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의 공직 사회 이탈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공무원은 대체로 우리 사회에서 선호되는 직업이었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 높지는 않지만 안정된 급여, 연금이 보장된 안정된 노후가 공무원을 직업으로써 선호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언제나 선호되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1990년대 이전을 기억해 본다면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크게 우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고시 출신 공무원 등 몇몇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한다면 단지 직업적인 안정성을 보고 공직 사회에 뛰어든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이런 풍토에 변화가 인 것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가 아닐까 한다. 1987년 전국민적인 6월항쟁으로 쟁취한 정치적 민주화와 노동자 대투쟁에 이은 노동운동의 활발한 전개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 분위기와 더불어 소득수준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공직 사회에 있어서도 공무원노조의 합법화와 더불어 전반적인 노동여건의 개선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공직 사회와 공무원은 신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높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자랑하던 일반 민간 대기업의 선호도가 신자유주의에 따른 치열한 경쟁 사회의 도래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일반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높은 급여를 받는 대신 높은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 조기 퇴직을 강요당했다.
사회적으로 이런 풍조가 만연하면서 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직과 공무원들에 대한 인기가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정년과 노후가 보장되고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 소위 인기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은 매해 수백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고공행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MZ세대의 본격적인 사회진출과 맞물려 이 같은 풍토에 또다시 변화가 일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낮은 출생률로 직업과 직장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이제 인권보장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해 주면서 창의성을 활용하여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과정에 들어선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대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는 세력은 도태되고 노동기본권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권 보장에 기반을 둔 창의적인 기업과 조직만이 성공을 꿈꿀 수 있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공직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때 공무원이 노동자인가 하는 시대착오적인 논란이 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공무원도 당당한 노동자의 일원임을 선언하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인권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투쟁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 있는 공직 사회는 지금 MZ세대의 조기 퇴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MZ세대 조기 퇴직 현상은 아직은 대세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공직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지난해 6월, 대통령 집무실 앞(용산)에서 개최한 ‘한국노총 공무원보수위원회 참여 보장 촉구’ 기자회견
우선 공무원 보수 결정에 있어서 불합리한 요소를 들 수 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협상을 통한 절차이다. 노사 간의 임금협상이 노동자 임금 결정의 주요 요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위원회라는 기구에서 노동자 대표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대표인 정부, 그리고 제3자인 공익위원의 참여와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매번 심각한 대표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그 결정이 최종적인 결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재부와 같은 막강한 부처의 입김이 배후에서 작용하기도 하며, 국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도 필요하다. 공무원 보수 결정이 매년 뜬구름 잡는 식으로 산으로 가게 되는 이유다.
공무원의 보수 결정은 그 절차가 복잡한 것만큼이나 그 결과도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다. 보통의 민간기업이라면 노동자의 임금은 물가상승률을 주요 변수로 고려하고, 생산성 향상을 반영하여 노사 협상으로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무원의 보수는 물가상승률이나 생산성 향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2년은 물가상승률은 6.1%, 경제성장률은 2.6%에 이르렀으나 보수 인상률은 1.7%에 불과하였다. 특히 입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경우에 보수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경직된 조직문화는 MZ세대 공직자들이 공직 사회를 외면하게 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이탈의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자 한다면 공무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공무원들의 입을 봉한 채 시키는 대로만 일하라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만연된 상황이라면 공무원들이 열성을 갖고 국민을 위해 창의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태도도 문제다. 비우호적임을 넘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마치 노동조합 활동이 경제성장이나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주 60시간대 근로시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세계의 주요 발전 국가들이 주 40시간대 노동을 구상하고 그 실현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만 노동시간 문제에서 과거로 퇴행하는 행태를 보인다.
연금개혁 문제도 그렇다. 연금문제는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이고 깊이 있게 고민해서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수십 년 후의 재정문제까지 들먹이며 연금제도를 건들지 못해서 안달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입만 열면 노동개혁,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노동조합을 몰아붙이는 것은 그 자체로 퇴행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노동조합의 활성화와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결코 장기적인 경제발전의 적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활성화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과 참여가 높을수록 국민 모두에게 과실을 돌아가는 건실한 경제성장도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운동을 적대시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철학의 부재, 시대 흐름에 대한 인식의 착오에서 나온다.
공직 사회와 관련된 이런 불합리한 요소, 불공정한 요소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MZ세대의 공직 이탈과 장기적으로는 공직 외면 현상이 지속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