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모처럼 신났다. 지난 11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경제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을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46%대 청년 고용률을 유지했다”며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높은 청년 고용률을 달성했다는 점을 경제정책의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정부의 자랑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시장에서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24년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사이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 중 ‘그냥 쉬었다’라고 답한 인구는 44만2천명으로 지난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폭을 확대해 39세까지로 넓히면 약 77만만명이 ‘그냥 쉬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예비노동자들은 왜 그냥 쉬었을까? 직장이 다닐 만한 곳이라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노동현장에는 사업주의 구인난 호소와 청년노동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고용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들이 열악한 작업 환경과 임금, 복지수준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 취업을 피하는 비중은 약 86%에 달했다. 중소기업에 입직한 청년노동자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직한 청년노동자와 비교하면 생애주기에서 벌어들이는 보수 격차는 초기에 1.3배 차이가 나지만 경력이 늘어날수록 그 폭은 더욱 확대돼 50대에서는 2~2.5배가 되는 실정이다. 기업이나 정부는 일자리의 불일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공기업을 고집하는 청년 구직자들이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의 처지에서는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고려하면 몇 년을 투자해 대기업과 공기업에 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저임금과 열악한 복지수준에 더해 구직 청년노동자가 중소기업에 가길 꺼리는 까닭은 단순히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돼 일의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노동상담 사례에서도 일관된 규정 없이 즉흥적으로 행해지는 사업주의 업무지시, 임금체불 등 기초 고용질서 위반 피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 등 일터에서 청년노동자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과 노동상담을 하면 이들이 사회적으로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서비스 직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더욱이 이들 사회서비스나 보건·돌봄 직종은 사회적으로도 수요가 높다.
문제는 사회서비스나 보건·돌봄 직종 근로환경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회서비스와 복지분야 일자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에게 제공해야 할 돌봄과 요양·복지·일자리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관·일자리 상담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늬만 공공부문이고 임금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한국경총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정액 급여 인상률에서 보건·사회복지업의 정액 급여 인상률(2.0%)은 가장 낮았다. 임금수준이 열악하다는 숙박·음식점(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수성향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진보성향 지자체는 정부 탓을 하며 시민의 일상을 지원하고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이들의 근로조건 향상에는 무관심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보건 사회복지 분야 공공부문 청년노동자 처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는 예산 탓을 하며 민간위탁 1년 미만 불안정 고용을 철폐하고 청년도약계좌나 육아휴직 대체인력수당 지급 적용제외 같은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모든 청년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갈 수는 없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 일자리 질을 높여 청년노동자를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