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노동감시 내일이 될 수도 있어
경기 김포시의 어느 공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김포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위한 이동 차량을 운행하는데 상급 관리자가 차량 내 블랙박스를 조수석에서 운전자 방향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차량 운행 과정에서 사고 발생 때 사고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차량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블랙박스를 운전자 방향으로 설치하려는 상급자의 의도는 운전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명백해 보였다.
부천시청에서 청소 차량을 운행하는 노동자들은 운행경로를 이탈하거나, 일의 시작 시간이나 마무리 시간보다 일찍 차량이 차고지에 위치하면 수시로 담당 공무원에게 질책당한다. 부천시는 업무용 차량에 GPS를 설치해서 차량의 운행경로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부천시가 GPS를 설치한 목적은 차량의 도난 방지 및 안전을 위해서다.
최근 인터넷 포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해고 사건 기사가 화제가 됐다. 기사에 따르면 해당 편의점 사용자는 일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2분마다 노동자에게 근태관리와 업무지시를 했다. 매장 내에 손님이 없을 땐 앉지 마라거나 유니폼의 지퍼를 올려 착용하라, 카운터에서 취식을 하지 말라는 등의 지적을 반복하다 결국 사용자는 해당 노동자를 해고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처럼 일터에서 전자감시기기를 통한 노동자 감시와 통제가 일상화 됐다. 문제는 전자감시기기 설치 목적을 벗어나 노동자 일상 활동 감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은 명백하게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를 수집 및 이용하려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고,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앞의 사례에서 부천시는 청소 차량의 도난 방지 및 안전 운행 여부 확인을 위한 목적으로 GPS를 설치하면 명백하게 차량 운전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차량의 위치정보는 물건의 위치정보로 노동자 개인의 위치정보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자와 차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차량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면 노동자가 어디를 가는지, 언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는지, 언제 밥을 먹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부천시는 차량에 GPS를 설치하면서 운전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은 바 없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은 차량의 운행기록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업무 과정을 일일이 지적하고 관리했다. 이는 차량의 안전관리 목적에 위반하여 노동자들의 근태관리에 사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만약 위치정보법 15조1항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위치정보를 수집 이용하면 부천시는 같은 법 처벌조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일터에서 CCTV에 따른 근태관리도 마찬가지다. 회사 사무실 같이 특정인만 출입하는 곳은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해당하며 개인정보보호법 15조1항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CCTV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사용자는 정보 주체의 개별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터에서 사용자는 범죄 및 화재 예방 등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며 노동자 동의를 받아 CCTV를 설치한 뒤 수집 목적을 위반하고 노동자 근태관리에 악용한다. CCTV로 노동자의 일상을 감시하고 2분 단위로 업무지시와 질책을 반복하며 이를 기반으로 징계해고한 편의점 사용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딴짓하는 노동자가 문제지 CCTV를 통한 노동 감시 뭐가 문제냐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며 나는 가십거리로 이런 사례를 다루는 언론의 행태도 문제라 생각한다.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자기 연인을 일터로 불러 스킨십을 한 사실을 편의점 사업주가 CCTV를 통해 확인하고 질책했다는 사건이 보도돼 이슈가 되기도 했다.
철딱서니 없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CCTV 화면이 정보 주체의 동의도 없이 방송사로 전달돼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물론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다. 권력자가 몰래 뒷돈을 받아 챙기거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갑질하는 사례가 그렇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근무태만이 보도해야 하는 공공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사용자가 CCTV 등의 설치 목적을 벗어나 노동 감시를 확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명백하게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우리 자신도 인터넷 포털에 노출되는 일터에서 노동자 감시 CCTV 영상을 재밋거리로 대해서는 안 된다. 언제 내가 그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