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여성들의 일 경험에 대하여
김현미 교수가 쓴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는 현재 대한민국 일터에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은 ‘1부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구조적인 문제’, ‘2부 함께 일하는 남성 동료들의 인터뷰를 통한 그들만의 연대에 대한 고찰’, ‘3부 각 세대 인터뷰를 통한 여성이 직장에서 겪어야 하는 감정노동’, ‘4부 여성이 과연 이 상황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망과 질문’으로 나뉘어 쓰였다.
이 책은 20~60대 한국 여성들의 일과 삶의 경로를 따라가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 있고 경쟁력 있는 개인이 되고자 하면서도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일터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책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흠결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노력과 경쟁을 통해 완벽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신념만큼이나 현대의 일하는 여성들은 일터에서의 좌절과 실패에 대해 개인이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조직에서 요구하는 ‘완벽한 노동자’상이 남성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아차리기보다, 본인이 더 노력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고 스스로 채근한다. 이에 여성들은 번아웃되고 우울감에 빠지며, 위선적 감정에 싸이고, 파편화된다.
일터에서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저자는 일터의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이 어떻게 성공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왜 여성이 일터에 오래 남을 수 없는가를 집요하게 물으며 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터는 특정 기업과 대표자의 사유지가 아닌 가치와 지향이 공유되고 전수되어야 할 공론장이기에 사회적 퇴행 현상을 막고 변화시킬 수 있는 광장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여성이 성 불평등을 고발하고 분개하면서도 외면하거나 피한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혹은 너무 익숙하기에 견디고 있으며, 견딜 수 없는 여성들은 과감히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길을 모색한다. 그러나 일터는 우리의 삶과 분리될 수 없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일터의 불의와 싸우며 뿌리 깊은 성 불평등을 인식하며 공동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에 불안한 미래와 싸우며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속에서 저자는 혼자 파편화되어 고립되거나 포기하지 말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경험을 나누며 함께 방법을 모색하자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