시는데, 세계 모든 음식들을 다 접해보고 연구하면서 기내식 메뉴 구성을 고민합니다. 또 요즘에는 당뇨식, 채식 등 굉장히 다양한 옵션의 기내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고려해야 하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저희가 음식을 고려할 때 ‘맛’을 최우선으로 두잖아요? 기내식은 제조 후 몇 시간이 지나 서빙되기 때문에 ‘위생’을 1차적 목표로 둡니다. 관련해 해썹(HACCP) 인증도 받고, 기내식 생산공장에 들어가 보시면 정말 바닥에 먼지 한 점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어요.

 

[사] 대통령 해외순방 때 동행을 하고 각 순방지마다 현지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순방 일정동안 각 국가별로 현지 시장을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직접 구해 기내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Q: 기내식을 접하면서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점들인데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신기하네요. 이번에는 다소 마음이 무거운 질문인데요, 작년에 진행됐던 매각과 관련해 여쭙고자 합니다.

 

A: [위] 작년 여름에 대한항공이 갑작스럽게 기내식사업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해 직원들끼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그리고 즉각 매각반대에 대한 투쟁에 들어갔죠.

 

[조] 저희는 그걸 ‘사선을 넘어서’라고 표현합니다.

 

[위] 네, 진짜 사선을 넘는 마음으로 투쟁했어요. 작년 여름 정말 더웠는데 그 땡볕과 폭우속에서 직원들이 다 같이 매각 반대를 외쳤었습니다. 설령 매각이 되더라도 우리 처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희 조직국장님처럼 몇 십 년을 일하신 분들도 그렇고 항공사라는 꿈을 안고 엄청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우리 주니어 직원들도 그렇고… 모든 직원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죠.

 

[조] 그때만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납니다. 몇 개월 흐른 일인데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요. 저희는 정말로 대한항공을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일했어요. 24시간 내내 3교대로 나와서 기내식 만들고, 밤에도 회사가 필요하다 하면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서 출근하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버림을 당하니까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간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프라이드도 굉장히 컸었거든요.

 

[위] 사실 매각 과정도 직원들에게 매우 큰 상처였습니다. 직원들은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하다가 갑자기 ‘매각’ 기사를 확인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사측에 물어보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고, 다시 언론에 노출돼서 물어도 회사는 부정하고. 결국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하루 아침에 매각을 당한 겁니다.

 

[사]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회사가 진짜 어려우니까, 매각되는 건 너무나 슬프지만 우리로 인해 조금이나마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회사가 힘들어서 매각한다더니 이후에 바로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배신감이 들었죠.

 

[위] 첫 번째 질문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투쟁 과정에서 한앤컴퍼니와 직접 대면할 것을 요청하여 만났습니다. 저희들의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니, “법적인 단체가 아니라서 당신들의 말을 들어줄 의무가 없다. 나중에 직원 대표와 추후 협의해 나가겠다”는 얘기를 듣고, ‘노동조합이 필요하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최종 매각 후, 남아있는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겁니다.

 

Q: 매각된 후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A: [위] 저희가 매각 전에 전체 직원이 임원까지 포함해 234명이었습니다. 매각 후 전적을 하지 않은 직원 40명이 대한항공 본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분들이 짐을 싸서 떠나는 날 정말 직원 모두가 눈물바다가 됐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갑자기 헤어지게 된거죠.

 

대한항공 전체 직원이 2만여 명이었다가 갑자기 직원 수가 감소하면서 노동조합 운영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무리 조직화를 해도 받을 수 있는 타임오프가 한정돼 있다보니 지금 사무국장님, 조직국장님도 노조 활동과 본인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조] 문제는 저희가 사모펀드에 팔리다 보니 언젠가는 후배들이 다시 한 번 이런 처지를 겪을 것이 걱정됩니다. 사모펀드는 자산가치를 높여서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고 되파는 것이 목표일테니까요.

 

Q: 노동환경이나 처우 측면에서는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요?

 

A: [위] 기존 처우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없습니다만, 예전에 저희가 자각하지 못했던 대한항공에서만 누릴 수 있는 복지혜택들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물론 복지포인트를 신설하여 보상을 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항공권, 사원아파트, 자가보험(실손보험 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보험혜택) 등이 있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한 타격도 상당하셨을 것 같아요.

 

A: [사] 저희가 원래 하루에 기내식을 8만 식을 담당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 순식간에 하루 4,000식으로 수량이 줄었습니다.

 

[위] 코로나 전 여름 성수기 시즌에는 최대 9만 식까지도 담당했었습니다. 2019년도 말까지만 해도 이 건물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넘쳐났어요. 저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이가 옮겠다.’라고 표현할 정도였죠. 지금은 보시다시피 굉장히 썰렁해요. 저희뿐만 아니라 생산을 담당하는 외주업체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산업 노동조합들과도 많이 연대하셨을 것 같습니다.

 

A: [위] 매각 결정 후 집회할 때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함께 와서 힘을 보태줬었습니다. 지금도 항공노련에 수시로 방문하면서 단체교섭이나 대응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KCND가 담당하고 있는 항공사들

 

Q: 심적으로 힘든 질문들이었음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노동조합의 목표 혹은 계획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조] 저는 조직국장이다보니 조직확대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금 조직률이 85% 정도인데 100%를 달성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사] 저는 아무래도 정상화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조합원분들이 매각 과정에서 상당한 상처를 받았잖아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전과 똑같은 상태까지는 못하더라도 일련의 성과를 통해 조합원들의 상처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위] 인터뷰가 전반적으로 너무 어둡지 않았나 걱정이 되네요. 지금의 가장 큰 목표는 아픔을 겪었던 직원들이 더 이상 상실감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단체협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외부에서 보기에도 ‘매각됐다고 들었는데 되게 처우가 좋네?’라고 부러워할 만큼 지속적으로 노동환경를 개선하고 조합원들의 혜택을 높이고자 합니다. 물론 매각으로 인한 상실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을 통해 조합원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또한 지금은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인해 노와 사가 모두 힘든 상황입니다. 코로나가 종식돼서 사업량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 밤 잠자리에 듭니다.

 

특히 저희 대한항공씨앤디노동조합의 향후 목표는 노와 사가 불필요한 대립 없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회사를 구성하는 직원들의 처우도 같이 동반 상향되는 것입니다. 저희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노와 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 끊임없이 경주해 나아갈 것입니다.

박주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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