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과거 수십 년 간 수출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를 기대한 경제정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2020년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당시 산업 현장의 청년일꾼이었던 베이비붐 세대들은 어느덧 중장년이 되어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그런 ‘자수성가’의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재산과 사는 곳이 하나의 계급이며 특권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경제 불평등으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와 세대 간 단절로 인한 갈등이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노총의 임금인상요구율을 얘기하면서 웬 경제성장과 양극화를 들먹이냐 하겠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몫(?)했기 때문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며 더욱 심해졌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 인한 보상이 아닌 거래 대상이 되었으며, 같은 노동자라 해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 간 차별의 원인이 되었다.
극심한 임금 불평등의 상황 속에서 노총이 매년 발표하는 임금인상요구안은 산하 노동조합과 조합원들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려웠으며 노동조합에서도 임금인상요구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노총은 이에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고, 올해부터는 임금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와 노동계급 내 공동의 이해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연대 임금조성분이 포함된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기로 하였다.
5.3% + 2.6% = 7.9%
(실질임금인상 요구율) (연대임금 조성분) |
지난 2월 18일 제79차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2020년도 7.9% 임금인상요구율을 확정하였다. 이번 인상률은 앞서 말한 대로 실질임금인상률의 5.3%와 임금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연대 임금(solidarity wage)조성분의 2.6%가 합쳐진 요구율이다.
임금인상요구율에 포함된 연대 임금조성분은 ‘공동근로복지기금’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연대 임금 전략은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속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높은 인상률의 ‘하후상박의 원칙’으로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상황 속에서 고임금 노동자들이 불만과 부담을 가질 방법이라 향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노총 역시 그동안 임금 불평등의 단계적 해소를 위한 방안과 접근을 시도해왔으나 직접 대기업-정규직 임금인상을 중단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 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기초한 방안에 한계를 가지며 뚜렷한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 방식의 연대 임금 조성분은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고,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향후 통해 격차를 축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의 예
1) 지역별 동일 업종의 임금교섭을 통해 기본임금인상요구안을 7.9%로 제시
2) 7.9%의 임금요구분 중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분에 해당하는 2.2~2.6% 정도(1/3 수준) 정도 수준을 노조에서도 분담하며 이에 맞추어 사업주도 동일 수준으로 추가분담
3) 공동근로복지기금 설치 및 계획수립 등에 관해서는 추후 협의회 구성 및 운영을 통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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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번 연대기금조성분이 반영된 노총의 임금인상요구율은 기존 노총의 임금인상방식을 완전히 변경한 것이 아니다. 과거 노총의 임금인상요구율은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와 노동조합이 선호하는 임금인상률을 고려하며 결정하였는데, 여전히 표준생계비, 노동조합의 선호 임금인상요구율 그리고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인상률과 같은 거시경제 지표를 주요 근거로 고려하였다.
이번 임금인상요구율을 산정하는데 과거와 다른 점은 노동조합의 선호 임금인상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실태조사에서도 노동조합들은 ‘4% 이상~6% 미만 인상’을 가장 선호하였는데, 과거 조합들이 8% 이상의 높은 인상률을 선호한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낮은 수치다.
특히, 임금 교섭 결과에서도 지난해 평균 임금인상요구율은 7.0%였으나, 실제 평균 타결률은 3.4%로 나타났다. 요구수준의 반 토막 수준이다. 이러한 교섭결과는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 상황, 2020년 역대 최저치의 최저임금 인상률(2.87%),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로 인한 교섭력 약화가 노동조합의 임금 교섭에 있어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0년도 상황은 더욱 부정적인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내수경기침체 장기화 전망, 반도체와 제조업 경쟁력 악화 등으로 인한 악재가 놓여있다.
노총은 앞으로도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을 통해 임금 불평등 완화를 위한 임금인상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대임금조성분이 반영된 새로운 임금인상요구율은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의 대가가 올바르게 반영되는 목표를 가지고 향후 회원조합 및 현장 조합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더욱 구체화 시킬 예정이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많은 관심 바라며,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의 2020년 임금 교섭 승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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