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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만이 정답일까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4년03월07일 13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회사에서 결혼한 직원에게 축하금을 지원합니다. 결혼 안 한 직원을 차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혼 안 한 직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없나요?”

 


<출처: 이미지투데이>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소속 노동자에게 유급휴가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회사의 제도는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현장에서 결혼해 아이를 둔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설계된 복지혜택을 비판하며 비혼 혹은 출산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동등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유사한 경제 규모의 다른 국가에 비해 낮아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막대한 예산을 쏟아가며 저출산 양육 지원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현재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을 밑돌며 선진국은 물론 비슷한 규모의 국가 중 최하위다.

이러한 저출산 경향은 IMF 구제금융 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대다수 학자와 언론은 소수 양질의 일자리와 대다수의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양분된 노동시장과 자산 격차로 인해 확대된 빈부격차로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기 어렵고 자연스레 출산의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출산을 거부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미루는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박의 방향도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태도에 대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태도라고 비판하며 출산을 호소했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와 청년들의 구직난이 일상화된 2010년 이후부터 우리 사회는 출산과 양육에 걸림돌인 일터의 장시간 노동문화나 사회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을 통해 청년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을 강조한다. 아마도 저출생으로 인한 상품 수요 감소 등에 대한 기업의 우려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부양 부담 등 국가의 미래가 우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출산 대책의 분명한 한 축은 출산과 양육을 망설이게 하는 사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냥 결혼하고 싶지 않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아졌다는 사회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혹은 내 주변의 새로운 인간관계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새롭게 가족의 정의를 바꿔 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가와 기업은 여전히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것처럼 전제하고 노동자에 대한 정책이나 임금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 자녀 출산 때 1명당 1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어느 건설사의 파격적 자녀 출산 지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언론에서는 해당 기업의 총수가 저출산으로 국가의 미래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우려하며 내린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의 정책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도 적지 않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통 큰 결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혼과 출산이 마치 정상적 경로의 보편적 삶이라는 전제로 그렇지 못한 노동자의 삶은 낮춰 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출산에 뜻이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출산과 양육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을 제거하며 이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가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비혼과 다양한 가족 구성을 고민하는 노동자들에게 일터에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균형적으로 펼쳐야 한다.

어느 유명 화장품회사가 비혼 선언 노동자에게 축하금과 휴가를 지원하는 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노동조합도 늘어나는 비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조합원을 대변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결혼과 출산을 기본 전제로 지원되는 복지혜택이 비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에도 그 혜택이 균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바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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