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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좋소, 유튜브의 21세기 노동 문학

임명묵 대학생

등록일 2021년07월29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튜브가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중심이 되면서 만들어진 가장 큰 변화는 대중들이 원하는 영상 콘텐츠가 중앙 통제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1년에 그 ‘대중 콘텐츠’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콘텐츠가 있다면 웹드라마 ‘좋좋소’다. 좋좋소는 화성시 중소기업에 과장으로 재직하다 중소기업의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영상으로 찍어서 업로드한 ‘이과장’ 채널에 올라온 20여부작 드라마다.

 

중소기업 재직 경험과 영상 촬영에 대한 재능이 출중한 ‘빠니보틀’과 ‘곽튜브’ 등이 각본과 기획에 참여하였다. 좋좋소는 직장 생활을 다룬 블랙코미디 드라마였는데, 이러한 매니악한 콘셉트임에도 불구하고 회차별 조회수가 100만에 달하며 2021년 최고의 인기작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 출처 = 이과장 유튜브 ‘좋좋소’ Ep.01

 

좋좋소가 높은 평가와 인기를 누린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에는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보이는 각종 부조리한 현실을 아주 현실감 있게 드러냄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중소기업과 관련된 경제 영역에 종사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각자의 직분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정서를 아주 사실감 있게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업무 분장이나 직무 교육을 비롯하여 어떠한 업무 체계 없이 돌아가는 중소기업의 현실, 대표의 업무 전문성보다는 인맥과 정실 인사로 돌아가는 영업, 의욕은 부재하고 바라는 것은 많은 신입 사원, 언제든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대리, 인성이 심히 안 좋음에도 우수한 능력으로 회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차장,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며 지쳐있으면서도 다른 도전을 하기 싫어 비전이 안 보이는 기업에 남아 있는 과장 등. 좋좋소에서는 한국 중소기업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정말이지 ‘극사실주의적’으로 묘사된다.

 

이런 사실성과 풍자성 때문에 좋좋소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사람들은 배우나 감독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열렬한 시청자층이다. 100만의 조회수를 이루는 개별 시청자층이 좋좋소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은 아주 다채롭다. 어떤 이들은 좋좋소에서 감독이 세심하게 배치한 상징들이나 배우들이 보이는 디테일한 연기를 잡아내며 이것이 왜 2021년 한국의 중소기업 현실을 날카롭게 짚은 것인지 해설해준다.

 

다른 이들은 좋좋소에 묘사되는 ‘정승네트워크’ 같은 기업에 다녔던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거나, 현실은 웹드라마보다 더 가혹하다는 식의 증언을 이야기한다. 또 다른 이들은 자신들이 저 ‘좋소’에 다니지 않음에 안심이라는 글을 쓰거나 그런 기업을 탈출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를 전한다. 요컨대 좋좋소의 댓글창은 2021년 현재 대한민국 노동 현장을 가장 사실감 있게 들을 수 있는 하나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좋좋소’, 그리고 그 드라마 댓글창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중소기업에 대한 멸칭을 제목으로 삼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한국에 형성된 강고한 이중경제체제에 대한 고발일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의 수혜를 입은 국제적 영역에서 만들어진, 수도권의 상류 중산층과, 그렇지 못한 채 과거 한국의 무규칙성, 비정형성이 그대로 온존해있는 2차 노동시장, 혹은 하부 경제 영역에 대한 강한 분리의식. 그리고 그 두 상이한 영역에 인생의 어느 시기에 어떻게 진입하느냐를 두고 갈라지는 신분. 이러한 강한 사회적 압박은 좋좋소 전반에 깔린 음울한 사회 풍자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청년층 사이에서 국민적 성장이라는 신화 대신에 ‘수저’로 대변되는 현실이 사회를 진실로 반영하는 의식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좋소는 감독이 연출해내는 이야기, 개별 캐릭터, 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평가하는 대중들이 함께 연출하는 한국 사회의 초상이다. 그 초상은 유튜브 영상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려내고 나타내는 정서는 어쩌면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서민의 현황을 소름돋게 그려내는 노동문학과도 닮았다. 청년을 읽고 청년과 소통하겠다고 기성세대가 너도 나도 나서는 요즈음, 그 출발로 좋좋소를 삼는다면 적어도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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