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선임차장
프리랜서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전속이 아닌 자유기고가” 혹은 “자유계약에 의한 작가나 예술가”, “일정한 집단이나 회사에 전속되지 않고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칭하고 있다.
여기서 공통으로 서술되는 ‘자유’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과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자율성과 독립성이 이점으로 손꼽히는 프리랜서 노동의 실상은 오히려 노동 관계법에 배제되어 기업과 고객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받고, 일감 경쟁으로 인한 저임금 문제, 미수금·지연지급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한국노동공제회)는 2023년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프리랜서들의 고충해소와 권익향상을 위해 <프리랜서 권익센터>를 개소하여 법률상담과 미수금 소송 지원 등을 지원해왔다.
▲ 지난 6월 2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불공정 사례 증언 및 제도개선 토론회’
지난해 11월에는 ‘프리랜서 불공정·고충 실태보고 및 권리 보호 정책과제 토론회’를 개최해 프리랜서가 겪는 불공정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어서 올해 6월, 지난 1년간 법률상담을 통해 파악된 불공정계약 및 피해실태와 당사자들의 정책 수요를 바탕으로 프리랜서 권리보장의 시급성과 사회안전망 확대를 제시하기 위해 국회에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불공정 사례 증언 토론회>를 한국노총, 한국공인노무사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김주영·이용우·임오경·박해철·박홍배 의원과 함께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직접 참석해 열악한 실태를 알리고,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본고에서는 토론회에서 나온 증언과 제도개선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현장 실태
웹소설과 출판·디자인, CS 강사, 스포츠강사, 마케팅, MC, 통·번역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장 실태 증언에 참여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불공정한 계약과 갑질을 경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선, 성인규 한국창작스토리작가 협회 회장은 웹소설 분야에서 계약의 상대방(플랫폼 및 제작사 업체)이 전속 계약 기간 동안 작가의 교육이나 강의, 방송 출연 등 개인 활동을 제한하는 등 개인 활동을 침해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담아도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업체의 독점적인 지위로 인한 문제를 지적했다.
웹소설을 번역하거나 2차 저작물, 파생 상품에 대한 우선적인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면 계약하기 어려운 현실도 덧붙였다. 아울러, 계약서상 법적인 용어에 익숙지 않다 보니, 불이익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출판·디자인 분야 이다혜 프리낫프리 편집장은 원고료가 20년째 오르고 있지 않다며 출판업계의 고질적인 외주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설명했다.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인 출판업계가 책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작가부터 삽화가, 편집자, 디자이너까지 모두 외주 노동자인 프리랜서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몇 년째 그대로인데, 크몽과 같은 외주업체 플랫폼에서 더 적은 비용을 제안해 단가가 더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출판 프리랜서들은 낮은 작업 단가를 메꾸고자 과잉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스포츠 강사로 일하는 이지원 강사는 프리랜서 강사들에 대한 임금체납 문제를 지적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코로나19 이후 폐업한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임금체납 사건에 대해 법·제도적 보호장치가 없어 홀로 대응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더불어 강제 휴직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실업급여)와 일하다가 생길 수 있는 사고나 부상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산재보험 가입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케팅 분야는 업체의 갑질로 인한 피해 사례가 많았다. 정영신 프리더마케터스 대표는 한 업체로부터 ‘퀄리티 미달’이라는 이유로 계약위반과 손해배상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계약서상 문제가 없었지만, 업체의 고압적인 손해배상 강요에 위협감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혼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갑질이나 부당한 요청에 신고할 수 있는 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업계 평판을 걱정하는 프리랜서들을 위해 익명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리랜서 MC로 일하는 한의석 드림아카데미 원장은 업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돌려막기’ 근절을 요청했다. ‘돌려막기’는 첫 번째 행사를 한 금액을 두 번째 행사 이후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행사 진행이 마음에 안 들었다며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소현 통·번역사는 AI 번역 기술 발달을 이유로 작업비를 기사 1건당 2천 원에 제안받았다고 했다. 그는 원청업체에서 고액으로 수주해도 에이전시에서 50% 이상의 수수료를 가져간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통·번역사의 초상권과 저작권을 보호를 요구했다. 동의 없이 통역을 녹음하고, 녹화를 배포할 때도 있는데 이 경우는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영상회의가 늘어나면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구나 업무 자질을 파악한다면서 테스트 명목으로 꽁짜노동을 요구하고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사회적 보호조차 없이 불공정한 처우를 감수하고 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법·제도 보호장치 제안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입법 제안사항들을 사전에 프리랜서 법률상담을 진행했던 전문가 4인의 발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이채)는 불공정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서 △프리랜서 계약을 서면 계약으로 체결하도록 하는 법령, 정책도입 △계약 체결 시 해당 계약서에 프리랜서의 보호를 위한 규정 포함 △프리랜서의 노동권·건강권 보장을 위해 휴일·야간근로 금지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 계약해지 불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미수금 문제의 특성으로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계약상 대가 지급 의무의 주체가 불명확한 경우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계약서 작성 시 분야별 표준계약서 및 계약서 작성 중요성에 대한 홍보 △종속성이 강한 내용의 계약 체결 시 계약서 서면작성을 의무화하는 입법 △대가 지급 의무 주체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최소 공공기관들의 용역 계약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불필요한 중간 업체의 개입을 방지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사업체 폐업 시 프리랜서들의 경우, 임금체납으로 인한 대지급금을 청구할 수 있는 노동자들과 달리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어 다른 사업체에 대한 종속성이 강한 프리랜서에 대한 입법상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동공제회는 프리랜서와 플랫폼노동자들이 불공정한 계약 체결이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저작권 및 계약서, 실무 등 업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개최하고자 한다.
토론회에서 제안된 입법 제안사항들은 국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노총과 함께 플랫폼·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들의 핵심적 보호 방안으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 운동을 회원 당사자들과 전개하고자 한다. 일하는 모든 이라면 누려야 할 사회보험과 최저임금 적용 등 최소 노동조건 보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