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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그리고 경기도 일대기

임명묵 대학생

등록일 2021년11월02일 14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성남시 대장동을 둘러싼 스캔들이 커지면서, 모든 정치적 이슈가 대장동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여야가 모두 대장동 스캔들을 빌미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난타전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대선이 정말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니 난투극의 열기는 더더욱 뜨겁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스캔들을 둘러싼 정치적 공박 바깥의 이야기가 별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아쉽다.

 

가장 중요하게도, 대장동 스캔들은 ‘경기도’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성격을 투명하게 드러내주는 사건이었다. 1990년대 이후, 서울이 지구적 가치 사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세계도시로 부상하면서, 경기도는 이제 단순히 한국의 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지역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간 발생한 경기도의 ‘격변’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서울의 강화된 중심성은 사람들을 계속 끌어들였는데,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 공간을 향하는 사람들을 전부 담아낼 수 없었다. 그 결과 서울이 ‘대서울’로 팽창하게 되면서 마주한 공간이 바로 경기도였다.

 


△ 위 사진은 특정지역과 관계 없는 참고용 이미지입니다(출처=이미지투데이)

 

오래 전부터 터를 잡아오던, 주로 농민인 지역 거주민과,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상징되는, 서울에서 밀려난 빈민들의 땅이던 경기도는 노태우 대통령이 주택 20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한 1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급변했다. 일산, 분당, 평촌, 중동, 산본이라는 5개의 신도시가 들어섰고, 이 지역들은 순식간에 좋은 학군을 찾아 모인, 자가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 거주지로 변신했다. 그들에게 공급되는 부를 창출하는 지역은 광화문과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에 소재한 대기업들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형성된 IT 산업이 판교를 중심으로 꽃을 피우면서 성남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은 그중에서도 모습을 급격히 바꾸었다. 사람들이 인지도 못 하던 농촌이던 대장동이 어마어마한 부동산 가치를 지니게 되는 ‘마법’의 배경이다.

 

경기도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이곳을 심지어 서울보다 더 역동적인 곳으로 만들었다. 수도권 중심성의 강화 때문에 새로운 산업단지들은 입지로 대부분 경기도를 선호한다. 산업단지와 연관된 택지가 형성되고, 수도권의 넘치는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기 신도시가 건설되었고 다시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런 면에서 대장동 스캔들은 반년 전에 있던 LH 스캔들과 정확히 같은 맥락을 공유하는 사건이었다.

 

공간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도 만든다. 과거 경기도의 주요 구성원들인 농민과 도시민은 토지 개발 국면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서 운명이 순식간에 갈렸다. 경기도의 수많은 지역 중 어디에 사느냐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농촌부터 유수의 기업이 소재한 공단과 베드타운 위성도시, 그리고 고학력자들이 거주하는 세련된 오피스타운까지 천태만상이 펼쳐지는 아마 한국에서 유일한 공간이다.

 

여기에 경기도의 변화에 이끌린, 새롭게 이주해오고 있는 다른 지역의 청년들과, 제조업과 건설,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하고자 한국을 찾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더해진다. 근래에 정치적으로 어떻게 논해지는 차치하고 나서라도, 영화 <아수라>는 이런 경기도의 모습을 최대한 어둡게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어두컴컴한 골목 풍경 속에서 논해지는 택지 개발과 ‘부자 도시’에 대한 열망, 음지에서 암약하는 범죄조직과 알 수 없는 이주민들은 단순히 안산과 성남을 합친 ‘안남시’로 국한할 수 없는 이미지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지사는 한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변화한 경기도의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대선 주자가 된 정치인인 듯하다. 그 자신이 도시 빈민이자 소년공이었던 이 지사는 급변하는 성남 한가운데서 경기도인들의 열망과 좌절, 환희와 분노가 어떤 식으로 타오르는지를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종합하였을 때, 대장동은 단순히 부동산 부패 스캔들의 주무대로 치부하기에는 더 큰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 아닐까. 대장동은 서울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부를 원동력으로 하는 전국적인 공간 재편의 한 무대에 불과하다. 대장동을 넘어, 이 사건을 ‘경기도’, 나아가 지난 한국이 30년 동안 경험한 전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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