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공제회는 ‘한국노동공제회 현장정책단’(이하, 현장정책단)을 운영하며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고충을 현장을 찾아가 듣고, 복지 및 생활 안정, 권익 증진을 위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공제회 회원 중 56명이 현장정책단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강사(학원 강사, 요가 강사 등), 가사·돌봄(가사 관리사, 펫시터), 배송 기사(대리기사, 배달 라이더), 디자이너(실내장식, 제품, 삽화, 일러스트레이터, 출판 등), 공연·예술(무용수, 화가), 통·번역가, IT·데이터처리, 심리치료사, 웹소설 작가, 방송·영상(가수, 프리랜서 PD) 등이다.
현장정책단은 우선 프리랜서 및 플랫폼노동자의 사회보험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프리랜서 및 플랫폼노동자 사회보험 실태조사>를 공제회 정책위원 및 정책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9월 24일~ 10월 2일까지 실시했으며, 총 52명이 응답했다.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대한 가입 여부와 가입 유형, 보험료 납부에 대한 체감도 정도 등을 설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차 보고서를 작성했고, 설문 조사 결과 속에서 알아내기 어려운 부분을 알기 위해 면접 조사 방식으로 정책 워크숍(10월 8일)을 진행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회원들은 다양한 업종 에 종사하고 있고, 개인별 4대 보험 가입 여부나 유형, 부담 등이 각기 달랐다.
비정형 노동자를 사회보험 울타리로 포괄하려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업종들이 겪는 불안정성이 다소 해소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설문 조사와 워크숍의 결과를 보면 비정형 노동자 대부분은 사회안전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국민연금‧건강보험 지역가입자 혹은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자지만,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급조건, 생계유지가 어려운 보장 수준, 보험료 부담이 높은 점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심지어 가입에서 배제된 프리랜서들도 많아, 사회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시사점과 과제를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10월 8일 열린 ‘한국노동공제회 현장정책단’ 워크숍
프리랜서들에게 보인 이중성, 노동자성/사용자성
4대 보험 가입 확대 필요성에 대해 (보험마다 편차는 달랐지만) 60% 정도의 응답자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4대 보험 가입을 주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수가 40%에 가깝게 나왔다.
4대 보험 가입을 다수가 희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4대 보험 가입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고, ‘프리랜서 업무상 특성상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도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계약을 하다 보니 사용자성이 이중으로 나타난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이는 짧은 생각이었다. 정책 워크숍에서 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은 사용자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일감을 주는 사업주의 강제로 인해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할 수 없는 계약 환경(프리랜서 업종 상 낮은 협상력, 하도급으로 인한 손해 감수 종용, 자발적인 착취 강조)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용자성을 강요받아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과 일하는 경우 4대 보험 가입을 요청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4대 보험 가입의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일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 필요
프리랜서와 플랫폼노동자들은 사회적 안전망인 4대 보험 가입을 통해 소득 불안정성과 사회적 사고에 대비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일부 응답자들은 4대 보험이 담당하는 영역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도 지적했다. 고용보험에 예술인 가입이 확대되었지만, 가입한 예술인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고 했다.
무용수로 일하는 회원은 업무 자체가 지속적이지 않아서 극단의 프로젝트에 따라 개월 단위로 실직에 처하게 되는데 실업급여 보장액이 너무 낮다고 했다. 인세를 받는 웹소설가는 일정 부분 소득 이상을 벌게 되어 고용보험에 강제 가입했지만, 인세가 소득으로 잡혀 실업 상태를 증명할 수 없어 고용보험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다.
4대 보험 납부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지원책 필요
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어, ‘부당하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소득이 충분치 않거나 부담이 너무 높아서 4대 보험 가입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감을 주는 사업주나 플랫폼에서 사회보험료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는 설문 조사 의견에 대부분이 찬성했다.
반대 의견도 소수 있었는데, 4대 보험료를 기업에 부담하게 하면 역으로 프리랜서와 플랫폼노동자들의 일감 단가가 저하 된다거나 처우 악화, 고용 기피 현상이 일어날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용 보혐, 산재 보험 가입 확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대해서 가입을 확대하여 예기치 못한 실업과 업무상 재해에 보호해 주길 요청했다. 참여한 프리랜서들 중 일부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본인이 가입 가능한 지도 모르고 있었다.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통해 가입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대처는 대부분 ‘치료하지 않거나’, 사적 보험에 의존하고 있었다. 소득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아파도' 일하는 현실이다. 산재보험이 프리랜서 및 플랫폼 노동자 보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했다.
사회보험이 지역/직장가입자로 구분되어 있어, 지역 가입으로 가입하는 비정형노동자들에 사회보험이 실질적 보호망이 되지 않는 현실은 모두가 지적했다.
급격히 증가하는 비정형노동자들을 고려할 때 현재 사회보험제도가 변화하는 노동환경을 수렴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났다. 4대 보험 법·제도 개선 등 제도 밖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한국노동공제회는 11월 12일 예정된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공제회 간 ‘정책 네트워크’를 개최해, 이번 설문 조사와 정책워크숍 결과를 공제회의 사회정책 요구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사회보험 개선을 위한 여론화를 위해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노동공제회는 이번 사회보험 실태조사에 이어, ‘비정형 노동자 불공정 사례와 처우에 대한 설문 조사’, ‘2025년 신규 공제사업 수요·아이디어 설문 조사’를 실시해 프리랜서와 플랫폼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확대와 제도 개선 활동을 벌일 것이다.
법적 보호가 미비한 노동자들에게 더 알찬 복지와 더 큰 권리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한국노동공제회가 전개할 활동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