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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시 ‘지인 찬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다르다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등록일 2023년04월20일 10시3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충남 아산의 어느 제조업체 생산 공장에서 일했다. 전체 직원이 50여명 남짓 소규모 업체였다. 관리직을 제외하면 작업 라인을 담당하는 노동자 30여명은 대부분 젊은 산업기능요원이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사업주는 채용 포털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긴 했지만 대부분 알음알음 지인이나 친인척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관리부장의 동네 지인이었다. 그러나 우리 중 아무도 이러한 인력채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관리직이라고 해 봐야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별 볼 일 없었고, 사업주의 친인척이라도 때려치우는 일이 다반사일 정도로 일이 고됐기 때문이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간혹 능력도 없으면서 사업을 물려받는 ‘백두혈통’에 분노하고 뒷담화하긴 하지만, 이처럼 노동자들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지인 찬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은 다르다. 최근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시 우대 조항을 둔 기아자동차 단체협약 논란이 대표적이다. 기아차 노사의 단체협약에는 재직 중 산재사망자의 유가족이나, 장기근속자 자녀를 신규인력 채용 때 우대하는 조항이 있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체결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도 전이다. 당시 노사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장기근속자의 공로를 보상한다는 이해관계 속에서 관련 내용에 합의했다. 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한국지엠 등 주로 자동차·정유·조선업 직종의 대기업에서 이런 합의가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기아차를 비롯해 1천57개 노사 단체협약을 분석해 채용 때 직원 자녀 우대 조항을 둔 63개의 노사 단체협약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우대 취지나 재직자의 추천을 받은 구직자를 우대한다는 취지를 담은 단체협약 내용이 균등한 채용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채용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고용정책기본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합법적이라 판결이 난 산재사고 사망자의 직계 유가족에 대한 채용 우대 조항을 제외한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우대 조항은 실제 사문화됐다. 기아차 노사는 장기근속자 자녀에 관한 우대 조항으로 채용된 사례가 지난 10년간 한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문제 삼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경제적 위기의 책임이 노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반노조 정서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노동자들이 가입한 금속노조는 올해 초 스스로 관련 단체협약 내용 개선을 결의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다시 노동부는 기아차 노사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위원장을 노동부의 시정명령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 협박하고 있다. 부당한 노조 회계장부 공개 요구에 이은 노조 망신 주기일 뿐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노조 스스로도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때 우대 조항이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경제 구조는 더는 이러한 합의를 용인하기 어렵게 됐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비정규의 확대로 노동시장의 이중화가 심화했다. 잘나가는 일부 대기업의 근로조건과 복지에 비해 대다수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차이는 극대화 됐다. 현대차 생산기술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2021년 기준 1억원에 가까운 약 9천600만원으로 알려졌다. 2021년 중장년층의 소득 중앙값(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값) 2천515만원의 약 4배 가까운 수준이다.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보여지듯 우리 사회에서 가뜩이나 계층 상승 사다리가 실종된 상황에서 이를 비판해야 할 노조마저 장기근속자를 예우한다며 자녀 채용 우대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2011년 현대차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현대차 노사는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신규인력 채용 때 우대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현대차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은 물론 노동계에 우호적인 울산지역의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연대와 평등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중이 높고 퇴직자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스스로 해당 단협 내용을 폐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집행부는 장기근속에 따른 다른 보상을 마련해 조합원을 설득해야 해야 한다. 채용 기회의 공정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이제 노동계가 스스로 통 크게 장기근속자 우대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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