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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가 행복하게 웃는 콜센터 현장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 :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콜센터본부 곽현희 위원장

등록일 2023년04월05일 10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본부 선임차장

 

2017년 발생한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 곽현희 위원장은 “이 영화를 보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공감하기도 했고, 여전히 갈구고 성과를 위해 상담사들을 옥죄는 등 예전이나 지금이나 체계가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흔히 그림자 노동이라 불리며, 감정노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콜센터노동자들의 현실을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콜센터본부 곽현희 위원장을 만나 들어봤다.

 

Q: 전국연대노조 콜센터본부와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A: 한 20여 년간 한전 고객센터에서 근무를 하다 정년 퇴임까지 했다. 콜센터본부는 콜센터 노동자가 겪고 있는 불평등한 문제를 노총 차원에서 정책으로 가져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콜센터본부를 설립해 국회의원들과 관련 입법을 발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현재 제일 고민인 근로환경 혹은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총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Q: 본부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노동조합을 하면서 콜센터노동자들이 굉장히 열악한 위치에 처해있음을 실감했다. 현재 통계청 자료와 사조직인 콜센터협회에서 발표한 콜센터 구성 인구가 다르다. 이는 콜센터 관련 정확한 데이터가 없고, 데이터 기반의 여러 환경 조사 실시, 개선 방안 도출을 통한 정책 수립이 실현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콜센터 산업은 약 90%가 여성으로 노조 가입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앞에 나서는 사람이 잘 없는 편이다.


그래서 저희가 맨 처음에는 콜센터 연대체를 마련했다. 해당 연대체에는 산별 콜센터 조직들이 가입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규모가 큰 공공기관 또는 카드 회사, 통신사의 경우 노조가 설립돼 있어 목소리를 내는 반면, 100명 혹은 50명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들은 (노조활동)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래서 연대 회의체를 넘어 노총에서 작은 콜센터조직들도 조직화를 하고, 이를 통해 공통 과제인 저임금 문제 및 콜센터 노동 환경 개선에 마음을 모아보자는 뜻으로 콜센터 본부를 만들게 됐다.

 


△ 곽현희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콜센터본부 위원장

 

Q: 얼마 전 콜센터 현장실습 문제를 다룬 영화 ‘다음 소희’ 상영회를 개최했다. 콜센터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이자 현재 콜센터본부장으로서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가?

 

A: 그 영화가 2017년도를 기반으로 했는데, 영화를 보며 콜센터현장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갈구고 성과를 위해 상담사들을 옥죄는 등 예전이나 지금이나 체계가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급 문제도 여전하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해놓고 경력 10년차나 신입이나 월급이 똑같다. 또 콜센터가 3D 업종으로 분류되어 매우 힘든직업이지만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 그런데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유로 콜센터 업무를 쉽거나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부당한 일에 과감하게 팀장에게 부딪치고 주장하는 영화 속 소희가 노동조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다음소희’ 를 보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공감하기도 했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많음을 느꼈다. 작은 규모의 콜센터에 노조를 결성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숙제를 가득 안고 와서 마음이 좀 무거웠다.

 

Q: 실제 콜센터노동자들이 겪는 주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콜센터 종사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로 두 가지를 꼽자면, 첫째가 감정노동이다. 고객과 대면하며 욕을 먹는 문제도 있고, 내부적으로는 관리자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둘째는 저임금 문제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이고 10년, 20년 일해도 급여가 제자리고 전망이 없으니 허탈할 수밖에 없다. 젊은 친구들도 처음에는 열심히 일해서 선배들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하지만 계속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성과 때문에 늘 경쟁하다 보면 인생이 빡빡하게 느껴지며 여러 감정이 들게 된다.


콜센터노동자가 앉는 좌석의 책상은 KS기준이 120cm다. 그 책상 속에서 몇 십 년을 쳇바퀴 돌 듯 근무한다 생각하면 고민될 수밖에 없다. 또 꼼짝도 않고 일만 하다보니 난청이 많이 온다. 하루종일 말해서 목도 상하고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도 있지만 아무 보호 조치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흔히들 추울 때 난방 있고 더울 때 에어컨 있다고 콜센터가 좋은 환경인 줄 잘못 알고 있다. 오히려 쉽게 생각하고 얕보는 경우가 있다. 고객들은 콜센터의 근무환경을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다. 콜센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행태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난청의 경우 콜센터노동자의 직업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경우 산재 혹은 보상은 잘 받고 있는지?

 

A: 실제 산재로 인정받은 경우는 드물다. 고객응대근로자보호지침, 산안법이 있긴 하지만, 당사자가 방법을 잘 몰라서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산재는 첫 진단 시 당사자가 이 일을 하며 증상이 생겼음을 명확히 밝히고 의사가 진단서에 이를 기입 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내용을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 지난해 8월 국회 앞에서 열린 ‘콜센터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

 

Q: 콜센터의 저임금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 달라.

 

A: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실적 성과급제 때문인데 이게 사실상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콜센터 업무는 단순 교환원의 역할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숙지해야만 전반적인 안내를 진행하는 고숙련 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순업무로 취급해 저임금 체계가 개선되질 않는다.

 

또한 이렇게 기본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해 놓고선 S부터 D까지 성과급 체계를 만들어 직원 간 경쟁을 부추키는 임금체계가 더 문제이다. 이런 체계는 사람을 압박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며, 서로가 서로의 실적을 확인해야 하고 상담사들 간 먹이사슬을 만든다. 바로 위 관리자들 역시 팀 간, 센터 간 경쟁하게 된다는 점에서 성과급제의 임금체계는 문제가 많다.

 

유럽 내에서 활용하는 ILO 콜센터협약을 보면 전체 도급비의 10%만 성과급으로 책정하라는 권고기준이 있다. 그런데 국내는 기본급을 최저로 맞추고 나머지 금액으로 성과급 체계를 마련하는게 문제다. 이건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될 사안으로 현재 우리 본부의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Q: 최근 콜센터 상담 분야에서도 AI가 적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다른 플랫폼 분야에서는 AI활용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콜센터 현장은 어떠한가?

 

A: AI가 챗봇, 사이버 상담 등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 활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상담이 시원치 않아서 결국 다시 전화로 들어온다. (웃음) 향후 콜센터 업계에서 AI는 상담사의 업무 대체가 아니라 보조하는 형식으로 적용돼 나가야 한다. 본격적인 상담 진행 전 알맞은 부서를 찾아주는 교환원 역할 혹은 세금계산서, 내역서 등 간단한 서류발급 등을 AI가 처리하는 거다. AI가 빅데이터와 웹팩스를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자료를 바로 보내주면 상담사의 업무 부담도 훨씬 줄어들고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도 향상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랑 계획은?

 

A: 한국노총 금융노조 내에 콜센터가 상당히 많은 걸로 파악하고 있다. 올 한 해는 이러한 금융노조 콜센터와 더불어 소규모 콜센터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직화가 목표다. 규모가 큰 조직들의 처우를 개선해 모범사례를 만들고, 이를 향후 조직된 소규모 업체에 적용하는 거다. 뿐만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 계속 이슈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내에 저임금 해소, 산안법 개정 등의 정책 반영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콜센터노동자들에게 우리가 뭉쳐야 되고 노동조합이 콜센터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이런 노동 의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콜센터 업계에서 우리가 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 초심을 후배를 비롯한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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