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글로벌 교역이 부진하자 국내 실물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경제 기관들이 예측한 우리나라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게 전망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국민재난지원금을 준비하고 있지만 경제영향이 본격화되는 5∼6월 즈음 경제지표는 더욱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용지표 역시 심상치 않는데 3월 고용 동향에서는 취업자 수는 10년 만에 최악으로 감소했다. 특히, 소비심리위축의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도매 및 소매업(-16만 8천 명), 숙박 및 음식점(-10만 9천 명)을 비롯해, 휴교가 계속되자 교육 서비스 업(-10만 명)에서도 큰 폭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이들 업종은 취약계층, 저임금 노동자, 영세자영업자가 많이 종사하는 대표업종이기도 하다.
경제와 고용의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영세자영업자들의 생활이 타격을 받자 대통령을 비롯해 장·차관급의 고위공직자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하였고, 공무원 임금 동결, 국회의원 세비 기부 운동도 언급됐다. 물론,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부의 선의(善意)가 자칫 민간 기업에서 왜곡돼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의 안정성을 위협할까 우려스럽다. 특히, 최근 사용자단체와 일부 기업에서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삼아 구조조정과 노동자 임금 삭감을 단행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코로나 19사태로 인하여 출근과 급여 등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1
한국노총은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코로나19 위기극복 현장지원단을 운영하며 연대임금전략을 활용한 대응지침을 노총 산하 회원조합 및 지역본부에 전달했다.
지침 내용 첫 번째는 임금인상관련이다. 최근 노동자 임금 인상변화를 살펴보면 경제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졌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민총소득은 약 1,840조 원으로 전년에 비해 5.5% 증가하였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가늠하는 지표인 피용자 보수 증가율은 4.4% 그쳤다.
반면, 정부 공무원들이 소속된 공공부문 보수는 전년 대비 6.2% 인상되며 일반 피용자 보수보다 2% 높게 인상됐다. 이는 정부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처우는 개선되었지만, 일반 민간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를 보더라도 민간기업에서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임금삭감 및 인상자제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향후 노동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노총이 주장하는 연대임금전략을 통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이를 통해 내수진작 및 경기활성화 방안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연대임금인상전략의 핵심은 피용자 보수 총액의 임금인상액의 일정 부분을 지역활성화를 위한 임금인상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전산업 기준 평균임금인상률(3.5%)로 임금이 인상될 경우, 피용자 보수는 약 26조 8천억 원 가량 증가한다. 이렇게 인상된 금액의 일정 부분(30%)을 지역 화폐 또는 온누리상품권 등의 형태로 지급하여 내수 활성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의 기초하여 지출 시기별 소득공제율 혜택을 확대할 수 있기에 교섭을 앞둔 노동조합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활용이다. 현재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약 1,670개 법인에 설립되어 있으며 그 적립액이 10조가 넘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사내근로복지기금 원금의 일부를 재난구호금 명목(지역 화폐 제공)으로 제공하는 데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에 향후 부칙 개정 등을 통해 지역사회 내 소비 활성화 및 노동자-자영업자가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코로나 위기상황 속에서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국가 간 교역이 어려워진 지금의 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적극적인 내수 활성화 정책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경제선진국인 독일은 2009년 불어 닥친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도 전산업 평균 3%의 임금인상을 달성했다. 일부연구에서는 당시 독일이 추구한 꾸준한 임금인상률이 경제 안정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지금의 위기를 위험한 시기로만 보게 되면 위기의식은 불안감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위험 속의 기회로 삼고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노동조합으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각주)
1. 취업포털 업체인 ‘인크루트’ 조사결과 (20.4.2 발표), (유형 -무급휴가36.1%, 임시휴업 24.5%, 임금삭감 13%, 권고사직 6.5%, 급여반납 3.2%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