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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이라는 태도로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요

섬유유통연맹 도레이BSF코리아노동조합 배종열 위원장

등록일 2020년12월15일 11시0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도레이BSF코리아가 설립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배종열 위원장과 황용수 부위원장, 허문영 사무국장이 중심이 되어 2020년 2월 5일, 도레이BSF코리아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했다. 허허벌판에 처음 공장이 설립될 때 입사해 근 10년 동안 13개 라인이 증설되기까지, 오랜 시간 회사를 지켜온 배종열 위원장은 회사의 발전에 비례하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에 있어 굉장히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쳐 도레이BSF노동조합이 설립됐나요?

저희 회사가 근 10년 동안 꾸준히 증설해왔습니다. 증설이 계속될수록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커지고, 회사가 커지는 반면, 복지는 10년 전 그대로 머물러 있었어요. 큰 성과에 비해 노동자들에겐 병아리 눈물만큼 나눠주니 인내심에 한계가 오면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2019년 12월부터 저, 부위원장, 사무국장 셋이 주축이 돼서 약 3개월 동안 설립을 준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섬유유통연맹 박근식 본부장님, 도레이첨단소재 1노조 배인호 위원장님, 티케이케미칼노조 모명종 위원장님을 만나 조합 설립에 필요한 조언도 듣고 배우며 도움을 받았습니다. 현재 집행부와 대의원들 대부분이 저랑 동기인데, 이분들에게 조합 설립 계획을 얘기하며 2월 5일 노동조합 발대식에 참석해 달라 요청했죠. 발대식 끝나고 설립 신고한 후에 조합원 가입을 받아보니 일주일 만에 전 직원의 80% 이상이 가입했습니다.

 


 

노조 설립과정에서 도레이 계열사 다른 노조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도 관계가 이어지고 있나요?

연맹 산하에 동일 산업분야에 소속돼 있는 기업이 7개 정도 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모임도 가지고, 지역(대구경북) 지부에서도 분기에 한 번씩 회의를 하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가 있으면 관련 정보도 얻고 있죠. 특히 동일 계열사인 첨단소재노조 위원장님을 비롯해 계속 친근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됐는데, 단체교섭도 이미 완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조직 확대도 그렇고 단체교섭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던 비법이 있을까요?

단체교섭은 4월에 준비를 시작해서,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3개월 동안 사측과 주 1회씩 만나 진행했습니다. 상급단체와 한국노총 구미지부에서도 여러 조언을 많이 구하고, 도레이 다른 계열사 노조 상황도 파악하는 등 노력했습니다. 성과를 내긴 했는데, 지나고 나니 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교섭 이후에 상급단체가 주최하는 교육을 받아보니 문구, 표현 하나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조직확대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비법이 있기보다는 저희 집행부와 상집에서 도움을 많이 준 덕분에 잘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단체교섭에서 제일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중점적으로 다룬 점은 복지개선입니다. 저희는 외국투자기업이다 보니 복지 부분에서 한국계 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만 있는 복지가 있는 반면, 한국기업에 흔히 있는 소위 ‘명절 떡값’과 같은 상여금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저희 회사는 수당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회사 설명으로는 기본급 안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직급이 오르면서 계산을 해보니 수당이 어느 부분에 포함돼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없었던 부분들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둬서 이번에 가족수당과 명절 상여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에는 이 수당과 상여금의 금액을 점점 키워나가고, 현장의 어려움에 비해 부족한 교대근무 수당을 개선하는 걸 다음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조합원들이 많이 만족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끝나고 나서 조합원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몇 가지는 만족한 반면, 다른 부분은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한편으론 그런 것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조합 소식지도 없고, 3개월 동안 저희가 뭐 의도적으로 숨긴 건 아니지만 조합원분들이 ‘임단협은 하고 있냐’고 불만이 좀 높아졌던 적이 있어요. 진행되는 과정을 상무집행위나 대의원들에게 단톡방으로 공유하긴 했는데, 간부들에서 일반조합원으로 전파되는 데 한계도 있고, 내용이 와전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교섭 진행하기 전에 대의원, 상집을 통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받았었습니다. 수백 가지의 의견 중 형평성에 맞게 추스르고 최종적으로 선별된 안건을 공유한 게, 현장에선 ‘이미 단체교섭을 통해 이것들을 따냈다’가 돼버리는 점들이 무섭더라고요. 또 공유된 만큼 받아내지 못한 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도 크고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은 것 같습니다.

저희는 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조합원들에게는 아직 피부로 많이 와닿는 게 없어서 그런지 ‘노동조합은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노조가 생겼으니 타 회사처럼 성과급 200~300% 증가와 같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증가한 금액이 얼마 안돼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꺼번에 많이 받아내면 좋지만 내년, 내후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는 뜻은 아니고, 노조가 조합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또 한편으론 조합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자주 조합을 방문합니다.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경우에는 조합원 얘기도 듣고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를 불러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이런 것들을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저희가 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없으신지?

코로나 때문에 교육과 같은 상급단체 도움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게 가장 아쉽습니다. 지금 간부들이 부장이라고 다들 직책은 달았는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저도 아직 모르는 게 많고 해서 관련 교육들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잘 못했죠. 아직도 새내기라는 표현보다도 그냥 애기 노동조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또 코로나 때문에 올해 우리 회사도 그렇고 조합 행사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회사에서 코로나 대책으로 10인 이상 모임 금지하라고 공지했거든요. 그나마 회의는 진행하는데 회식이나 다른 것들은 어려운 편입니다.

업무적으로는 제가 입사하고 처음으로 현장의 설비가 멈추는 걸 경험했을 만큼 회사에 생산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 저희 회사가 정부에서 제공하는 코로나 관련 고용지원금을 신청해서 받는 등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배터리 분야가 전망이 있다곤 하는데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을 고려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서 내년 1월에 진행 예정인 임금협상이 많이 걱정됩니다.

 

향후 계획은?

저희가 11월부터 노동조합은 두려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조합원들과의 집행부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못 모이기 때문에 5~10인 미만 규모로 나누어 내년 6월까지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가끔씩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하는데, 임시 사무실이라서 좀 좁습니다. 공장을 지을 때 너무 현장 위주로만 건설하다보니 사무실이 많이 부족해서 새로 노조 사무실을 지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서 지금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아마 12월 말쯤에 입주 할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그때 상급단체도 초대해 거창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하든 ‘내 일’보다는 ‘우리 일’이라는 태도로 함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건 일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의 특성상 로봇처럼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게 되면, 중간에 빈틈이 종종 생깁니다. 저는 이걸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에 임할 때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꾸준히 공부도 하면서 본인의 실력도 향상시키고 평가도 챙기는 성장의 기회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올 한 해 정말 코로나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내년부터는 좀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0월부터 현장 설비들이 멈춰버리니까 노조위원장으로서 점점 코로나 위기가 피부로 와닿았는데, 그와 달리 큰 위기로 느끼지 않는 조합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설비가 멈춰서 일의 양이 준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다같이 노력해서 좀 더 오래 다닐 회사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배부르고 미래에 굶는 게 아니라 함께 아끼고 발전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갖췄으면 합니다.

21년도에는 노동조합이 크게 단결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진행하는 간담회를 비롯해 조합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도 많이 만들겠습니다.

박주현(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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