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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처럼 단호한 목소리’는 정말로 단호한가

등록일 2018년03월13일 1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칼날처럼 단호한 목소리’는 정말로 단호한가

 

글도 옷을 입는다. 글의 옷은 무엇일까?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밑줄을 그으며 배운 직유법, 의인법, 은유법과 같은 비유법이 바로 글의 옷이다. 또는 형용사나 부사를 이용해 명사나 동사를 꾸며 치장을 하는데, 이는 문장의 액세서리와 같다. 글이 옷을 입으면 이해하기 쉽고 감칠맛이 난다. 하지만 몸에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거나 과도하게 치장하면 거추장스럽듯 문장도 이 꾸밈 때문에 망치는 경우가 있다.

 

비유법이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말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설명하는 일을 말한다. 어떤 사물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면 의인법이라고 한다. ‘나무가 웃는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 꽃’과 같은 경우이다. 직유법은 ‘~같이’, ‘~처럼’과 같은 표현을 통해 사용하는데, ‘소처럼 느린 걸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와 같은 표현이다. 은유법은 직유와 대조되는 표현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문을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살쾡이 같은 얼굴에 가을하늘 같은 마음을 지녔다’라는 문장은 직유다. 이를 ‘얼굴은 살쾡이지만 마음은 가을하늘을 닮았다’라고 표현했다면 은유다. ‘살쾡이 같은 얼굴’과 ‘얼굴은 살쾡이’의 차이다. ‘가을하늘 같은 마음’과 ‘마음이 가을하늘이다’의 차이가 바로 직유와 은유이다. 의인법에 비해 은유나 직유를 묻는 질문이 시험에 나오면 헷갈린 경험이 있을 거다.

 

앞으로 국어시험을 볼 일은 없을 테니 직유인지 은유인지 정답을 찾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 문장에 은유를 썼는지 직유를 썼는지를 찾는 일보다는 제대로 문장을 썼는지가 중요하다. 괜히 겉멋을 부리려고 쓴 비유가 오히려 엉뚱한 문장이 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겨울 집에 들어설 때 발바닥에 차가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난을 표현할 때 찬 방바닥을 비유해 쓰곤 한다. 한 일용노동자가 밀린 요금을 내지 못한 까닭에 난방용 가스를 차단당했다. 하지만 오늘도 인력시장에 나갔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씁쓸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서서 방문을 여는데 발바닥에 찬 기운이 느껴지자 가슴이 울컥할 수 있다. 자신의 가난을 냉골인 방바닥이 대신해 말한다. 이때 ‘살얼음처럼 차가운 방바닥’이라고 쓰는 경우가 있다. 그냥 ‘찬 방바닥’이라고 쓸 때보다 뭔가 그럴듯해 보여 흐뭇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살얼음’과 ‘차가운’은 전혀 걸맞지 않다. ‘얼음’이 있으니 ‘차다’는 표현과 어울린 듯싶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살얼음’은 ‘얇게 살짝 언 얼음’을 말하고, 발로 밟으면 금방 쩍 갈라지고 무너져 위태로울 수 있을 때 쓴다. ‘위태로움’을 나타날 때 쓸 말이지 ‘차가움’을 비유할 때 쓸 말은 아니다. 살얼음 같은 바닥에 발을 디디면 무너져 내릴 위험에 처해 발바닥이 냉골인지 느낄 겨를도 없이 추락할 거다. 이 일용노동자는 ‘살얼음판 같은 하루’를 살지만 결코 ‘살얼음처럼 차가운 방바닥’은 느낄 수 없다. 이때는 ‘얼음장(빙판)처럼 차가운 방바닥’이라고 쓰는 게 적절하다.

 


 

누군가 내 부탁을 ‘칼날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할 수 있다. 여기서 ‘칼날처럼’은 ‘날카롭다’, ‘예리하다’를 비유하는 말이다. ‘칼날처럼’은 ‘단호한’ 목소리를 비유한 말인데, 단호함과 예리함은 전혀 어울리지 않다. 칼날은 빼고 그냥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해도 충분한데, 괜히 어울리지 않은 비유를 해서 문장을 엉뚱하게 만든 경우다.

 

며칠 전에 글쓰기 숙제를 보는데, ‘친구는 바람같이 다급하게 도망쳤다’라는 문장을 만났다. ‘바람같이’와 ‘다급하게’는 어울린다. 하지만 한 문장에 같은 수식을 두 번했을 뿐 도망치는 속도가 더 빨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여기서 꾸미고 싶은 말은 ‘도망쳤다’이다. 이때는 ‘바람처럼(같이) 도망쳤다’ 혹은 ‘다급하게 도망쳤다’처럼 써야 알맞다. ‘바람처럼 다급해도’ 어차피 빠르게 도망친 표현을 더욱 잽싸게 뛰어가는 모습으로 그리지는 못한다.

 

비유법을 적절히 쓰면 글을 맛깔스럽게 하고 독자의 감정을 휘어잡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위의 예문을 통해 비유는 적절한 표현으로 적당하게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비유를 올바로 하는 방법은 쉽다. 국어사전을 찾아 내가 하려는 표현과 걸맞은지 단어를 확인하면 된다. 내가 하려는 말에 꼭 맞는 비유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 비유에 알맞은 문장은 단 한 가지 표현밖에 없다는 걸 잊지 말고.

 

오필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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