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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좌담회에 다녀와서

이동철의 상담노

등록일 2024년06월28일 16시5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의외였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상담을 수행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물론 의제별위원회 등 공식적 논의기구는 아니었다. 경사노위가 발간하는 계간지 ‘사회적 대화’의 좌담회로, 일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노동상담 사례에서 제도 개선점을 점검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친기업적 노동환경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행정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하되 취약 노동계층 보호와 산업전환 같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병행하는 전략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서도 지역 상담소 소장들이 흔쾌하게 경사노위의 계간지 좌담에 참여한 이유는 한 가지다. 노동현장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벌어지는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제도적 개선점을 찾아 구조적으로 이러한 권리 훼손을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취약 노동계층에 대한 노동법률 지원 사업은 국가가 노동행정을 통해 책임져야 하는 중요 과제다. 역대 정부는 한국노총 같은 전문성 있는 노동단체에 위탁해 예산을 지원하며 노동법률 상담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왔다. 2010년대 이후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 노동행정 일환으로 민주노총과 함께 지역 내 노동권익센터 등을 설립하고 실핏줄처럼 구별 노동센터를 촘촘하게 구축했다. 취약 노동계층과 일반 시민들 노동 관련 민원 해결을 지원하고 노사 분쟁의 예방을 위한 노동법 교육도 선제적으로 시행해 왔다.

10여년의 노력이 축적돼 이제는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최저임금 산정, 그리고 퇴직금 지급과 연차휴가 부여 등 기초적인 고용질서와 관련된 내용은 일반 시민들도 법적 지식을 잘 이해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상담사례 절반 이상은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미달, 부당해고 등 기초 고용질서와 관련된 사항들이다.

특징적 변화가 있다면 내용 면에서 높아진(어찌 보면 정상화된) 권리의식이 기반이 된 상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세대별로는 2030세대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 사업주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불만과 장시간 노동으로 일과 여가의 양립이 어려운 상황과 관련된 상담(연차휴가 미부여·장시간 노동 등) 이 대표적이다.

특히 공정과 평등이 중요해진 시대에 상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제도의 개선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많은 중장년 노동자는 정부의 정년연장 정책에 관심이 높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에서는 정년연장과 관련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다수 일하는 중소기업 노동현장에서는 정년연장의 필요성에 노사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물론 전체 노동시장의 환경과 질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지만 다소 과대 대표되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년 이슈가 일부 조직 노동자들의 밥그릇만 보장하고 청년세대의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렇듯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궁금해하고 해결해야 하는 분쟁은 증가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대표성과 전문성 있는 한국노총을 비롯한 총연맹을 배제하고 지자체에 노동법률상담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노동단체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물론 한국노총이 수행하는 노동법률 사업이 일부 관변단체처럼 예산을 횡령하고 제대로 된 사업보고서와 결산 자료도 없이 운영하는 것처럼 부실했다면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부정한 사용 예산을 회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비판했다고 취약 노동계층에 관한 노동법률 지원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너무 치졸하다. 20년을 넘게 현장에서 일하면서 박봉에 시달리는 현장의 상담소장들은 그런 억울함을 그나마 경사노위가 마련해준 좌담회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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