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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과 재택근무

김승훈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국장

등록일 2024년10월24일 08시5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바다에 대한 두려움보다 바다에 대한 사랑이 더 커야 한대. 헤엄치는 걸 너무 사랑한 나머지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야 한 대.” 어머니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꼭 인생 같구나, 그치?”

- 샤메인 윌커슨의 소설 ‘블랙케이크’ 중 발췌

 


▲ 워케이션 시범 사업 1일차 네트워킹

 

위와 같은 심정이었다. 한국노동공제회에서 일과 휴가를 함께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시범사업에 대해서 말이다. ‘과연 공제회가 이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결국 실패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판단의 결정적 계기가 된 건 공공연맹 전국국·공립대학교조교노동조합(위원장 박형도)의 지원이었다. 워케이션에서는 양질의 휴식을 제공할 장소가 중요한데 조교노조의 도움으로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숙소를 제공받았다(강릉원주대학교 해양과학교육원).

 

워케이션 시범사업(8월 19일~21일), ‘워라밸’과 ‘워라블’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도착했다. 출판편집자, 웹소설 작가, 애니메이션 디자이너였는데 모두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 업종이었다.

 

워케이션 동안 각자의 계획을 물어봤다. 출판편집자는 강릉 대형 북카페인 고래책방과 메밀 김밥을 파는 감자유원지, 그리고 사천진해수욕장에 가겠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디자이너는 인근 해수욕장에서 스노쿨링을 하겠다며 가져온 장비를 보여줬다.

 

웹소설 작가는 2박 3일간 8,000자 글쓰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워케이션에 참석했다. 실은 8,000자 글쓰기라는 계획이 좀 의아했다. 그 정도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강릉에까지 와야 할 이유라는 게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나만의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맛집과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강릉이 어떤 곳인가. 여행의 도시이면서 맛집의 도시, 그리고 커피의 도시다. 그는 현지식 음식을 먹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와 동시에 글을 썼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일하는 그에게서 난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과는 다른 워라블(Work-Life Blending·일과 삶의 조화)의 모습을 보았다. 일 자체를 즐기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게 실로 대단한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Work)은 자유의지로 하기보다 먹고살기 위해 선택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진 자신이 진정 원하는 직업보다 생계를 위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 프리랜서라고 다를까? 아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사회적 위험에는 더 취약하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휴가, 휴일, 산업재해, 4대 보험, 퇴직금, 육아휴직 같은 사회안전망은 프리랜서에게 남의 나라 먼 이야기다. 그래서 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이번 워케이션 시범사업은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비록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나마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참가자들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출판편집자는 워케이션 동안 경험하고 느낀 바를 3개의 후기 글로 작성해 전해왔다. 아래 QR코드에 접속하면 구체적인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일·가정양립을 위해 도입되고 코로나19로 확대된 재택근무

 

지금까지 언급한 워케이션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억지로 끼워 맞춰 노동자가 휴가를 가서까지 일할 때가 있을 수 있겠으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건 워케이션이 아니라 과로(Overwork)다.

 

다만 노동자도 사용자가 제공한 사업장이 아닌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재택근무(Home Office)다. 재택근무에 대해 말하려는 이유는 확산 가능성과 필요성이 있어서다. 사실 재택근무는 이미 10여 년 전 일·가정양립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추진됐던 정책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재택근무는 사회 전반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2022년 말 이후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시기로 접어들면서 IT업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에서 다시 사무실 근무로 회귀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줄어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업무 생산성의 저하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100대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70% 이상은 기존 사무실 출근 때에 비해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80% 이상이라고 응답했다(이 중 47%는 90%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생산성 저하가 일부 발생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사무실 복귀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몇몇 원인이 더 있겠으나 재택근무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사·노무 방식이 재택근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국내 기업의 전통적인 노동과정 통제는 대면에 기초한 관리·감독 방식과 수직적인 위계질서로 이뤄져 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하게 시행된 재택근무를 정착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더 나은 노동을 만들기 위한 재택근무

 

재택근무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도입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수도권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시간 손실이 없어지면 노동자들은 그만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지옥철을 타며 누적되는 피로가 없어진다. 사회적으로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난을 해소하고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이끌게 된다. 누군가는 아이 등하교에 함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자기 계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자연스럽게 출생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 역시 재택근무를 인재를 위한 투자와 복지의 관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재택근무를 노사가 상생하는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 역시 장려금,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사회 대전환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제회 워케이션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도와준 전국국·공립대학교조교노동조합(위원장 박형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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