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뉴니온 인터뷰] 연합노련 티시스노동조합 백재철 위원장

버티고 싸우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 위해

등록일 2022년12월08일 14시3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선임차장

 

“노동조합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어떤 내용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인터뷰 시작에 앞서 백재철 위원장은 멋쩍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백 위원장은 ‘대기발령’이라는 심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툴지만 천천히 노동조합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사측의 요구를 마냥 수용하는 것이 아닌 새로이 버티고 싸우는 길을 보여주고 싶다는 백재철 위원장을 만나봤다.

 


△ 백재철 연합노련 티시스노동조합 위원장

 

Q: 티시스노동조합 및 본인소개 부탁드린다.

 

A: 티시스는 태광그룹 계열사로 건설, 식음료, 태광CC, IT, CS(콜센터) 등 4~5개의 회사를 합병한 회사이다. 이 중 티시스노동조합은 먼저 IT와 콜센터 종사자를 중심으로 올해 6월에 설립됐으며, 저는 초보 위원장 백재철이다.

 

 

Q: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태광그룹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의 개인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8년 지배구조를 변경하고 개인 지분이 줄어드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계열사를 통해 통제가능한 회사나 다름이 없다. 전 회장 개인 소유라고 여겨지다 보니 각 계열사는 티시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 생각도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사가 주면 주는대로 받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 분위기가 만연한 회사다. 2018년 티시스가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도 겨우 월급 2~3개월치만 지급했고,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요구조차 하지 못했다.

 

2022년에도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3~6개월치 임금의 위로금을 받고 나갈 건지 대기발령을 받을 건지 선택 아닌 강요로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고직급자는 당연히 떠나야 했고 근무기간이 길지 않은 직원들도 회사에 실망하고, 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떠나야만 했다. 개인적으로 태광그룹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미련은 없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회사의 권고사직 통보를 받고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티시스에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표현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삶이다. 노조 설립에 대해 무작정 두려워하고, 회사에 큰 희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퇴사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쉽지 않지만, 조합원들은 티시스노조라는 길을 받아들여가고 있다.

 

티시스 입사 2년차 여름, 직장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선배는 나에게 물었다. 이제 회사를 떠날 시기도 멀지 않은데 뭘 하고 싶냐고. 그때 ‘저는 마지막은 노조 활동을 하고 싶어요.’라고 무심코 대답했다. 이렇게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웃음)

 

 

Q: 농담으로라도 ‘노조를 하고싶다’는 말은 선뜻하기 어려울텐데 어떤 동기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나.

 

A: 원래 원청인 흥국생명에서 25년정도 근무하다 계열사인 티시스로 2018년 6월 CS사업본부(콜센터) 센터(팀)장으로 전출됐다. 93년 흥국생명에 입사했는데, 총무부에 배정받으면서 노조 가입은 엄두도 못 내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측 입장에서 일해야 했다. 당시 노사관계가 최악을 달리고 있었고 총무부 소속이다 보니 파업 때 현장 채증을 하기도 하고, 현관 바리케이트 앞을 지키다 노조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다반사였다. 파업 종료 이후에는 동료들한테 완전 사측으로 찍혀서 직장생활이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당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변명, 후회와 미안함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Q: 인터뷰 시작할 때 사실상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현재 노조 상황이 어떠한가?

 

A: 우리 노동조합의 초동주체 8명 모두가 대기발령자이다. 우선 부당대기발령에 대한 문제 제기에 힘을 싣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는데 기각됐다. 심문회의 현장에서는 위원들도 ‘회사가 잘못했다’는 입장이 강해서 우리가 당연히 이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노위 결정문에 사측 주장 내용만 그대로 옮겨선 기각결정을 한 거다. 사측의 의견만 반영한 결과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한 상황이다.

 

한국노총 소개로 만난 노무사와 지노위·중노위를 준비하면서 눈앞의 노조활동도 중요하지만 길게 보면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에 집중하여 승리하는 것이 향후 티시스의 노조활동,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태광그룹 동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주변분들의 조언을 받아 지금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소소히 노동조합 카페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고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노동조합 조끼, 홍보물도 준비하고 있다. 쌈짓돈으로 구매한 홍보물이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지금 가장 큰 현안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할 젊고 참신한 인재를 찾는 것이고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Q: 종사자 연령이 높은 것인가 아니면 가입확대가 되지 않은 것인가.

 

A: 현재의 티시스는 합병 등을 거쳐 40여년이 지났지만, 티시스만의 긍정적이고 순응하는 조직문화로 노조설립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지 등 동기부여에 어려움이 있다. 내부 조직도 지역별, 사업부별로 업무영역이 180도 다르고 직군도 일반직, 상담직 등 다양해 조직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는 IT와 CS(콜센터) 양축으로 꾸려가고 있지만, IT분야는 IT시장 호황으로 노조가입보다는 이직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CS는 향후 노조 홍보가 선행되면 조직확대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한편으로는 ‘대기발령자들이 자기들 살려고 만든 노조다’라는 여론도 있다. 우리는 출발이 그러하니 이런 의견도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떠나서 우리가 끝까지 버티고 부딪쳐서 조금이라도 우리의 진솔한 마음이 보여진다면 직원들의 마음도 얼음 녹듯이 열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에서 부당대기발령 건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사측에 맞서 투쟁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부당대기발령, 구조조정 당했을 때 끝까지 단결하고 투쟁하는 새로운 우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Q: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다.

 

A: 티시스뿐만 아니라 흥국생명 그 외 태광그룹의 계열사들이 우리가 어떻게 싸우고 버티는지, 그 결과로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 설립과정, 노조가입 및 활동, 지노위·중노위 등 이런 과정을 보며 후배들이 보고 느낄 것이다. 순순히 나가는 게 아니라 버티고 싸우는 길도 있다. 새로운 길을 닦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대기발령, 권고사직이 우리와 같은 높은 연령대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젊은 후배인 사원, 대리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가 방향성을 가지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면, 묵묵히 지켜본 후배들 역시 버티면서 투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더 발전된 길을 제시할 것이다.

 

 

Q: 주요 조합원이 IT와 콜센터 직군이라고 하셨다. 상이한 두 조직의 요구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A: 티시스는 하나의 화사지만 단협을 진행할 때는 여러 창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T, 부동산, CS, 건설 등 서로 다른 사업분야도 그렇고, 다른 업체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콜센터의 상황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덩어리의 형태로는 노동조합 운영이 쉽지 않아 고민이다. 한국노총 등의 도움을 받아 지속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회사는 권고사직이나 대기발령을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내몰리는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고 가족들의 생계도 버거워진다. 작년 10월 이호진 전 회장이 만기출소 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생각한다. 각 계열사 임원진을 대거 바꾸더니 외부 컨설팅에 의뢰해 ‘인력감축’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단적으로 티시스 IT인력이 400명인데, 올해 12월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250명을 정리할 계획이란다. 무리하게 사람을 정리하다보니 시스템 관리가 안되고 사고도 터지곤 한다. 이렇게 일이 터지니까 또 사람들이 더 나가지 않도록 남아있는 직원들한테 위로금을 주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요구해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살아왔다. 우리의 것을 요구할 수 없는 분위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다. 미력하고 부족하지만 티시스노동조합을 통해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당당하게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회사에 요구하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노동조합에 대해서 “노조가 지금 당장 우리한테 뭘 줄 수 있는데?”라고 묻는다. 솔직히 조합원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들을 담으려면 더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의 구조조정은 올해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세상의 눈으로 보고 싶다. 앞으로 노동조합 선후배님들, 우리 조합원들과 많은 대화의 시간이 올 것 이라고 믿는다.

박주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1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