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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노동조합 설립필증이 필요합니다

공공연맹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 이경태 위원장

등록일 2020년12월15일 11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올 3월에 설립된 경륜선수노동조합은 7개월이 지나도록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받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보완요청에 따른 서류 제출, 대면 질의 참석까지 노조설립 필증을 위한 모든 요구사항을 완료했으나, 설립 필증은 교부되지 않았다. 이경태 위원장은 9월부터 고용노동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16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결국 10월 21일자로 설립필증이 교부됐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노동조합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 위원장 이경태라고 합니다. 저희는 경륜선수협회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하며 설립됐습니다. 3월 26일 한국노총에서 창립총회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3월 30일 중부지방 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설립 신고를 완료했습니다.

 

예전에 가입 상담 문의 전화를 주셨을 때 제가 위원장님과 통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19년에 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셨고, 협회에서 노조로 전환하시겠다고 전화를 주셨던 것 같아요. 협회에서 노동조합으로 전환해야겠다 싶었던 계기가 있었을까요?

노동조합 전환은 오래 전부터 많이 생각해왔던 부분입니다. 저도 선거를 3번째 치르고 있고 이전에는 집행부에서 부회장이든 감사든 역할을 해왔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협상 주체인데, 협상 과정에서도 사실상 협회가 아무런 힘이 없는 걸 많이 목격했습니다. 생계권과 관련된 부분은 특히나 공단이 주는대로 받아 가야하는 입장이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법적으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아무리 공단이랑 협상을 해도 문서가 안 남아요. 구두계약만 하게 되는데, 공단이 합의했던 바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버리고, 선수들 곶감 빼먹듯이 자기들 이익만 차리는 형태니까 법적인 단체성이 인정돼야겠다는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선수들에게도 노동조합 설립의 필요성을 얘기했었습니다. 법적 노동조합으로서 4대 보험, 산재든 여러 가지를 우리가 받아와야 한다고요. 아예 협회 회장 선거공약도 대부분 그 내용으로 넣어놨었습니다. 우리가 근로자성이 왜 있는지를 일곱 가지 조항으로 정리해서 선수들에게 다 배포했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해오셨네요.

네, 우리가 특수고용노동자이고 근로자성이 있다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면서 미리 준비는 다 하고 있었어요. 사실 단체협상 관련한 문서도 선거 전에 초안을 다 만들어놨었습니다. 노동조합 설립 필증이 나오면 단체협상을 바로 진행하려고 했었거든요. 모든 준비를 해놓고 나서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렸었습니다. 근데 전년도 9월, 하반기쯤에 선수들 시합이 모두 취소됐어요. 그러면서 저희가 집회를 시작하고, 그게 노조로 전환하는 첫 발단이 된 거죠. 사실 경륜선수들이 집회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부산집회, 문체부 국감 있을 때 국회에서 집회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억눌렸던 우리 권리를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진화를 한 거죠.

 

들어보니 경륜 선수는 건강검진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처우가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국감 때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륜 선수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 하던데, 이후로 공단의 태도가 달라졌나요?

작년 국정감사가 끝나고 오히려 탄압이 더 많아졌습니다. 전년도 5월에 선수가 도로 훈련 도중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국정감사에서도 경륜 선수의 안전이나 처우 부분을 개선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지금 선수 훈련 환경이 악화됐어요. 예를 들어 경륜 선수는 트랙 경주를 하지만 자기 기량을 높이기 위해선 트랙뿐만 아니라 도로 훈련을 실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경륜장 세 곳을 포함해서 트랙이 9개 밖에 없어요. 지역도 멀어서 선수들이 장거리 운전 때문에 훈련 효과가 떨어져버립니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차가 덜 다니는 쪽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어요.

 

공단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고 그 전에도 도로 훈련하면서 선수들이 사망한 경우가 있어서, 공단에서 훈련지도관이나 보조차량을 활용해서 선수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오히려 국정감사 지적받고 나서 이런 부분들을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훈련지도관 폐지하고 안전지원관이 생겼는데, 안전지원관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딱히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훈련지도관 폐지 반대하는 탄원서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그냥 본인들이 계획한대로 진행해버렸어요. 사실 문체부도 문제가 있어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상위기관으로써 해당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문체부가 그 역할을 못하니 공단의 갑질이 더 심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 최악인 걸 말씀드리면 올해 기획재정부에서 공단 예산이 20% 삭감됐다고, 선수들 명절 상여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예산 책정도 안 했고, 선수들한테 관련 내용을 문서로까지 배포했어요. 처음 있는 일이에요. 개인적으로 국정감사 이후의 보복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정감사 이후 선수들 탄압이 심해지고 더 악화됐습니다.

 

올해 국정감사 이후에는 좀 변화가 있을까요?

그래도 2년 연속 지적받는데 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공단 관계자 중에 저랑 통화하면서 녹음된 게 있는데 어떤 내용이냐면 ‘당신네들이 아무리 외부활동을 한다 해서 자신들의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아무리 당신들이 해봤자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전년도에 국정감사나 집회하면서 이런 전체적인 협박과 회유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게 공단이 지난 25년 동안 지속해 온 방식입니다. 사람들의 생계권을 쥐고 흔들면 이 사람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마인드가 변하질 않아요.

 

억압적인 방식을 바꿀 생각이 크게 없나보네요.

네,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노동조합 설립 필증이 빨리 나와서 임의 단체가 아니라 법적 교섭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법적인 부분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공단도 응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선수들이 지금까지 받았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 이걸 목매달고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코로나 때문에 시합이 8개월 동안 멈추면서 선수들은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생계가 곤란해졌는데 사실상 노조설립 필증이 있었으면 선수들 생계보장은 해소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지금 생계가 곤란한 점을 국회, 문체부, 공단한테 얘기해도 아무도 얘기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경륜선수들께서 생계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리운전,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선수들이 한 달, 두 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항상 공단에서 대기상태를 얘기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요. 한 달짜리 대기상태를 얘기한 것도 얼마 안 됐어요. 그 전에는 한 주, 한 주 대기상태를 걸어뒀었거든요. ‘다음 주에는 경기 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대기상태를 걸다가 선수들이 ‘한 달 단위로 얘기를 해줘라, 중간에 시합 재개하면 재개한다고 통보해주면 되지 않냐, 막연히 일주일씩 어떻게 기다리냐’고 요구해서 바뀐 거예요. 일주일씩 대기상태 걸어두면 선수들이 훈련만 계속 해야 하는데 그러면 생계유지가 아예 안돼요. 더 중요한 건 선수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이고, 돈 들어오는 게 불규칙적이어서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안 됩니다. 그러니 방법이 없고 죽기 일보 직전이에요. 이런 호소를 해도 듣지를 않습니다. 공단에서는 지원했다 하지만 그건 다 대출이라서 갚아야 되는 돈이거든요.

 

7개월을 투쟁한 끝에 설립필증이 나왔는데 단체협상을 하게 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어떤 것일까요?

무엇보다 지금은 생계보장이 가장 최우선 과제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산재 문제입니다. 선수들 경륜하면서 몸 정말 많이 상하거든요. 사고 나면 70km 속도로 아스팔트에 몸을 던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스피드 경기이기 때문에 넘어지면 무조건 뼈가 부러지거나 갈비뼈가 폐를 찔러 기흉이 생깁니다. 이렇게 위험한 경주인데 다치면 보상이 하나도 없습니다.

 

더 중요한 건 선수가 다쳤으면 최소한 본인이 치료하고 재활해서 기량이 90% 돌아왔을 때 경주에 돌아와야 하잖아요, 근데 여긴 구조상 충분한 치료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첫째로 퇴출구조제도가 있어서 시합 경기 중에 다쳤을 땐 경기를 참여할 수 없는 게 인정이 되는데, 훈련 중 다친 건 인정이 되지 않습니다. 훈련 중에 다쳐서 6개월간 복귀를 못하면 잘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인권 문제라고 작년부터 계속 말했습니다. 선수들 재활하는데 공단이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시합 안 하는 것에 대해서도 돈을 안 주는데, 최소한 다친 거에 대한 복귀 시점은 본인이 결정해서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하잖아요. 치료와 재활을 해서 원상태로 복귀를 하는 게 선수들에게 배팅한 고객들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고요. 관련해서 아무리 얘길 해도 듣질 않습니다. 이걸 반영했다고 저희랑 상관없이 공단이 임의적으로 규정을 만든 게, 초진 6개월 질병자에 한해서 면책을 주겠다는 겁니다. 초진 6개월짜리가 나오기가 쉽습니까? 사망선고 받든가 아니면 암 밖에는 없는데 선수들에게 적용이 될 수가 없지요. 본인이 다친 것에 대해 치료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없는 곳이 이 곳입니다.

 

그래서 필증에 굉장히 목을 매었습니다. 인권이 너무 무너져 있으니까. 이런 부분에 대한 실상을 많은 분들이 모르고 심지어 상급기관들도 잘 모릅니다. 공단이 들어주는 보험은 정말 최소한의 보장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이 다쳤을 때 산재가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산재가 돼야 충분히 재활하고 선수로서 복귀할 수 있죠. 선수들의 생계와 산재 문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륜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2조 원이고 그 중 사회환원금으로 5,000억 원이 쓰인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 환원금의 10%만 줘도 선수들 먹고 살 수 있죠.

 

마지막으로 이 메시지만은 꼭 전하고 싶다 하는 내용이 있으실까요?

공단과 문체부에도 얘기하는 거지만 저희가 항상 부르짖는 게 뭐냐면 저희도 국민이라는 점입니다. 근데 나라사업 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나 안전이 바탕이 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분들도 잘 모릅니다. 저희 4대 보험 되는 줄 알고, 기본적인 산재 되는 걸로 아세요. 아까 말한 것처럼 시합에서 다치면 보상이 전혀 없는데, 저흰 개인 보험 가입도 할 수 없습니다. 상해 급수가 높아서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공단이 얘기하는 ‘경륜선수 돈 잘 번다’는 내용과 다르게 경륜 선수의 처우가 이렇게 안 좋다는 것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기업도 아니고 나라 사업이잖아요. 나라에서 그 업을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처우 개선이나 산재가 아무것도 안 된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사행성, 겜블 산업이라지만 어쨌든 스포츠의 한 종류이고, 거기에 종사하는 경륜선수들 역시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현(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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