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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개편안의 문제점 진단

김기우_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록일 2023년09월01일 14시2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요 약

 

이 글은 지난 3월 6일 정부가 발표한 「근로기준법」 입법예고안(이하 ‘개편안’이라 한다)의 내용이 타당한지, 문제는 없는지 검토한 것이다. 노동개혁의 연장선에서 발표된 이번 개편안은 양대 노총을 위시한 노동계 및 젊은 층과 이를 대변한 MZ노조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고, 국회로 이송되지 못한 채 추후 보완을 거치기로 했다.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하여 근로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개편안에서 논란이 된 내용도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에 관한 것이다.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의 산정 기준을 주뿐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여, 주(週)를 기준으로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는 제약을 제거했다. 그리고 ‘월’ 52시간이라는 기준을 새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이 제약만 충족하면 위법이 아니게 되어, 특정주의 근로시간을 주 69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노동조합은 ‘주 4.5일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래서는 개편안의 문제점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즉 근로시간제의 개편을 위해 고려한 업종, 논란의 초점이 된 근로의 집중과 이에 상응한 휴가의 집중 사이 실질적 균형의 문제, 건강권에 대한 고려, 종래의 노동관련 사회협약이나 노동입법에 준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정부 사이 사회적 대화의 존재 여부, 개편안의 내용이 담길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여부 등을 살펴보았다.

흔히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한다. 그런데 개편안은 근로시간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시간의 증가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고, 노동자의 근로시간대뿐 아니라 휴식시간대를 바꾸게 만들 것이다. 줄어든 휴식시간과 바뀐 휴식시간대는 가족생활의 평안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개편안은 보편적 노동조건의 기준을 제시하여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려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기 어려울 것이다.

 

 

Ⅰ. 들어가며

 

지난 3월 6일, 정부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편안’이라 한다)을 발표했다. 국민의 이해를 위해 설명 자료도 함께 내놓았다. 일간지 등에서는 연장근로시간을 중심으로 발표한 정부의 개편안이 지난 5개월(2022.7.18.~12.13.)간 가동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산물이라고 보도했다. 개편안의 주된 내용은 사실상 연장근로시간의 확대에 관한 것이어서 양대 노총 등 노동계는 적극 반대하였고, MZ세대 노조를 포함한 젊은 층의 반대는 정부 개편안을 사회적 논란 속에 빠뜨렸다.1)

 

다시 말해 근로시간법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정부의 개편방향과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노동계와 청년층의 주장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대립의 주된 원인은 개편안의 예상대로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 및 총량의 설정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통해 노동자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포괄임금계약이 체결될 경우 늘어난 근로시간은 공짜노동이 될 것이라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현 정부는 3대 개혁(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천명하면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개혁과 현 정부의 노동개혁은 정부 주도의 개혁이라는 점, 정부라는 확실한 추진동력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독일의 대표적인 노동개혁인 일명 하르츠개혁의 경우, 실업자를 노동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사회보험료와 소득세가 면제되는 미니 잡(Mini Job)을 넓히는 노동시장개혁을,2) 2016년 프랑스는 근로시간에 관한 기업별 협약의 우선적용, 사업장 또는 기업단위 집단적 협의체계의 일원화 등 제도개혁을 중심으로 하였다.3) 반면 현 정부는 노동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소위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를 통한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근로의 집중을 도모했고, 노조회계의 투명성을 이유로 노조회계장부의 공개를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마치 모든 노동조합이 재정과 회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4)

그런데 현 정부는 출범초기 IT업이나 게임업, 스타트업 기업 등 근로의 집중을 요하는 업종이나 기업 또는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그들의 요구를 들었다. 이후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이번 개편안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개편안은 주(週)를 기준으로 규율하고 있는 현행 근로시간제를 벗어나 연장근로시간 산정 기준을 월(月) 이상으로 확대하여 근로의 집중이 가능한 총 근로시간을 확보하게 했는데, 위와 같은 사실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기본원칙은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당사자 합의로 1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제50조 제1항과 제2항, 제53조 제1항). 그렇다면 정부 개편안에 따라 특정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여기서는 근로시간제의 개편을 위해 고려한 업종, 논란의 초점이 된 근로의 집중과 이에 상응하는 휴가의 집중 사이 실질적 균형의 문제, 건강권에 대한 고려, 종래 노동관련 사회협약이나 노동입법에 준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정부 사이 사회적 대화의 존재 여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여 개편안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건강과 생활에 대한 고려가 많은 프랑스 근로시간규정과 비교하고, 노동조합의 대응을 함께 살펴보았다.

 

Ⅱ. 정부 개편안의 주요 내용과 프랑스 근로시간제와의 비교

 

1. 정부 개편안의 주요 내용

 

문재인 정부 때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한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사용을 도모했다. 이때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무규정을 근로기준법에 도입했다.5) 제도 도입에 앞서,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라 한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경사노위 노사정 합의문」(2019. 2. 19)을 채택했다.

 

위 위원회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고,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무의 제도화에 합의했다. 이 합의문에서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 의무화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확대에 따른 노동자의 과로 방지와 건강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보완장치를 두었다. 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통한 연장근로시간의 사실상 확대가 아니라, 주 52시간제의 현장안착과 관련된 것임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이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9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2021년 1월 5일 일부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은 위 노사정 합의내용의 틀 안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과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확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사용을 꾀하였다. 근로시간의 총량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었기에, 근로시간의 산정기준인 ‘주’ 단위는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연장근로시간의 기준단위 변경과 그에 따른 총량을 설정하였다. 다시 말해 개편안은 법정근로시간 다음으로 중요하고, 법상 최대 근로시간을 결정하는 연장근로시간의 기준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총량을 정하였다. 이전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보다 더 근본적인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개편안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입법예고안 제53조 제2항과 제3항).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최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친 주 52시간을 1주 최대 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의 산정 기준을 주에서 월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게 하였고, 산정기준이 월인 경우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52시간으로 정했다. 기준을 월로 변경하는 경우에, 주 12시간이라는 제약은 월 52시간으로 완화된다. 다시 말해 개편안의 경우 주 12시간이라는 제약을 제거했기 때문에, 월 52시간이라는 제약만 충족하면 위법이 아니게 된다. 예컨대 하루에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과 의무적 휴게시간(근로시간 8시간당 1시간과 4시간당 30분)을 뺀 11.5시간(24시간–11시간–1.5시간)의 근로가 가능해져, 특정주에 주휴일을 제외하고 6일간 근로할 경우 최대 ‘주 69시간’까지 근로하게 할 수 있다.6) 결국 특정주에 29시간의 연장근로를 해도 무방한 것이 된다. 이때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과 총량 설정에 관한 내용을 사업장에 적용할 때 동의주체로 ‘근로자대표’를 활용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Ⅲ. 1. (5))에서 상술하기로 한다.

 

2. 프랑스 근로시간제와의 비교

 

여기서는 개편안의 문제점을 진단하는데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프랑스가 취하고 있는 근로시간에 관한 내용과 비교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연장’근로시간의 총량뿐 아니라 1일, 분기, 연 단위의 경우 근로시간의 한도와 총량까지 정하고 있고, 야간근로나 휴일근로를 엄격하게 규율하여 노동자의 건강과 생활을 중히 여기고 있음을 고려하였다.

개편안과 프랑스의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규율내용을 비교·정리하면, 아래 <표 1>과 같다.

 

프랑스에서 근로시간의 한도나 총량을 정하고 있는 1일, 분기와 연 단위의 규율내용을 개편안과 비교하면, 개편안은 1일 최대 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지 않은데, 프랑스는 적지 않은 예외를 정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1일 1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개편안은 분기의 최대 연장근로시간을 140시간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12주 연속 근로시 최대 근로시간을 1주 44시간으로 정하고 있어서 프랑스의 12주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08시간이 된다. 다음 연 단위의 연장근로시간은 개편안이 440시간, 프랑스가 220시간을 정하고 있어, 개편안의 연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프랑스보다 정확히 2배 많다.

 

결국 개편안에 따르면, 1년 동안 하루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을 상회하는 8.5시간(프랑스는 4.2시간)을 매주 연장근로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노동자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거란 개편안의 예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프랑스가 1일 최대 근로시간을 정하고, 연장근로시간의 산정 기준을 변경하여 산정 기준을 확대할수록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대폭 줄인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중히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Ⅲ.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과 노동조합의 대응

 

위 내용을 토대로, 개편안에서 더 고려됐어야 할 사항들을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개편안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을 살펴보았다.

 

1.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

 

(1) 고려한 업종의 편중

 

먼저 정부의 개편안이 고려한 업종을 살펴보았다. 왜냐하면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개혁이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근로의 집중이 필요한 IT산업, 게임업 및 소위 수주산업 등에 대한 사업장 방문과 이들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을 종종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정 기간에 근로의 집중이 필요한 업종이나 스타트업 기업 등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문제에 접근했다면, 제도적으로 근로의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통상의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를 예로 들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일정 정도 생산량을 유지해야 사업의 계속이 이루어지는 업종의 경우에 몰아서 일하기는 쉬워도 몰아서 쉬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개편안은 제조업 등과 같이 일정 생산량을 유지해야만 하는 업종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2) ‘근로의 집중’과 그 대가인 ‘휴가의 집중’ 사이의 불균형

 

정부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 및 그 총량의 규율,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새로 두었다. 따라서 개편안대로 했을 때, 노동자는 연장근로한 시간만큼 휴가를 저축하여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저축한 휴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려면,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도 근로의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근로의 집중을 해 놔야 그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생산계획에 배치되지 않으면서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장근로를 한다거나 저축한 휴가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경우를 상정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사용자가 원하는 근로의 집중시기와 노동자가 원하는 휴가의 집중시기가 일치하는 경우,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저축된 휴가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노동자의 휴가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연장근로시간 기준을 변경하여 집중해서 근로하고, 그 대가로 획득한 휴가를 몰아서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인다. 지금도 연차휴가를 전부 사용하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7)

따라서 근로의 집중과 그 대가인 휴식의 집중 사이에 대등한 교환을 할 수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현실에서 노동자가 집중근로를 제공했음에도 그 대가를 획득할 수 없다면 교환은 성립되기 어렵다.

 

(3) 건강권에 대한 고려의 부족

 

그리고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무규정을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과 그 총량의 규율을 받게 된 연장근로(입법예고안 제53조의2 제1항 1호)에 적용한다. 따라서 현재 이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 선택적 근로와 함께,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적용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은 탄력적 근로, 선택적 근로방식과 함께, 개편안에서 신설한 연장근로 방식으로 근로의 집중을 할 때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 필요성이 클 것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연장근로시간 산정의 기준단위를 변경하고 총량을 설정한 결과 근로시간이 늘어난다면, 노동자에 대한 건강권 보호조치를 더 고민했어야 했다. 예컨대 또 다른 건강권 보호조치를 두든지, 기준단위의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든지,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무규정을 근로시간제의 기본원칙으로 삼는 것과 같은 건강권 보호조치를 좀 더 분명하게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의 산정 기준을 월 이상으로 변경하여 근로시간의 총량을 확대한 만큼 휴식권이나 건강권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있었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만약 별도의 건강권 보호조치를 두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면, 위 프랑스의 경우처럼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무를 근로기준법의 기본원칙으로 정했어야 했다.

또한 개편안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또 다른 조치로 ‘분기’ 이상으로 연장근로시간의 산정 기준을 정할 경우,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합쳐 1주 64시간까지만 근로하도록 한도를 정했다. 그런데 1주 64시간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뇌심혈관 질환 등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월’기준 산재 인정기준인 근로시간이다.8) 이 고시에서도 분기기준 산재 인정기준 근로시간은 1주 60시간이다. 따라서 충분한 조치가 될 수 없었다. 이후 정부도 60시간으로 하향조정이 필요함을 시인했다.

 

(4) 실질적 사회적 대화의 부재

 

다음으로 개편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마련되었는지 살펴보았다. 특정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존재여부는 그 방안의 실효적 적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때도,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개정에 앞서 노사의 일부와 정부가 경사노위에 모여 사회적 대화를 거쳐 합의를 했다. 이처럼 대체로 노동관련 사회협약이나 노동입법을 할 때는 사회적 대화를 거쳤다.

개편안에 일부 새로운 내용도 포함됐지만, 근로자대표에 관해서는 2020년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2020.10.16.)에 있던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하였기에 사회적 대화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합의문에는 없던 ‘부분 근로자’ 대표제도가 개편안에는 담겨 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과 총량의 설정에 관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이 내용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전문가그룹에서 논의하고 제안한 것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주요 이해관계자인 노사의 의견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개편안에서 주요하게 다룬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과 총량의 설정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클 수 있어 사회적 대화의 의제로 삼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정부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입법예고를 하기 전에 당연히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게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어야 했다. 이랬다면 사회적 대화 과정에 우여곡절은 있을 수 있었겠지만, 결과물에 대한 논란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5) 연장근로시간 기준단위 변경의 동의주체로 근로자대표의 활용

 

개편안은 지금까지 개선논의가 많았던 근로자대표 제도를 정비했고,9)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과 그에 따른 총량을 사용자가 사업장에 적용하고자 할 때 근로자대표로 하여금 동의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근로자대표 제도는 그에 관한 논의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사업장에 정착된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다른 법률에서와 달리,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제안한 탄력적 근로의 사용요구를 받고 수동적으로 서면합의를 해주는 주체로 되어 있다. 따라서 사업장을 지휘·감독하는 사용자의 의사에 반한 선택을 근로자대표가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 및 그에 따른 총량을 사업장에 적용하려 할 때 근로자대표를 다시 서면합의의 주체로 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사업장 노사의 의무가 아니라 노사합의를 통한 선택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면합의를 해주는 수동적 지위에는 변함이 없어 사용자의 요구에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10)

 

개편안이 근로자대표 제도를 정비한 것은 그간의 논의들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 서면으로 수용여부만을 정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능동적 기능도 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 및 그에 따른 총량을 사업장에 적용할 때 그 서면합의의 주체로 근로자대표를 활용한 것은 정부 개편안을 사업장에 적용함에 있어 손쉽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 노동조합의 대응

 

위 정부 개편안에 대해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제기된 노동조합의 대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은 정부가 노동계를 배제한 채 의견수렴을 하고 근로시간제의 변경을 시도했다는데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정부가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개선의지가 없다는 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또 이번 개편안이 노동자들의 건강권, 생명 및 안전에 관한 권리를 위협하여 과로사를 조장하고, 특히 노동조합도 없는 사업장, 영세중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이게 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11)

 

그리고 노동조합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가 모든 사업장에서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에서, 개편안의 내용이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대안으로 노동조합은 ‘주 4.5일제’의 도입을 제시하였다.12)

관련하여 포괄임금제 폐지, 특별연장근로인가 규제, 퇴근 후 휴식할 권리(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야간근로 노동자 보호,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개정 추진, 시간주권 확보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Ⅳ. 결론

 

우리나라의 연평균 실근로시간을 보면, 2021년 기준 1,915시간이다. 위에서 본 프랑스는 1,490시간이었고, OECD 국가의 평균은 1,716시간이었다(OECD 홈페이지 및 KOSIS 통계 참고). 각국의 직장 문화나 휴가사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실근로시간의 길이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실근로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마지막으로 개편안이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은 것인지 검토하고 마치려 한다. 근로기준법은 보편적 노동조건의 기준을 제시하여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의 보장과 향상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개편안에 따를 경우 연장근로시간의 증가로 근로시간의 총량뿐 아니라 특정 시기에 근로시간 양의 증가, 근로시간대의 변경을 초래할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의 휴식시간의 축소, 휴식시간대의 변경, 가족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의 변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서 노동자의 건강과 가족생활의 평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만약 개편안이 근로의 집중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려 제시된 것이고 그 주된 내용이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의 변경과 총량의 설정을 통해 총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이라면, 이것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로 불리는 노동의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정부는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보완된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13) 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으로 ‘주 4.5일제’를 제안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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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2017), “프랑스의 노동개혁과 노동법 -주요 내용과 평가를 중심으로-”, 「노동법연구」 제42호, 한국노동연구원.

 

경향신문(인터넷, 2022.12.12.), 「‘주 단위’ 노동시간 허문다…‘주69시간 허용’ 윤 정부 노동정책 권고」 .

매일경제(인터넷, 2023.4.17.), 「근로시간 개편, 하반기로 보류」.

매일노동뉴스(인터넷, 2023.3.6.), 「노조 회계장부 제출 요구의 위법성」.

매일노동뉴스(인터넷, 2023.8.30.), 「문재인 지운 윤석열표 노동개혁 속도 낸다. 노동단체 지원 폐지, 임금체계 개편 예산 신설 … 노동부 내년 예산안 3.9% 삭감한 33조6천억」

아세안 익스프레스(인터넷, 2022.12.14.),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주 69시간 근로’ 내용 권고안 발표」.

한겨레신문(인터넷, 2023.3.8.), 「주69시간 ‘근무→야근→기절→병원’ 이게 내 미래야?」.

한겨레신문(인터넷, 2023.4.10.), 「‘회계장부 논란’ 결국 법정으로…정부, 52개 노조에 과태료 부과」.

 

https://data.oecd.org/ (OECD 홈페이지)

https://kosis.kr/ (KOSIS 통계)

 

<미주>

 

1)경향신문(인터넷, 2022.12.12.), 「‘주 단위’ 노동시간 허문다…‘주69시간 허용’ 윤 정부 노동정책 권고」; 매일노동뉴스(인터넷, 2023.3.6.), 「노조 회계장부 제출 요구의 위법성」; 아세안 익스프레스(인터넷, 2022.12.14.),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주 69시간 근로’ 내용 권고안 발표」; 한겨레신문(인터넷, 2023.3.8.), 「주69시간 ‘근무→야근→기절→병원’ 이게 내 미래야?」; 한겨레신문(인터넷, 2023.4.10.), 「‘회계장부 논란’ 결국 법정으로…정부, 52개 노조에 과태료 부과」 등.

2)다만, 독일의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즉 실업률은 저하하고 고용률이 증가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고용유지 노력과 전통적인 조업단축(Kurzarbeit)제도의 시행이 없었다면 노동개혁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 실질임금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분석, 숙련된 정규직 고용 중심의 제조업과 저숙련의 비정형 근로, 예컨대 미니잡과 파견근로 등이 서비스업에 집중되면서 격차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비판적 평가가 병존한다.

3)프랑스는 2016년 8월 8일 ‘노동과 사회적 대화의 현대화 및 직업적 경로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라는 노동개혁법을 공포하고 노동법전을 개정했다. 이때 종래 기업규모에 따라 종업원대표와 기업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던 사업장 또는 기업단위의 집단적 협의기구를 사회경제위원회(comité social et économique)로 통합하였다.

4)이에 반발한 노동조합과 그 상급단체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지원을 중단하였다. 이후 내년 고용노동부 예산편성에서 노동단체 지원 사업을 폐지하기로 했다. 매일노동뉴스(인터넷, 2023.8.30.), 「문재인 지운 윤석열표 노동개혁 속도 낸다. 노동단체 지원 폐지, 임금체계 개편 예산 신설 … 노동부 내년 예산안 3.9% 삭감한 33조6천억」
5)유럽연합(EU)은 1993년 그 전신인 유럽공동체(EC) 시절에 근로시간 지침(1993 Working Time Directive, 93/104/ EC)을 마련하면서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의무를 규범화했다.

6)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정부의 ‘장시간근로제’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 -윤석열 정부의 2023. 3. 6.자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부쳐-」, 2023.3.7.자 논평.

7)고용노동부 보도반박자료(2023.3.8.), 「이번 제도개편은 주80.5시간, 주69시간 근무가 아니라 1주 단위 12시간 → 연 단위 기준 주평균 8.5시간으로 연장근로의 관리단위와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이 보도반박자료 3면에서는 ’21년 기준 전체 기업 중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한 곳은 40.9%여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연차휴가와 함께 사용하면 장기휴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인정하더라도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한 59.1%의 기업에서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8)「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 2022.4.28. 일부개정; 2022.7.1. 시행).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에 대하여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9)‘근로자대표’를 정의하고, 연장근로시간 기준단위의 변경에 관한 동의의 주체, 근로자대표 선출절차, 근로자대표에 대한 해고 및 불리한 처우 금지, 활동시간의 보장, 사용자의 개입·방해 금지, 필요한 자료의 요청, 비밀누설 금지, 근로자대표에 대한 해고 및 불리한 처우와 근로자대표의 활동에 대한 개입·방해 시 사용자에 대한 시정명령 등의 내용을 담았다.

10)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수동적 지위를 보완해주는 방안 중 하나로 종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 기능적 통합 논의가 많았다. 개편안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대표로 하는 내용을 두어 형식적 통합을 시도했으나 실질적인 기능통합에 관한 내용은 없다.

11)민주노총 논평(2023.2.27.), 「64시간, 69시간 선택? 말장난하지 마라. 결론은 이틀 연속 24시간 노동 혹은 주 80.5시간 노동으로 일하다 죽으란 얘기 아닌가?」; 한국노총 대변인 논평(2023.3.27.), 「주 69시간제 폐기가 먼저다」; 한국노총 보도자료(2023.3.29.), 「주69시간 NO! 주4.5일제 YES!」

12)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주 4일제 시범사업 사례, 언론노조 MBC 본부 및 종편사 JTBC 격주 4.5일제 시행사례. 김종진·권미경·김선흥(2023), 「주 4.5일제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참고.

13)고용노동부장관 기자간담회 내용(2023.4.17.); 매일경제(인터넷, 2023.4.17.), 「근로시간 개편, 하반기로 보류」. 고용노동부는 의견수렴을 위해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그룹별 심층면접조사를 하기로 했다.

 
 
 
 
강해경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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