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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확장

-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을 중심으로-

등록일 2023년02월09일 09시0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운병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가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사건 경위

개별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은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주5일제 실시 등 6가지 의제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 주식회사(이하 ‘씨제이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씨제이대한통운은 자신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이 사건 노조는 씨제이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씨제이대한통운은 이 사건 의제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노조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변화

과거 대법원은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고용주와 노조법상 사업주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0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고 판시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있어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

과거 현대중공업 사건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4호)의 사용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다. 반면 이 사건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즉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에도 위 현대중공업 사건의 판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 출처 = CJ대한통운 홈페이지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노조가 제시한 교섭요구안은 씨제이대한통운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씨제이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의 관계에서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 사용자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였으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구체적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 복합적 노무관계가 확산됨에 따라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도 다면적으로 분화하고, 다층적 사업주 간의 종속성의 정도에 따라 근로조건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원사업주임에도 근로조건 일부에 대해서만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배력이나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근로조건에 대하여 원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근로조건의 개선, 유지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의 근로3권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나. 일정한 근로조건에 대해 지배력과 결정권이 없거나 그 권한이 한정적인 원사업주는 단체교섭능력 또한 없거나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노동조합이 원사업주와의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 결렬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그러한 쟁의행위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결국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등 근로3권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 이는 원청 사업주의 복합적 노무관계의 형성이라는 경영상 방침에 의해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3권의 효력이 일부 중단되는 것과 같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다. 원청 사업주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해석하지 않을 경우 하청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원청 사업주는 사용자가 아니어서 노조법 제43조의 대체근로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대체근로를 사용해 하청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따라서 노조법 제43조의 쟁의행위시 대체근로투입 금지의무의 수범자에는 종전 대법원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의 수범자로서의 ‘사용자’ 해석과 같이 해당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 내지 결정권을 갖는 사업주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라.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해석 문제는 단결권과 관련한 지배·개입 행위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전반적인 근로3권의 보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노조법 제81조 제1항이 부당노동행위의 유형별로 사용자의 개념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까지 보태어 보면, 노조법 제81조 제1항의 ‘사용자’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 단체교섭 거부·해태 행위(제3호)와 지배·개입 행위(제4호)를 달리 판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마. 노조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반드시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대상 판결의 시사점

현대 기업들은 과거 하나의 기업이 담당하던 일들을 생산‧거래‧유통의 흐름에 따라 여러 회사로 나누고, 다층적 계약관계망을 통해 분업한다. 그 결과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원사업주 이외의 사업주가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노무를 자신의 지배 또는 영향 하에서 이용하는 계층적,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없는 원사업주 대신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원청)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다. 반면 원청은 복잡한 논리를 앞세워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노동자들과 교섭을 회피하려 한다. 그러나 실질은 단순하다. 교섭과 협약은 결정권자와 하는 것이며 이는 교섭이라는 행위의 본질적 모습이다. 복합적 노무관계로 인해 노동자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교섭 상대방을 잃어버렸다.

 

대상 판결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가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선명하게 밝힘으로써 노동자들에게 교섭 상대방을 되찾아주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교섭요구사항 별로 단체교섭 응낙의무의 주체를 판단했는데 이는 헌법상 단체교섭권을 현실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며, 최근 노동3권의 구체적 권리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흐름과도 어울린다. 대상 판결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노동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그동안 실질적인 결정권자(원청)와 단체교섭을 할 수 없던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본 판결은 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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