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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보건의료 정책은 건강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뉴니온 인터뷰: 공공연맹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동조합 한준희 위원장

등록일 2022년11월03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선임차장

 

동그란 안경을 쓴 앳된 한준희 위원장의 얼굴 위로 발랄한 웃음이 떠오른다. 설립 3개월 차인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동조합과 한준희 위원장에게선 처음의 싱그러운 밝음과 더불어 재단과 건강한 보건의료정책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기관 통폐합’이라는 쉽지 않은 난관 앞에서도 패기와 강단으로 맞서고 있는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조를 만나봤다.

 

 

Q: 노동조합 및 본인소개 부탁드린다. 아울러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이 낯선 분들을 위해 재단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A: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조는 올해 7월에 설립됐으며, 저는 위원장 한준희이다. 재단 전신으로 2012년에 공공보건의료법 제22조에 근거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서울의료원에 설치됐다. 그러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원단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도 재단으로 독립 출범했다.

 

재단은 서울시 건강 정책 개발, 시립병원 및 보건소 운영기술지원과 컨설팅, 성과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단이 초기 기획한 서울형 유급병가는 현재 정부 상병수당으로, 환자 안심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발전하는 등 보건정책 전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재단 출범 5년 만에 경영평가 ‘나’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 한준희 공공연맹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동조합 위원장

 

 

Q: 서울시의 보건의료 관련 정책 발전에 재단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A: 맞다. 그런데 기관의 지원이 표면상으로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요즘 서울시가 재단을 쓸모 없는 기관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사실상 노조를 설립하게 된 것도 서울시가 재단을 서울의료원에 통폐합하겠다는 일방적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Q: 사실 외부 입장에서 볼 때는 ‘원래 한 몸이었던 조직을 다시 합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단의 서울의료원 통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A: 과거 지원단이 서울의료원 산하에 있으면서 크게 세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첫째가 평가 대상 중 하나가 평가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재단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시립병원 지원 중에는 병원평가 업무도 있다. 12개 시립병원이 평가 대상인데 서울의료원도 평가 대상 중 하나로 사실상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셈이다.

 

둘째로 지원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서울 내 시립병원이 직영, 위탁, 공무원 조직 등 아주 다양한 거버넌스로 이뤄져 있다 보니 특수법인인 서울의료원이 지원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지원단의 형태가 불안정하다보니 직원들의 퇴사도 잦았고, 지원단 6년 중 4년간 지원단장 자리도 공석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재단 독립 출범과 관련해 5년 정도 타당성·경제성 조사,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다양하게 검토하고, 필요성을 인정받아 재단이 설립됐던 거다. 그런데 작년부터 서울시가 9개 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효율화 용역을 수행하더라. 이 용역 결과 발표가 이번 달에 있을 예정인데, 발표 훨씬 전인 7월부터 서울시가 언론을 통해 재단을 포함한 세 개 기관을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거다. 결과도 나오기 전에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걸 보며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꼈다.

 

또 우리가 지난 9월에 용역 중간보고를 봤는데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정성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업무와 중복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서울시 기관이 서울시에 있는 부서 업무와 중복이 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렇게 허술한 측면이 많다.

 

 

Q: 서울의료원과 재단의 업무 중복도 통폐합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다고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그것도 터무니없는 주장 중 하나다. 서울의료원은 병원이고 재단은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지원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중복될 업무가 없다. 또 공공기관은 사기업처럼 이윤과 같은 객관적 성과지표가 없기 때문에 통폐합에 따른 효율성 여부는 사실 해당 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의견 청취도 없이 서울시 혼자 처리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 또, 오세훈 시장이 출범 당시 ‘약자와 동행하는 안심도시’를 천명하며 6,120억 원 규모의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의료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만큼 우리의 역할이 더 늘거라 생각했는데, 되려 재단을 통폐합하는 건 굉장히 기만적이고 모순적인 처사라 할 수 있다.

 

 

Q: 사실상 서울시장이 발표한 지향점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A: 맞다.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공공의료가 매우 강조됐는데, 해당 분야를 여전히 효율성으로만 판단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서울시장은 기관을 없앤다고 정책이 후퇴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서울시 보건의료정책을 후퇴시키는 처사다. 더욱이 재단 인력의 고용보장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가급적, 최대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 등과 같이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Q: 이런 사태에 대해 노동조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첫째는 저희 재단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노조들과 연대하며 서울시의 일방적 통폐합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다.(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기술연구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세 곳이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됨) 두 기관노조는 민주노총 공공운수 소속이지만 함께 성명서도 발표하고 토론회도 열고 있다.

 

둘째로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통폐합과 관련해 언론플레이만 할 뿐,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 입장에선 굉장히 답답하고 무시당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통폐합 과정에서 서울시와 재단 사이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조가 2주 내지는 3주에 한 번씩 통폐합 관련 정보제공 간담회를 개최한다. 감사하게도 조합원 중 70% 이상이 매번 간담회에 참석해 주신다. 조합원분들도 자주 저희 사무실에 방문해 통폐합 상황에 대해 물어보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신다.

 


 

 

Q: 주기적인 간담회 개최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열정이 대단하시다.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재단 입사 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KOFIH)에서 근무했다. KOFIH노조를 가입하진 않았지만, 당시 부위원장이었던 한다스리 위원장님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며 8개월짜리 계약직 눈에도 보일 정도로 굉장히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걸 보며 노조가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관 발전에도 참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느끼며 감명을 받았다. 재단 입사 후 ‘노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올해 통폐합 이슈가 나오면서 ‘이제는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원장을 맡게 됐다. 노조 설립 전, 후 모두 한다스리 위원장님께 조언을 구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마 KOFIH노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 역시 노조를 안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노조의 박소현 부위원장님이 없었다면 사실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다. 타임오프 일부만 받으시는데도 부위원장님이 항상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 혹은 조합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건강정책이라는 것은 결국 건강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우리 재단과 소속 노동자들이 통폐합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어떤 도구로 취급받는 게 아니라 존중받는 형태로 정책 결정들이 이뤄졌으면 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이 시간들이 혼자면 약하지만, 노조처럼 같이 모이면 힘이 된다는 것을 저뿐만 아니라 조합원 모두가 스스로에게 입증할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 노조도 서울시의 일방적 통폐합 저지와 더불어 노동자들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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