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업무는 고객 소통 및 서비스 관련 정보 숙지가 필요한 고역량 전문 업종이나, 단순노무종사자 노임을 적용받아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콜센터 업계에 만연한 실적급 체계로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산재 인정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8월 28일(수) 오전 11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콜센터 노동현장의 폐해를 고발하는 ‘정당하고 합당한 콜센터 노동현장 조성을 위한 증언대회’를 개최하고, 성과급제 폐지 및 콜센터 적정임금 도입,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재인정요건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인사말하는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증언대회에 앞서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콜센터노동자를 지키기에 ‘감정노동자 보호법’,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가이드라인’은 너무 얄팍하다”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 여전히 많아 콜센터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증언대회가 콜센터 현장의 모순과 폐해를 해결하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오늘 형성된 공감대가 법제도에 반영되어 현장이 변화하고, 더 나아가 콜센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감정노동자 인터뷰 영상

증언대회에서는 콜센터노동자들이 경험을 통한 불합리하고 열악한 현장 사례를 증언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 최재영 위원장은 “AI와 챗봇은 전화 상담 업무에서 많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감정의 공감, 복잡한 문제해결, 유연한 대응,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 등의 측면에서 인간 전문가의 중요성은 대체할 수 없다”며 “인간적인 교감과 창의적인 접근, 윤리적 책임은 오직 전문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라고 밝혔다.

딜라이브노조 텔레웍스지부 이은미 지부장은 “폭언과 막말, 욕설을 하는 고객으로부터 아직도 보호받지 못하는 콜센터 노동자가 여전히 많다”며 “실적 위주의 급여가 아닌 역량을 기반으로 한 정당한 임금 체계, 비대면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재해 보장 확대와 지원 등 콜센터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다.

▲ 현장 사례 증언하는 김수한 LGU+고객센터노조 위원장(오른쪽)

 

LGU+고객센터노조 김수한 위원장은 “매일매일 고객들의 폭언에 시달리면서도 실적을 위해 참아야 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등수를 매기며 매일 매시간 비교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더 나은 실적을 위한 과열 경쟁은 인간관계를 갈등 구조로 내몰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수반하기도 한다”면서 “내부적인 경쟁을 줄이고 더 나은 일자리, 더 나은 임금을 통해 콜센터 업종도 좋은 일자리로 변화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공서비스노조 콜센터지부 유정연 지부장은 “회사는 민원발생 시 대처 방법이나 프로세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며 “▲악성고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명문화, 직무스트레스 검사 기회 제공, 셧다운제 등 콜센터노동자 보호를 위한 ‘콜센터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산재 발생 시 사업주 입증 책임 부과, 적정 휴게공간 설치 의무화 및 불이행 시 과태로 부과 등 건강권 보호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현장 사례 증언

 

HF파트너스노동조합 김시현 지부장은 “자회사 정규직 콜센터노동자는 빛 좋은 개살구”라면서 “공사 직원들이 성과급 180만 원을 받을 때 자회사 정규직 콜센터노동자는 18만원을 받았고, 특히 자녀수당 차별은 현대판 계급제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콜센터노동자들의 현장 사례 증언에 이어 한국노총 정책1본부 우상범 국장이 ‘콜센터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우상범 국장은 “콜센터노동자들은 기업의 수익창출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최전선에서 일하며 복잡하고 전문화된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고용불안, 취약한 안전보건 등에 처해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콜센터 전수조사 ▲콜센터 노사정 거버넌스 구축 ▲후처리 상담업무 수행에 따른 보상 ▲위탁용역계약서 공시 혹은 열람 의무화 ▲개인 성과급 비율 축소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 조치 ▲콜센터 직무 분석 및 노임단가 마련 등을 제도적・정책적 과제로 제시했다.

 

▲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

 

▲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어진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증언대회 참석자들은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건의’를 통해 “콜센터 실적급의 폐해가 노동자들의 삶을 지배하면서도 콜센터 업종 특성상 발생하는 각종 질환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콜센터 노동현장의 정확한 실태파악으로 콜센터노동자들의 정당하고 합당한 대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김위상 위원(국민의힘)

 

특히 “직무가치 재산정을 위한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으로 콜센터업의 산업별 사장규모, 종사자 수, 운영 형태 전수 조사, 시간당 노동단가 편차 조사 등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콜센터 종사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법령 또는 정부 지침에 의거한 콜센터업의 적정노임단가 도입(콜센터 전수 조사, 시간당 노동단차 편차조사, 국가 공인 콜센터 상담사 자격증 개발, 상담사 이력제 도입, 고객상담사에 대한 표준직업분류 수정 등) ▲콜센터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후처리 야근 상담 근절을 위한 ARS 17시 종료, 산업재해분류표에 감정노동자 산재 관련 기준 신설, 사업주 입증 책임으로 산재인정요건 개선, 고객응대근로자보호법 강화 등)을 건의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과 권향엽 의원·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김위상 의원(국민의힘)이 공동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