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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변화를 꿈꾸며

뉴니온 인터뷰 :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택배산업본부 임성택 본부장, 최승환 사무국장

등록일 2021년06월14일 08시4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며 택배물량은 2020년 기준 16억 개에 이른다. 이처럼 누구나 택배서비스를 누리고 있지만, 물건이 포장되고 집 앞에 배송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번 뉴니온 인터뷰는 택배노동자 중 하나인 ‘동승’의 업무를 직접 체험하며 목격한 택배 현장과 택배산업본부의 인터뷰를 함께 담았다.

※ 해당 인터뷰에서 인물별 답변 내용은 임성택 본부장은 [본], 최승환 사무국장은 [사]로 표현했다.

 


 

월요일 아침, 휠소터1)로 분류된 택배물품들이 레일 위에서 담당 집배송기사(SM)에게 빠르게 전달된다. 월요일은 상대적으로 택배물량이 적은 날로, SM을 돕는 분류인력들이 쉬는 날이라 대리점이 한결 여유로운 편이라고 최승환 사무국장은 말했다.

 

[사] CJ택배는 전체적으로 휠소터가 있어서 작업환경이 훨씬 좋은 편이에요. 분류기기가 없는 롯데, 한진, 로젠 같은 경우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SM이 해당 작업까지 담당해 작업량과 시간이 배로 늘어나게 되죠. 업무 시설뿐만 아니라 편의시설도 열악한 데가 정말 많아서 저희 본부는 택배 노동자들의 시설환경 개선을 제일 우선 해결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한 예로 택배 노동 시설이 남성 위주로 갖춰져서 사회적대화 이후에 대거 투입되고 있는 분류노동자는 가방 둘 데조차 없습니다. 캐비넷 하나만 두면 해결될 일인데 현실은 이런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설립된 전국택배연합노동조합은 다음 해 2월 조직형태변경을 통해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로 가입했다. 택산본부는 SM뿐만 아니라 OP, 분류, 동승 등 모든 형태의 택배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에 와닿는 노동환경 및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택산본부는 강원지역을 시작으로 김천, 안성, 광주, 춘천 등 적극적인 조직화를 실시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사용자와 위수탁계약서를 맺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집행부는 생계를 위한 택배업무와 노동조합 활동을 병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동선과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아파트에 진입 전 동과 층수를 고려해 택배물품을 분류하고 있는 임성택 본부장

 

임성택 본부장의 동승자로 처음 도착한 곳은 아파트였다. 택배차 내 물품 정리, 수레에 짐을 싣는 방법 등 소소해 보이는 모든 과정에 나름의 노하우와 기술이 담겨있었다. 동과 호수에 따른 줄 세우기가 끝나면 시간절약과 동선 최소화를 위해 가능한 많은 짐을 수레에 싣는다. 그리고 첫 배송 층수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부터, 집배송 기사들의 스프린트(단거리를 전력으로 달리는 일)가 시작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엄청난 속도로 배송을 하고 반송물품을 챙긴다. 주민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도 너무 오래 잡아두면 안되기 때문에 올라타자마자 가야 할 다음 층들을 누르고 매층마다 단거리 달리기를 계속하는 셈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이어트엔 택배가 최고다’라고 웃는 임 본부장은 부부가 함께 배송업무를 하는 동승이 있기에 그나마 이만큼 해낼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본] 택배산업에서 부부가 함께 집배송을 하는 동승체제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동선이 동일한, 개별 배송 구역을 받기 때문에 한 차량으로 두 배의 물량을 해낼 수 있어요. 최근 부부가 함께 택배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어요. 택배업이 몸이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만 하면 괜찮은 소득을 보장해 주거든요. 그러다보니 택배업 시작하신 분들이 가족들한테도 많이 권하면서 아내, 동생, 형님 등 가족이 함께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죠.

 

실제로 CJ 택배기사 2만여명 중 부부를 포함해 가족과 함께 일하는 택배기사는 4천여명에 달한다. 초기에는 물량이 많은 날 일손을 돕는 형태가 많았으나 담당 구역과 물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구역을 나눠 본격적으로 일하는 동승체제가 택배산업 내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다음 배송지에서 물품내역을 보던 임 본부장이 작은 한숨을 내쉰다. 착불 물량이 있는 것이다. 수신자에게 연락을 하지만, 집에 없는 경우엔 택배기사가 먼저 착불금액을 부담하고 향후 계좌이체로 받기도 한다.

 

[본] 아닌 분이 더 많지만 정말 2,500원에 목숨거시는 분들이 있어요. ‘보내준다, 보내준다’ 말만하고 보내주지 않으면 결국 착불비용은 고스란히 택배노동자들이 부담하게 돼요.

 

착불뿐만 아니라 분실, 파손 등 제대로 배송을 완료했음에도 집배송 기사가 부당하게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있다. 택산본부는 배송 과정뿐만 아니라 무리한 배송과 같은 기사들의 어려움에는 원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본] 대리점측에서 우리 요구를 들어주는 것엔 한계가 있어요. 사실 원청의 택배 배송 매뉴얼을 곧이 곧대로 따르면 하루에 택배를 받아볼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될 겁니다. 택배기사가 수령인을 만나고, 주민등록증과 얼굴대조 등 본인확인을 하고 물건을 전해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현실상 불가능하죠. 택배기사는 집 앞에 배송을 완료하고도 물건이 없어지면, 후속 대처를 안했다는 이유로 해당 금액을 배상해야 합니다. 착불 문제도, 파손이 언제 됐는지의 문제도, 원청은 기사들에게 물건을 보내는 것까지만 담당하고 그 이후부터는 본인들 물건이 아니니 기사들이 모두 책임지라는 입장입니다. 일절 손해를 안 보려는 거죠. 과로사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택배노동자들이 본인들 물건 나르다가 그렇게 된 일인데도 직접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거죠.

 

[사] 원청에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해야 할 사항이 쿠팡, 옥션, 스마일배송, 홈쇼핑 같은 대기업과의 배송 거래입니다. 물품이 휠쇼터를 지나올 때 크기에 따라 배송금액이 자동으로 변경되게 되어 있어요. 근데 쿠팡과 같은 대기업들은 엄청난 물량을 주는 대신 크기에 상관없이 1,200원으로 배송단가 통일을 협상합니다. 그럼 기사는 최저보장 비용 700원 받고 부피가 큰 물건을 맡게 되죠. 이것 때문에 용차를 한 대 더 쓰기도 하고 노동강도도 더 세져요. 엄청 낮은 배송 단가에 매트리스, 창문형 에어컨 등 별 제품이 다 옵니다. 특히 홈쇼핑이 심해요. 본래 물건이 20㎏을 넘게 되면 화물로 취급됩니다. 근데 23~24㎏ 나가는 것들을 은근슬쩍 본사에서 물량으로 내려요. 택배기사들은 1,000원 더 준다 하니 하긴 하는데, 사실 이런 것들은 원청에서 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GS홈쇼핑은 당일배송이 원칙이라서 물건 내려온 날 바로 배송이 안되면 기사들한테 1,000원 벌금이 부과돼요. 앞으로 부피, 무게에 따른 단가 변경뿐만 아니라 이런 불합리함을 없애야 합니다.

 

[본] 본래 생수도 처음에는 1.2리터짜리 9개까지 허용됐어요. 그게 정말 무거워서 들고 6층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면 죽어요. 그래서 기사들이 자꾸 추가송장 달라 하니까 물도 6개까지만 허용하는 걸로 변경됐어요. 그런데 최근 (배송)단가오르고 거래처 떨어져 나가니까 회사에서 슬슬 생수 9개, 12개짜리를 내려보내더라고요. 저흰 배송 못 한다고 다 올려보냈죠.

 

[사] 이런 불합리함을 해소하고 원청의 책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대리점 체제가 없어 지는게 맞습니다. 근데 지금 택배기사가 너무 많다 보니까 원청에서 바로 관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아주 깊은 시골까지 대리점 역할을 하는 원청의 중간간부가 있어야 하거든요. 우리 본부도 궁극적으로는 그 방향을 지향하되 우선은 현실적으로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택배회사에는 각 지역별 대리점이 있고, 대리점주와 택배노동자들간에 위수탁계약을 맺는다. 같은 회사 소속일지라도 대리점, 고용형태에 따라 수수료율, 시설환경 등 노동처우가 제각각이라 대리점별로 교섭의 내용도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택산본부는 개별 대리점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택배산업 전반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사] 택배노동자의 휴식권을 위한 주5일제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많습니다. 특정 요일을 지정해서 쉬기보다는 개인의 물량에 따라 요일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신선식품의 배송 처리 여부 방안도 고려돼야 합니다. 택배기사들이 하루 쉬고 오면 휴일기간 동안의 누적 물량때문에 이후 3일 정도 엄청 고생하거든요.

 

[본] 4, 5년 후에는 양대노총을 막론하고 택배산업의 조합원이 엄청나게 증가할 겁니다. 향후에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 와서, 택배노동자 모두가 합심해서 2~3일 파업을 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물류 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원청들도 택배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앞으로도 택산본부는 무엇보다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피부로 와닿는 노동환경 및 처우개선을 가장 우선순위로 노력할 것입니다.

 

<미주>

1) 택배물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해 자동으로 담당 SM에게 배송해주는 자동분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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