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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고 묻지 않으면 가짜뉴스에 빠진다

등록일 2018년11월09일 13시4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오필민 칼럼리스트

 


 

가짜뉴스 논쟁이 일었다. 가짜뉴스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입법 이야기가 나왔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가짜뉴스를 걸러내려면

진짜뉴스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진짜뉴스를 규정하기가 모호하다.


유튜브에 떠도는 가짜뉴스라는 걸 보니 이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사실을 왜곡하고, 황당한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짜깁기를 하고. 과연 누가 이런 말을 믿을까 싶다. 어떤 것은 절로 칭찬이 나올 만큼 왜곡과 짜깁기가 훌륭해 거짓이라고 꼬집기 힘든 내용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교묘한 이야기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몇 가지 사실을 검색하면 금방 속내가 들통 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한 번 더 생각하기.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니, 자신이 예상하거나 상상한 내용을 만나면 앞뒤 따지지 않고 덜컥 믿는다. 가짜뉴스는 이런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만들어지고 퍼져나간다.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거짓을 찾지 못한다. 거짓은 쓰거나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도 자신의 생각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거짓을 진짜로 믿고 가짜뉴스의 확산에 동조자로 변신한다. 자신이 가짜뉴스에 속은 지도 모른 채 스스로도 가짜뉴스를 생산한다.


며칠 전 장강명 소설가가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던 『댓글부대』라는 소설을 읽었다. 임상진이라는 기자가 정보기관 댓글부대 끄나풀 찻탓캇의 거짓 고백에 속아 결국은 오보를 발표해 추락하는 이야기다. 기자가 정보기관에서 댓글부대를 통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믿다 보니 거짓 고백을 의심 없이 받아 적어 생긴 일이다. 찻캇탓은 몇 가지 드러난 사실을 교묘히 짜깁기해서 기자를 속였다. 이때 드러난 사실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니 ‘왜’라는 질문을 잊었고, 중요한 지점의 거짓 정보의 확인 작업에 게을렀다. 결국 정보기관을 의심하던 기자 자신이 역공작의 희생물이 되어 침몰했다.


여기서 기자의 캐릭터는 상상의 산물만이 아니다. 중립적인 기자는 없다. 자신의 세계관과 주장이 강한 이가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왜라는 질문과 확인 작업을 잠깐 소홀하면 의도치 않게 오보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언론사에서 심심찮게 오보를 하고, 정정보도를 내보내지 않는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자만큼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이가 많을 거다. 글을 쓸 때는 옳다고 믿기에 쓴다. 그게 칼럼이든 SNS상의 글이든. 왜라는 질문과 확인이라는 점검을 깜박하고 놓치면 스스로 가짜뉴스 생산자로 전락한다.


자신이 평소 믿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날 때보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만날 때 이런 잘못에 빠진다. 자신만이 보는 일기가 아닌 이상 글을 쓸 때는 왜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주장이 담긴 글일 경우에는 한 문장, 한 단어를 쓸 때 질문해야 한다. 제대로 된 주장글이나 칼럼은 글 쓰는 이 스스로 얼마나 많이 자신의 생각에 ‘왜’라는 물음표를 던졌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자료를 인용하거나 타인의 생각을 옮길 때는 빠짐없이 사실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중립이니 객관이니 하는 글을 쓰라는 말은 아니다. 글에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대립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쪽에 분명히 서서 편향된 글을 써야 한다. 애매모호한 입장이 담긴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고, 혹은 이도저도 잘못됐다는 해설자 풍의 글은 지양해야 한다. 글은 편향되게 쓰더라도 사실을 마주할 때 편견을 갖지 말라는 말이다.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이도 편견 없이 들어야 하고, 나와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


내 카톡 프로필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편향을 추구하지만 편견은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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