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결성과 사측의 일방적인 교섭안 거부, 징계
창원산단통합방위협의회분회(분회장 임근무, 이하 분회)는 지난 2019년 3월 7일, 기업별 노조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식도 많이 없었고, 필요성도 많이 느끼지 않아 상급단체를 가입하지 않고 개별노조로 독자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산단 협의회 중 가장 낮은 처우를 개선하고자, 2019년 8월에 단체교섭을 최초로 요구했다. 교섭 요구 이후 노동조합과 협의회 대표 간 여러차례 단체교섭을 열고, 노사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창원산단 통합방위협의회 소속 회사의 대표들로 구성된 총회에서 노사합의안이 일방적으로 거부되었고, 노사합의안은 '협의안' 수준의 휴짓조각으로 전락해버렸다. 분노한 노동조합은 이를 사실상 사측의 교섭거부해태로 보고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회사의 통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로 간주되어 기각되고야 말았다.
이후 사측은 임근무 분회장(당시 노조위원장)을 주동자로 몰아 2021년 5월, 직위해제 조치했다. 임 분회장은 자택 대기발령 조치가 되었고, 곧바로 회사는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모두가 동요했다. 분회장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조합원들은 더 큰 일 나기 전에 그만두자고 했다. 인원도 몇 안 되는 작은 조직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두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연대노조와 함께 다시 시작
임근무 분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노동조합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노무사와 노동부 지청 등에 자문을 구했다.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 상급단체 필요성에 대한 조언을 듣고, 추천을 받아 창원에 있는 한국노총 경남지역본부를 찾았다. 때마침 경남지역 '노조맛집'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던 연대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이 그곳에 있었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은 한국노총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할노조이고, 특히나 중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해 활동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2022년 11월 4일, 분회장은 직접 조합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연대노조 경남지부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연대노조 경남지부에 가입하고 난 후 새로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이름으로 교섭이 들어가니 교섭을 대하는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느껴졌다. 임근무 분회장은, “한국노총 이름으로 교섭을 넣었더니 2019년 단체협약 때 합의안에 반대했던 회사 대표들이 모두 회사 소속 예비군 지휘관에 권한을 위임했어요. 회사들에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전 노동조합과 지금 노동조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고 밝혔다. 분회는 새 교섭안을 가지고 사측과 본교섭을 시작했고, 두세 차례의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 마련에 다시 성공했다.
단협 체결의 권한과 실질적 사용자
분회의 단체협약 체결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협의회 대표는 형식적인 체결권을 가지고는 있지만,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실질적 결정 권한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회사 대표나 예비군 지휘관에게 있으며, 이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심사위원회와 총회를 통과해야만 단체협상의 최종 체결이 가능한 구조이다. 이번 단협안을 안건으로 하는 심사위원회와 총회는 2월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분회는 단체협상 상대방으로 노사간 교섭을 진행했지만, 체결 권한이 온전하게 체결권자에게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2019년에도 마찬가지 문제로 잠정합의안이 휴짓조각이 되어버린 경험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공진명 연대노조 경남지부 법률실장은 “노동부에 관련 질의를 넣어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아요. 실질적으로 교섭의 내용을 정하는 자들은 회사 대표들인데 형식적 당사자인 협의회 대표하고 교섭하라고만 합니다. 교섭이 절차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협의회 대표가 온전한 체결권을 가지고 교섭에 나오던지, 결정 권한을 가진 실질적 사용자가 교섭장에 직접 나와야 합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정식 경남지부 위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4명의 직업군인 출신 노조가 문을 두드려왔을 때, 받아야 하나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대노조 태생이 이러한 처지의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졌고, 상급단체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 길게 고민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받은 거죠. 작은 조직일수록 상급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법이니까요” 3년 만에 재개한 단협. 노동조건 개선의 길이 참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힘차게 즐겁게 갈 수 있어 보였다. 연대노조와 함께, 그리고 한국노총과 함께.
● 창원국가산업단지 통합방위협의회의 현재 운영 방식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은 대표자로서 회칙 제5조에 의거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이 당연직이며, 부의장은 입주지원팀 팀장, 간사는 입주지원팀 과장임.
통합방위협의회 위원은 당연직 통합예비군여단(연대)장과 예비군편성 19개 업체의 대표로 구성됨.
창원 산단 통합방위협의회는 부의장과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여단직원의 채용, 승진, 징계 등을 결정함.
총회는 통합예비군여단 예하의 직장예비군지휘관들이 협의회위원 대리 자격으로 참석해 여단장과 직원들의 징계, 승진, 복리후생, 임금 등을 결정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