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소득세) 존폐논쟁이 뜨겁다. 주지하듯이 금투소득세는 2020년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국민의힘)의 합의를 거쳐 2023년 시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대선을 앞둔 2022년 여·야는 기술적 준비 미흡을 이유로 그 시행시기를 2025년 1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런데 총선을 목전에 둔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느닷없이 ‘부자감세 논란은 구태의연’하고 ‘금투소득세의 폐지는 소액 개인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금투소득세의 폐지를 들더니 최근까지 1년 내내 금투소득세 존폐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금투소득세 폐지는 조세 정의 부정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금투소득세를 폐지하면 ‘큰손투자자’와 ‘해외 자본’의 이탈 및 그에 따른 국내 증시의 대폭락과 ‘개미투자자’의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2020년 발의한 금투소득세 법안을 추경호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도하였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은 국민과 투자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금투소득세를 폐지하면 연 5000만 원의 투자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자산가와 대주주 등 큰손투자자에게 감세 혜택이 집중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조세 공평의 원칙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융투자소득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달리 5000만 원이나 비과세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금투소득세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은 스스로 조세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추앙해 마지않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국가인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모두 주식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보아도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하여 금투소득세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조삼모사와 자기모순에 빠진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재벌 일가 중심의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및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자본시장,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의 모순에서 기인한 것이지 시행하지도 못한 금투소득세로 인해 우리나라 증시가 ‘디스카운트’되고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증권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한다면 응당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에 대한 증권거래세 과세 및 불법 공매도 관리 강화 △증권거래소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통한 자본시장 관리 감독의 투명화 △선행매매나 통정거래 등 주가 조작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 및 공개의무매수제 도입에 필요한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인 우리나라 증시 관련 제도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백안시하고 오로지 금투소득세의 폐지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금투소득세 폐지 집착하는 숨겨진 이유
이쯤 되면 정부·여당은 무엇 때문에 금투소득세 폐지에 집착하는지 혹시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해볼 점은 금투소득세의 시행에 따른 국세청의 금융투자소득 관련 세원확보와 그에 따른 파급효과이다. 주지하듯이 금투소득세의 시행은 필연적으로 과세정보의 축적을 동반한다.
이는 금투소득세가 시행된다면 증권거래소 등 자본시장 관련 몇몇 공공기관에서 독점하다시피 보유하고 있는 거래정보를 국세청에서도 파악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국세청에 축적된 거래정보를 통해 주가조작 등 불법 거래 관련 자금출처와 자금흐름 및 그에 따른 불법 소득의 귀속자를 포착하여 과세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금투소득세의 시행은 곧 국세청이라는 새로운 ‘자본시장 감시자’의 등장을 뜻하는 것으로 새겨진다. 특히 국세청에 세무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력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 금투소득세가 시행된다면 차명 거래를 이용한 주가조작이나 내부거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금투소득세는 ‘제2의 금융실명제’이자 ‘자본시장 실명제’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주가 조작세력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불법 거래를 조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불법 소득의 실질 귀속자까지 찾아내어 과세할 수 있는 국세청이 가장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나 어둠 속의 주가 조작세력들이 금투소득세의 폐지를 환영하고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정부·여당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금투소득세의 폐지와 더불어 ‘주주 환원 촉진 세제’를 신설하였음에 주목해야 한다. ‘주주 환원 촉진 세제’는 간단히 말해 배당을 많이 하는 상장 법인에게는 법인세를 감면하고 그 대주주에게는 최고 49.5%의 소득세율을 27.5%로 낮춰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23년에 개인투자자의 0.1%인 17,236명이 우리나라 배당총액의 49%인 14조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주주 환원 촉진 세제‘가 시행된다면 이들 0.1%에게 적용되는 49.5%의 소득세율이 27.5%로 하락하면서 1인당 약 1억 6500만 원의 감세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나머지 99.9%에 달하는 약 1700만 명의 개인투자자는 1인당 약 4만 원의 감세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는 정부·여당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는 개인투자자의 요구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면서 금투소득세의 폐지를 전제로 ‘주주 환원 촉진 세제’를 시행하여 상장기업의 유보이익 대부분을 대주주에게 배당으로 몰아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 시행 경험에서 보듯이 조세감면을 이용한 배당정책은 0.1%의 대주주에게만 단기효과가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주주 환원 촉진 세제‘를 가업상속공제 한도 인상(600억→1200억)에까지 연계하려는 세법개정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주주 환원 촉진 세제, 그리고 가업 상속세제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이를 통해 수혜를 입을 0.1%의 투자자는 누구이며 가업 상속이 가능한 상장기업은 어떠한 기업인가?
그리고 정부·여당은 도대체 무엇을 염두에 두고 금융투자소득세의 폐지와 더불어 이처럼 복잡한 세법개정안을 엮어내고 있는 것인가?
정부·여당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신속하고 명확하게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들은 정부·여당의 기괴하리만큼 복잡한 세법개정안과 금투소득세 폐지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자본시장의 비밀을 찾아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