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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제는 누구의 것인가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등록일 2023년03월23일 11시2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이 커다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M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노동조합협의회’마저도 정부의 주 69시간제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1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며 고용노동부에 “MZ세대 노동자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이상하다. 기존 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연장근로 산정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고용노동부 정책의 영감 제공자는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은 노동부 정책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에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착각일가?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7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주 연장근로 상한을 12시간으로 정한 근로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라는 어느 게임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노동 현실에 이해가 부족한 발언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게임개발 직전 장시간 일하는 일명 ‘크런치 모드’를 옹호했지만, 게임업계는 한 주에 90시간 일했던 넷마블 노동자의 과로사 이후 없애야 할 ‘나쁜 관행’으로 꼽는다.

대통령 후보 시절 던진 이런 ‘영감’이 재계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진짜 정책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주 120시간 장시간 노동 가능 정책이 우리 노동시장의 발전 방향을 연구한 학자들(미래노동시장연구회)과 노동계 출신인 노동부 장관에 의해 다듬어질 줄이야.

윤 대통령이 영감을 던졌다면 가다듬어 정책으로 입안한 사람은 노동전문가인 이정식 장관이다. 평소 “노동운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점을 강조했던 그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국제기준에 맞춘 주 40시간제로 전환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념이 고무줄도 아닌데, 어떻게 이 장관은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극단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는 과거 공장제 노동을 전제로 한 노동법의 근로시간제가 변화하는 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세련되게 이야기한다.

윤석열 정부 일원으로 가까이서 살펴보니 일부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우리 사회의 막대한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구조에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기업에 유리한 근로시간과 인력경영환경 전반을 정비하는 것이 MZ세대를 비롯한 다수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인 양 둔갑했다.

이 장관은 노동운동가로 30년 넘도록 살았다. 산업화 이후 노동자의 희생에 기반한 정부의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의 맹점을 짚어 내는 것을 평생 업으로 삼아 온 사람이다. 연장근로의 탄력적 운용은 일부 IT 대기업에 수요가 몰려있다. 이 장관은 시간주권 없이 사업장의 편의에 따라 잔업에 내몰리고 공짜야근을 강요받는 현실에서 이런 정책이 장시간 노동체제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작용을 과연 인식하지 못했을까?

윤 대통령과 여당은 한국노총 출신 이 장관이 노동계를 설득해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기업친화적 노동시장을 구축해 줄 것으로 믿고 그를 선택했을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윤 대통령이 한국노총 출신 이 장관을 임명했을 때 노동자들의 권리와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 살려 기업친화적 윤석열 정부에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취임 이후 이 장관은 근로시간 정책을 기업의 생산성과 경제발전의 하위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했다. 윤 대통령은 동업자 의식도 없이 이제는 자신이 시켜서 주 69시간제 정책을 마련한 이정식 장관 보고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마치 자기는 모르는 일인 것처럼 책임을 떠넘긴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이 장관 보고 나가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정식 장관은 “노동운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평소의 소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윤 대통령과 ‘맞짱’ 뜨고 나오는 건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에서 그렇게 살아남아 대통령이 되지 않았나.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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