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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을 고민하면서…

오나영

등록일 2024년06월04일 09시3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임금 상승률은 모두가 알다시피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참고로 작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올해는 과연?).

 

점심시간마다 편의점은 밥값을 아끼기 위한 사람들로 만원이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살다 보면 목돈이 들어갈 일들도 갑자기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본업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올해 1분기에 ‘N잡러’가 55만 명이 넘었단다. 작년 같은 분기보다 10만 명이 넘게 늘어난 것으로, 무려 22.4% 증가. 정부는 이런 증가세가 배달 라이더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과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일하는 데 시간 제약이 적고 앱(App)을 통해 접근성이 좋다 보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다.

 

‘언제든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한 만큼 얻는 나만의 수입’.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의 노동자 모집 광고 문구다. 이렇게 훌륭한 일자리가 있다니?!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 하기에도, 부업을 할 시간을 자유롭게 확보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런 플랫폼 노동은 배달뿐만 아니라 청소, 돌봄, 모니터링 등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매력 넘치는 광고 문구는 사실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책정하는 일감 당 임금 수준이 낮아 자발적으로 많이(=오래) 일할 뿐이다. 그리고 일감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갖가지(=부당한) 요구에 고개 숙일 뿐이다. 최근에 포털사이트 게시글·댓글을 모니터링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 A씨가 ‘유산한 날에도 일해야 했다’고 증언하는 것을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이라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프리랜서와 마찬가지로 ‘비임금 노동자’로 분류되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도 못하고 최저임금 제도의 바깥에 존재한다.

 

혹자의 표현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은 ‘노동량의 상한은 없고 노동의 대가에는 하한이 없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이나 1주 최대 근로 시간 등과 같은 기준이 없어 일감을 주는 플랫폼 기업이 처우를 결정한다.

 

그래서일까? ‘N잡러’의 소득이 늘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소박하다. 지난 1월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복수 일자리 종사자들의 주업과 부업을 합친 월평균 소득은 294만 7,000원으로 단독 일자리 종사자보다 21만 원 많았다.

 

21만 원이면 전세대출 이자도 내기 힘들 정도다. 심지어 시간당 소득은 복수 일자리 종사자가 1만 3,000원으로, 단독 일자리 종사자 1만 6,000원보다 적었다. 그래도 생계를 위해 ‘N잡’을 뛴다.

 

올해 1분기 연령대별로 ‘N잡러’ 증가세를 보면 청년층(15∼29세)이 가장 가팔랐다. 소위 MZ세대에 따라붙는 ‘자유’, ‘자아실현’, ‘도전정신’ 등의 단어만으로 20대의 ‘N잡러’ 증가세를 설명할 수 없다.

 

20대 이하의 일자리는 2022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도 열악한 처우의 일자리가 대다수라 청년들에게 플랫폼 노동과 ‘N잡’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노동법과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비정규직·비정형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포함된 것은 의미가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동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니 말이다.

 

“모든 정책을 MZ세대, 청년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던 대통령은 불안정한 일자리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곧 결정될 내년 최저임금으로 확인될 테다.

 

 
오나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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