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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현실이되는 노동운동을 꿈꾸다

전국식품산업서비스노동조합(히어닷컴지부, 정풍지부)

등록일 2020년10월30일 10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뉴-니온’은 New와 Union의 합성어로 한국노총의 신규 설립/가입된 노동조합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코너를 통해 조직 상호 간에 조직화 및 운영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연대 조직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만난사람 : 전국식품산업서비스노동조합
- 박준우 위원장(식품노련 기획정책본부장 겸임)
- 박종익 사무국장(식품노련 전문위원 겸임)
- 히어닷컴지부 구본철 지부장
- 정풍지부 박순우 지부장(전화로 인터뷰 진행)

 

인터뷰 :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

 


왼쪽 히어닷컴지부 구본철지부장, 가운데 전국식품산업서비스노동조합 박준우위원장, 오른쪽 박종익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우선 조직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준우 : 안녕하세요, 전국식품산업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박준우입니다. 전국식품산업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2월 식품산업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식품노련 박갑용 위원장님이 출마 당시 ‘3만 조직화’를 공약해 당선되셨고, 이 공약을 이행하고자 2019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 때 식품산업노련 직할 산별노동조합 설립을 결의하며 탄생하게 됐습니다.

 

박종익 : 전국식품산업서비스노조 사무국장 박종익입니다.

 

구본철 : 식품산업서비스노조에 가입한 히어닷컴지부 지부장 구본철입니다. 히어닷컴지부는 올해 5월 설립했습니다. 히어닷컴은 보청기를 판매하는 외국계 회사로, 유선상 대부분의 판매 영업이 이뤄집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 대표의 지나친 갑질과 사측의 통보식 업무 지시, 그리고 임금체계 때문이었습니다.

 

박순우 : 저는 식품산업서비스노조 정풍지부 박순우 지부장입니다. 정풍은 청정원 대상의 자회사로, 소스, 즉석 음식 등 식품 관련 제조회사입니다.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노조를 설립했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할 때 대상 노동조합이 지지해주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풍지부 인준식

 

식품산업서비스노조 같은 경우, 설립과 관련해서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픈 분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박준우 : 노조 설립할 때, 금속노련과 의료산업노조 소병률 위원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특히, 금속노련의 김준영 처장님, 전종덕 실장님, 곽상욱 국장님한테서 일반노조 관련 자료를 몽땅 받아왔습니다. 사실 이게 처음 시작하는데 두려움이 있는데, 금속노련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하니까 훨씬 수월했습니다.

 

히어닷컴 지부장님은 혹시 이 전에 노동조합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나요? 어떻게 노동조합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셨나요?

 

구본철 : 이전에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를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하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것처럼 저도 개인적으로 노동조합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주변에 노조가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이 권리를 찾아가는 걸 보니, 우리 회사의 문제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외국계 기업인데, 회사대표가 결정을 마음대로 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갈수록 심해지더라고요. 마치 자신의 ‘왕국’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노동조합 설립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한국노총 홈페이지 들어가서 자료보고 공부해봤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직접 연락하고 찾아가 자문을 구했습니다. 처음 찾아갈 땐 노동조합만 설립하면 다 잘될 줄 알았는데 산 넘어 산 같은 느낌이 있어서 실망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한국노총 소개로 식품산업서비스노조를 만나고 얘기하면서 ‘아, 이거 잘하면 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고, 지부로 가입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전 아직도 이 두 분을 처음 만났던 날의 장소, 시간 모두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식품산업서비스노조 위원장님과 사무국장님도 일반노조를 설립하고 운영해보신 건 처음일텐데 어떠신가요? 특히 히어닷컴, 정풍지부는 초창기 조직이라서 더욱 애틋하실 거 같은데 어떤 생각이 주로 드시나요?

 

박종익 : 박준우 본부장(위원장)님과 일반노조를 처음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부담감이 컸습니다. 본부장님이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기 때문에 뭐든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말씀을 항상 하셔서, 히어닷컴과 정풍지부도 관리하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해야하고, 조직관리도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조직이 확대되고 조금씩 탄탄해지면서 목표가 달성돼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이 있습니다.

 

박준우 : 저도 부담감은 좀 있지만, 우리 연맹 모토가 21세기 노동운동의 선봉인데, 산별노조를 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도적인 흐름이라 뿌듯합니다. 노동운동은 사각지대 노동자 조직화가 중요한데 그런 차원에서도 너무 잘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또 우리 연맹 조직 위원장들도 관심가지고 응원해주십니다. 특히 우리 기존 노조의 자회사인 정풍지부 설립과정에도 기존 조합원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연대해주셨습니다. 다만 식품산업서비스노조를 어떤 방법으로 잘 키워나갈지가 정말 고민입니다. 지부를 많이 설립하는 것보다 설립 조직을 제대로 관리해서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어닷컴지부는 조직확대를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구본철 : 위원장님이랑 사무국장님한테 처음부터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조직화하려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하는 직원들도 있어서 퇴근 후 시간 쪼개가면서 분당, 인천 등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습니다. 나중에는 입소문이 나서 본인들이 먼저 가입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 조합원이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면서 과반을 넘길 수 있었죠.

 


히어닷컴지부는 회의중

 

박준우 : 5월 중순 경 노조 설립하고 7월 중순에 조합원 수가 과반을 넘겼습니다. 정말 한 명, 한 명씩 늘어난 케이스로 지부장이 원형탈모가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가입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원형탈모라니. 어떤 점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나요?

 

구본철 : 회사에서 교섭에 응해주질 않았습니다. 아무리 공문을 보내도 사측이 답변이 없었습니다.

 

박종익 : 대표가 마치 ‘너희들이 뭘 할 수 있겠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왜 그러나 봤더니 작년에 노조 설립 시도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외부 도움 받지 않고 혼자 하다보니 사기가 떨어지면서 대표와 싸우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흐지부지 끝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측 대표이사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져도 본인들이 무시하고 강하게 압력만 넣으면 노동조합이 와해 될 거라 생각한 거죠. 결국 서울지노위에 교섭창구단일화절차 시정신청을 진행했는데도 회사가 대꾸를 안 하더라고요.

 

박준우 : 이번 사례도 관련된 거지만, 우리나라 법상 사측이 의도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연맹 차원에서 노동조합이 교섭 요구 시 사측이 교섭요구사실 공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교섭의 고의적 해태로 간주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국정감사 자료로 제시했습니다. 사측이 이걸 악용해 시간을 질질 끌면 노조 와해의 위험성이 있거든요. 히어닷컴지부도 연맹 직할 일반노조에 가입했으니까 이런 상황을 다 알고 버티면서 갔지, 소수의 노동자로 건설한 기업별 노동조합이면 조직이 다 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셨다던데.

 

박준우 : 영업사원은 성과급으로 돈을 주로 버는데 지부장이 본인의 업무 대신 노조 업무하느라 성과급이 줄면서 임금도 많이 줄었습니다.

 

구본철 : 아무래도 임금이 많이 줄어든 것도 스트레스였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거의 1/3 수준으로 줄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김민수 지도위원님이랑 얘기를 나눴는데, 그 분도 처음 제 나이대(30대 중반에)에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해서 개인적인 질문들을 많이 했습니다. 조합하면서 영업직 평균 급여가 감소됐을 때 어떻게 버텼는지도 여쭸습니다. 지도위원님 답변이 참 마음에 와닿았는데, 말씀하시길 “처음엔 힘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앞서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됐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 지나 돌아보면 뿌듯할 거다. 나는 지금 아이들한테도 당당할 수 있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그 얘길 들으니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지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관리하거나 리더십 있게 끌어가 본 적도 없는 평범하고 나만 알던 사람인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많이 참게 되고 한 마디도 조심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감정이) 터지는 날은 사무국장님에게 전화를 드립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교섭 들어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거 요구하고 사측이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하면서 처음에는 꿈도 못 꾸던 변화를 보니까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히어닷컴지부 설립 초기 당시 지부장님이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사측의 탄압은 없었나요?

 

구본철 : 취업규칙을 사측이 임의적으로 수정한다거나 처음 작성했던 근로계약서보다 노동조건이 저하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조합원들한테는 사인하지 말라고 공지했고, 결국 전체적으로 근로계약서 재작성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협상 시작한 이후에도 새로운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설명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길래 ‘지금 노사간 협상하고 있으니 임금체계 개편은 교섭테이블에서 논의해야지, 회사가 일방적으로 하는 건 법 위반이다’라고 해서 설명회도 철회됐습니다.

 

박준우 : 좋아진 점도 있긴 해요. 대표이사가 새로 바뀌면서 7~8만 원 짜리 과자선물세트를 뿌렸다고 하더라고요.(히어닷컴 지부는 9월 4일 기준으로 전임 대표이사가 해직되고 9월 7일에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함)

 

구본철 :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했다고 주더라고요. 작년 명절에 회사에서 명절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전 대표가 기분이 나쁘다고 주문했던 것을 취소하는 것도 목격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죠. 사실 이번에도 인사치레로 김 한 박스 보내겠거니 했었거든요.

 

아직 단체교섭 중이지만 그 외에도 노동조합을 설립함으로써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준우 : 가장 좋은 건 갑질이 없어진 겁니다. 전 대표가 소리 지르고 이런 거에 조합원들이 두려워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평온해졌다 하더라고요.

구본철 : 지금 같이 노조일하는 사무장님이 있는데, 그 분이 예전에 전임대표를 쳐다만 봐도 가슴이 너무 뛰어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마주쳤다고 하셨습니다. 전임대표가 하도 소리 지르고 갑질을 했었기 때문에 사무장님이 출근하면서 ‘나가기 싫다, 내가 죽어야 끝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런 갑질이 없어져서 참 다행이죠.

 

정풍지부는 어떤가요?

 

박순우 : 처음엔 노동조합이 남 일처럼 보였는데, 도움 받으며 노동조합 만들다보니 모르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노동법도 공부하면서 우리 조합원들도 몰라서 챙기지 못했던 권리들을 정당하게 요구하게 됐습니다. 저희 지부 전체 조합원이 26명으로 전체인원의 절반 정도 됩니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는 부분도 많고, 교육도 더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단합도 잘 되고 회사와의 단체협약을 하는데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저희가 초보 단계라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쪽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번 교섭을 통해서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얻고자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준우 : 히어닷컴 지부는 대표적으로 임금체계 개선입니다. 회사가 노동자들이 영업을 통해 받는 성과급을 ‘인센티브 차감’이라는 명목으로 삭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최근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실무상 이런 부분들을 폐지했으니, ‘인센티브 지급’이라고 명확히 바꿔놓을 겁니다.

 

구본철 : 또 평일 5일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순우 : 정풍지부는 임금이나 복지에서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까 거기에 대한 개선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에도 그런 내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히어닷컴, 정풍지부는 교섭이 끝나고 조직이 안정되면 해보고 싶은 활동이나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박준우 : 저는 개인적으로 교섭이 끝나면 구본철 지부장에게 노무사 공부를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사법고시 1차 합격자로 법대를 나온 엘리트라서 법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빨라요. 구지부장이 노동법까지 섭렵해 타임오프가 되면 교섭위원으로 데려올 생각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다 연대죠(웃음). 히어닷컴 집행부에 굉장히 엘리트가 많아요. 부지부장은 올림피아드수학 입상자로 경제학을 공부하라고 설득하고 있으며, 사무장도 경영학과 출신이라서 더 공부해서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집행부를 노동조합 어벤저스로 만들 생각입니다.(웃음)

 

박순우 : 정풍지부는 조합원들이 업무가 다 다르다보니 모이기도 힘들어서, 가을이고 날씨가 좋으니 가능하면 다같이 단합대회라든지 야유회를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현재 코로나 때문에 여건이 안 되지만 괜찮아지면 꼭 시간 내서 조합원들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구본철 : 제가 해보고 싶은 거 얘기하면 안 될까요?(웃음) 좀 뭐라 해야하나. 밝은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교섭에 들어가서 어떤 걸 요구할 거고 어떤 걸 바꿀 거다’라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보다 ‘내가 이런 걸 시작해서 이렇게 바뀌었어. 이 회사 되게 다닐 만한 회사가 됐다’라는 다 끝나서 확정되고 확실한 밝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네, 모쪼록 식품산업서비스노동조합, 히어닷컴지부, 정풍지부의 무한한 가능성이 머지않아 성과의 확언으로 빛나길 기대합니다. 긴 시간 할애해 많은 이야기 들려주신 점 감사합니다. 

박주현(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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