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국민은 정권심판을 택했고, 헌정 역사상 ‘임기 내내 국회가 여소야대인 최초의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도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나‘김건희 여사 특검법’방탄을 위한 검찰 인사를 보면 민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안보, 외교, 노동 등 국내 모든 분야에서 체감되는 후퇴 상황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의 정책 방향 역시 나아질 기미는커녕, 후퇴가 예상된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대책위원회(한국노총 공공연맹‧공공노련‧금융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이하 공대위)는 22대 총선 과정에서 3대 의제와 10대 과제를 각 정당에 요구했고,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서 긍정적이거나 유의미한 답변을 받았다. 이제는 정치권이 55만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대답할 시간이 다가왔다.
윤석열 정권 2년여간 공공부문에서 공공성 강화, 민영화 반대 등을 위해 정부에 교섭을 요구했다. ILO는 작년 두 차례의 권고를 통해 “한국 정부가 공공기관 관련 각종 지침과 경영평가제도 등으로 공공기관의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므로, 지침 수립 과정에 노조가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인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해당 조처를 보고하라”고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공대위는 ILO 권고 이행을 요구하며 노정 교섭을 촉구하고, 기획재정부 앞 천막농성과 대규모 집회도 진행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대위는 다시금 총선 법률 개정, 공공성 강화, 노정 교섭의 10대 요구를 대정부 교섭 의제 5대 요구로 간추려 5월 13일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대정부 투쟁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대정부 교섭 의제 5대 요구’를 소개하며 공대위의 투쟁 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국민피해 민영화 중단! 국민행복 공공서비스 확충!
정부는 철도, 공공교통, 의료, 에너지, 사회복지, SOC, 금융, 공공연구 등 공공서비스의 각종 민영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기능조정, 자산매각, 외주화, 분할 경쟁체계 강화 등 소위 ‘우회 민영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서비스와 공공요금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를 촉구한다.
공공부문 노동자가 멈추면 국가가 멈춘다는 얘기는 저잣거리의 얘기가 아니다. 공공기관을 혁신의 대상으로 삼으며 통제 수단을 강화하는 공공기관평가가 공공성 강화를 측정하는 것이 아닌 효율성과 경제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 지 오래이며, 민영화·사유화의 피해는 국민의 몫임은 자명하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 존립의 목적은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는 것이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더는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을 묵과할 수만은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차별 해소 및 처우개선 노정 교섭 실시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된 공공부문 계약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노동자인 소위 중규직이라는 불완전한 고용 형태를 만드는 것에 그쳤다.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의 전환 원칙과 법제화는 40만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 필수적이며, 복지 3종 세트(복지포인트, 급식보조비, 명절휴가비) 쟁취에 그친 공무직위원회의 상설화를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률과 최저임금에 가까운 처우에 따른 처우개선 예산 지원, 자회사‧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정부와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해선 노정 교섭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공성 파괴‧차별 조장하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중단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의 망령은 연공급제 임금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직무성과급제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직무성과급은 지난 실패 사례 덕분인지 노사 자율합의, 단계적‧점진적 도입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확대에 대한 경영평가 가점으로 여전히 공공기관 노동자의 목줄을 놓고 있지 않다.
사회보장 제도가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연공급제 임금 체계에 대한 우려도 일부 공감하기에 공공부문에 적합한 평등하고 통합적인 임금체계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민주적인 노정 교섭의 진행을 요구한다.
공공부문 좋은 청년 일자리 확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부문의 인력을 25년까지 1만 2천여 명을 줄이기로 했고, 이미 현장에서 증원 없이 늘어나는 사업에 따라 노동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돈 되지 않는 영역에서의 공공서비스의 질 제고보다 전체 인건비 축소와 기관 간 기능조정 등에 집중된 인력 감축‧구조조정은 중단돼야 한다. 23년 연간 출생률이 0.72명으로, 노동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 눈앞에 다가왔다.
공공부문 좋은 청년 일자리 확대를 저출생 대책으로 세워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확대와 질 개선은 물론 공정한 임금과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공공부문에서 제공해 사회적 포용성을 강화하고 국가적 위기인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시민 안전을 위한 현장 인력 및 안전 인력 충원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부문 실질임금 인상 및 총인건비 제도 폐지! 노동탄압 중단!
헌법은 노동의 권리 보장과 함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법치주의’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요구 탄압, 노조 회계 투명화 시도,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금속노련 고공농성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 현 정권의 노조 혐오와 노동 탄압 행태는 경악스러울 뿐이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적대세력이 아니다. 현 정권의 반헌법적이고 반노동적인 태도가 절대 악에 가깝다.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들여 노동 탄압은 중단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임금,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각종 노동조건 관련 사항을 정부 지침이 아닌 노정 교섭 방식으로 민주적으로 추진하고 공정과 상식에 부합되게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자 국민의 공복인 공공부문 노동자의 요구에 이제는 정치권과 정권은 대답할 시간이다. 공공부문 민영화에 따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정부는 국민을 지키는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진짜 사용자인 정부는 교섭의 창구로 나서야 하며, 국회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민영화 방지법, 지방공기업‧지방출자출연법, 공무직 위원회법 등의 제‧개정으로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와 강화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권력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자를 터부시한다고 국가 안녕과 번영이 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