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투명인간이 되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쓴 최훈 작가는 수도권 아파트에서 3년째 일하는 경비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너무 비장하거나 슬프지 않다. 우리가 아는 인생 선배의 경비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혹은 나와 비슷한 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시절 잘나가는 회사를 다니기도 했던 저자는 무역 회사를 차려 대표님 소리도 들었지만 경영 악화로 폐업했다. 이후 지인에게 돈을 빌려 경비 학원에서 자격증을 따 2018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그렇게 경비원이 됐지만, 주민들의 ‘갑질’에 치이고 ‘해고’로 마음 졸이는 현실을 마주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아파트라는 주거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러한 아파트를 관리하는 많은 부분에서 경비원의 노고가 숨어 있다. 경비원들이 부지런히 일했기에 아파트가 쾌적하고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경비원이 일하는 현실은 쉽지 않다. 저자는 그런 현실 속에서 자신을 ‘투명인간’이라고 표현한다. 경비원 복장을 하는 순간부터 자기감정이나 자존심 부스러기를 남겨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남의 일이란 없다
지난 10월 21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이른바 ‘경비원 갑질 금지법’이 시행됐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는 잡초제거와 낙엽 청소, 재활용품 분리배출 감시·정리, 불법주차 감시, 택배·우편물등기 보관 등만 공동주택 경비원 업무로 인정했다.
그동안 경비원들이 해왔던 도색·제초작업, 개인차량 주차 대행, 택배물 배달 등의 업무는 경비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지자체장의 사실조사와 시정 명령을 거쳐 최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인지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경비원도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피해를 막고자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시행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업무 부담과 불안정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련법의 시행으로 급여가 삭감되거나 퇴출 대상이 될까 걱정하던 저자가 생각났다.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법이 또 다른 불안함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 서글프면서도, 법이 아니더라도 저자의 말처럼 고생하고 수고하는 이웃에게 진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따뜻한 인사를 먼저 보낸다면 우리 공동체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