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제주 4.3 76주년을 맞이해 4.3의 진실과 평화와 통일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12회 한국노총 평화학교’를 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에서 개최한다. 이번 평화학교에는 한국노총 산하 회원조합 조합원·노조 간부 80여 명이 참석했다.
제12회 평화학교는 평화·통일 교육을 시작으로 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했다. 2일 차에는 ▲알뜨르비행장 ▲섯알오름 학살터 ▲송악산 진지동굴 ▲고사모 진지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등을 방문해 제주도민의 희생을 위로하고 제주 4.3 희생의 진실을 돌아본다.
▲인사말 중인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첫째 날, 평화·통일 교육에서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76년 전 만물이 생동하는 4월, 더욱 아름다운 제주 곳곳은 국가 폭력에 의해 섬 전체가 초토화됐다”며 “모진 세월 속에서 역사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선 제주도민의 희생과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세계 곳곳 분쟁과 전쟁이 이어지고 신냉전이 도래해, 남북관계마저 악화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지난날 한반도 분단 배경 아래 일어난 제주 4.3의 비극적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려운 정세일수록 한국노총이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자”고 당부했다.
▲인사말 중인 조순호 한국노총 제주지역본부 의장
조순호 한국노총 제주지역본부 의장은 “우리 조합원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아마 4.3 제주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다”며 “한국노총 평화학교를 통해 2박 3일간 제주 일대를 다니며 어쩌면 5.18 광주보다 더 처참한 역사인 4.3을 느끼고 배우고 돌아가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통일교육 중인 김남훈 4.3기념사업위원회 평화기행위원장
김남훈 4.3기념사업위원회 평화기행위원장은 교육에서 “76년 전 미국 등 강대국의 분할 점령 의도, 단독정부 수립 등 한반도 분단 상황과 일제 패망 후 국내 자본가의 폐단, 서청의 횡포 등으로 통일 지향의 4.3 항쟁은 필연이었다”며 “지난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이 있었지만, 여전히 미진한 진상규명을 위해 4.3 시기 미군정 등 작성한 미국 문서를 포함해 추가 진상보고서 마련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주 4.3의 ‘정명’을 위해 한국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해 역사 정의 실현과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앞장서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이 시작된 1988년부터 제주도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의 인정과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왔다. 1948년 4월 중 하순 미군정 장관 딘 소장과 주한미군 사령관 하지 중장이 진압을 명령했다. 이어 5월 브라운 대령이 한국의 군·경을 지휘했다. 최근 미국 국무부가 제주 4.3에 대해 “비극적인 사건”으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76년 만에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