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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담노트를 정리하며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leeseyha@naver.com)

등록일 2021년12월30일 09시3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올 한 해 나는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고충을 상담했다. 인사·노무관리 체계가 잘 갖춰지고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동자들보다는 100명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상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담을 요청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연차휴가 사용을 두고 사용자와 다퉜으며 직장내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올해 새로운 상담특징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비정형 노동자들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하나의 일터에 속해 있지 않은 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거리를 찾고 노동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속에서 가사노동자·프리랜서 등은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퇴직금을 떼이고 부당해고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한국노총 노동상담소는 상담현장에서 마주한 이들의 고통과 분노의 목소리를 법·제도를 만드는 국회와 정부로 전하고자 노력했다. 연초에는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비정규직위원회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상담 사례를 분석해 보고했고, 국정감사 기간 중에는 한국노총 정책본부를 통해 임금체불과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노동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사항을 제안했다.

 



올해 7월 개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민간기업 노동자들은 잃어버린 공휴일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난 7월7일 국회는 근로기준법 55조를 개정해 사용자로 하여금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관공서공휴일규정)에서 정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노동자에게 보장하도록 했다. 법에 따라 올해부터 3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됐다. 이로써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아니었던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전과 비교했을 때 단순 계산으로도 유급휴일이 최대 14일 이상 늘어난다. 최저임금(8천720원) 기준 일급 6만9천760원이라 가정하면 14일일 경우 연간 약 100만원의 유급휴일수당이 주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으로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업주 친인척의 직장내 괴롭힘을 제재할 수 있게 돼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에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근로기준법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 조항은 사업주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용자의 범위는 사업주나 사업경영담당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직접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한 경우나 사업주의 친인척이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해도 별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10월14일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한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족인 근로자에게도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용자의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사용자의 친족에 해당한다. 가해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로 직장내 괴롭힘 방지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직종이지만 비정형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도 만들어졌다. 가정에서 청소와 세탁, 요리, 자녀 양육과 고령자 돌봄을 주된 업무로 하는 가사노동자들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최근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기준법 11조가 ‘가사사용인’을 적용제외 대상으로 정해 근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지난 6월15일 국회를 통과한 가사근로의 고용개선에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기관이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노동자를 4대 보험에 가입하도록 정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시간 단위로 가사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춰 고용이 불안정한 가사노동자의 환경을 고려해 제공기관은 최소 1주 15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보장하고 유급주휴일과 연차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노동계가 제안한 법·제도 개선안의 알맹이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공휴일을 유급화하고 직장내 괴롭힘 방지조항이 담긴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역시 5명 미만 사업장은 열외다.

우리가 매일매일 세비가 아깝다고 비아냥거리지만 국회와 정부가 우리의 밥줄을 쥐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상담전화 수화기 너머로 울고 분노하던 수많은 노동자의 눈물과 고통은 결국 국회에서 법·제도를 통해 그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새해 우리는 다시금 이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투쟁하고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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