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 자본주의를 넘어서

커먼즈(commons). 영어 단어 ‘커먼(common)’의 복수형.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 등으로 번역되던 ‘commons’를 ‘커먼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번역되는 말들로 커먼즈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회자되는 커먼즈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신이 커머너이기도 한 <커먼즈란 무엇인가>의 저자 한디디는 커먼즈를 단순히 “공동체의 일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자원”을 넘어서 “함께 섞고 나누는 활동, 즉 커머닝(공통하기)”이라고 말한다. 사랑마저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를 고착화하는 언어와 습관을 벗어나 연대와 이타주의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근대적 인식론을 통해 본 커먼즈를 둘러싼 유명한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어떻게 커먼즈가 인류를 위한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게 되었는지를 살피면서 시작한다. 또한, 저자는 역사 속에서 커먼즈의 흔적을 이야기하면서 조선 시대 마을의 ‘두레’를 예로 들기도 하는데, 마을이 민중이 생산 활동을 조직하고 살림살이를 꾸리는 커먼즈의 기본단위였음을 밝히면서 ‘두레’를 통해 단순히 품앗이 조직인 작업 공동체를 넘어 마을 공동체로서의 사회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는 커먼즈가 지금 막 태동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던 삶의 방식임을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 다시 커먼즈

저자는 영국의 사례를 통해 기존의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들, 거기에 의지해 삶을 재생산하던 커먼즈를 어떻게 인클로저하며 커먼즈를 사유화해 임노동자로 만들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커먼즈의 해체는 핵가족화를 최적화된 가족의 형태로 만들어 여성들을 억압했으며, 화폐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세계는 물질적인 성공이라는 환상에 욕망하도록 내몰아 개인의 삶의 불안정성을 확대했다.

커먼즈 운동은 이러한 화폐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삶의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삶을 그 자체로 존엄한 것, 살만한 것으로 복구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커먼즈 운동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 2000년대부터 있어 왔던 한국의 다양한 커먼즈 운동을 소개하며 커머너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 함께 살림하기를 통한 빈집, 경의선공유지, 금융실험 빈고. 삶의 주권을 되찾고 소유의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고 생산과 나눔의 새로운 방식을 창안해 삶을 되살리는 이러한 사례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이상적인 사회를 위한 정체성에서 벗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맺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무수한 방향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